[에세이] 하늘만 뻥
[에세이] 하늘만 뻥
  • 이은주 선교사
  • 승인 2019.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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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님이 어련히 알고 햇빛도
구름도 비도 바람도 눈도 주시는데….
미련한 우리가 섣불리 판단하고….
다시는 이런 미련한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결혼하고 부교역자로 섬기다가 10달 만에 담임으로 섬기기 위해 첫 임지로 떠나는 날. 앞, 뒤, 양 옆 아무리 둘러봐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위를 보니 하늘만 뻥 뚫린 그런 곳으로 우리는 이동했다. 우리를 데리고 가는 장로님은 과연 이 젊디젊은 새댁이 이곳에서 견딜 수 있을까 염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든 부르시는 곳(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에는 가기로 마음먹었었기에 환경이 문제가 될 수는 없었다.

그곳에서 만 5년 동안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내가 있어야 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재밌게 지냈다. 우리가 다시 가야할 그곳(선교지)은 이곳보다 더 힘들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내다보니 모든 것이 어렵다기보다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햇수로 19년 째. 2011년 3월 21일 아침 6시에 출발하여 비행기에 올라 2시간을 달려가 중간지점에서 3시간을 기다린 후 다시 비행기에 올라 3시간을 달려갔다. 해가 귀해서 귀양이라는 귀주성의 성도 귀양에 도착했다. 거기서 2시간을 달려 저녁식사를 한 후 다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진현원이다. 이렇게 정겨울 수가.

“여보! 도시가 참 정겹네.” “그래! 다행이네. 당신이 좋다고 하니.”

여행길이 힘들어 힘들다고 할만도 한데, 좋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나보다. 비행기에서 내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바라본 풍경은 참 정겨웠다. 동북의 추운 지역에서 와서 그런지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서 더 마음이 따뜻해졌나보다. 벌써 자목련도 피어있고 개나리도 피어있고 산을 깎아 만든 계단식 밭에는 유채꽃이 노랗게 피어 있었다. 아! 바로 25년 전 결혼 후 10개월 만에 우리가 살 곳을 향해 찾아가던 충청도의 그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앞, 뒤, 양 옆이 모두 높은 산이고 하늘을 쳐다보니 하늘만 뻥 뚫려있는 것이 꼭 그때 모습이다. 그래서 그렇게 마음이 편했나보다. 그래서 그렇게 정겨웠나보다.

4박 5일 동안 머물렀지만 햇볕을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그곳. 처음에는 뭐 이런 곳이 있나. 어떻게 해가 없나 여기에 해만 나면 농사가 기가 막힐텐데….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아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곳을 잘 아는 어르신 하시는 말씀이 이곳은 해가 나면 가물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단다. 우리 주님이 어련히 알고 햇빛도 구름도 비도 바람도 눈도 주시는데…. 미련한 우리가 섣불리 판단하고…. 다시는 이런 미련한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그곳에는 최 교수 가정이 살고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함께 공부하던 지내던 학생이 이제는 교수가 되어 스승을 불러 교육시켜 달라고 하는 요청에 달려갔던 것이다. 늠름하게 일을 처리하는 최 교수가 자기 몫을 감당해주는 모습이 얼마나 감사한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한 말씀이 이루어진 증거의 현장이다.

 

 

이은주 선교사

동북아 파송 선교사

‘너랑 나랑 님이랑 울이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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