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위해서도 탈북자 연구 필요해”
지난달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40대 탈북민 여성 한모 씨와 그의 5살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 자살 및 타살 정황이 없어 그들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에 의하면 사망한 한모 씨는 2009년 탈북해 중국인 남성과 결혼 후 이혼했고, 최근 아들과 임대아파트에서 수입이나 지원도 없이 지내왔다고 한다. 이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국회통일포럼(대표의원 이학재)에서 ‘탈북민 모자 아사’ 긴급 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하는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탈북민을 위한 지원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래나눔재단이 ‘경계를 넘는 윤리: 북한이탈주민의 탈경계와 윤리적 특성’을 주제로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연구포럼에서 연구자들은 이 사건을 문화와 윤리적 관점으로 분석했다. 특히 연구자들은 남한과 북한의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들을 경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했다.
최병학 박사(부산교대)는 “남한과 북한의 경계에 놓인 탈북민들은 한국정치에서 진보, 보수 진영 모두에게 이중배제된 상황에 놓였고 모자 아사 사건은 사실 이 이중배제에 놓인 탈북민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우리는 탈북민들이 인륜적 주체로서 다리 없는 새가 아니라 튼튼한 다리로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새가 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여성의 가족경험을 중심으로 탈북민을 연구한 박신순 박사(숭실대)는 “탈북민 가족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 해체와 재구성 경험이고 탈북민들이 경험한 가족경험은 우리 상상 이상”이라며 “탈북민들은 결혼과 임신, 가족을 생존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탈북민들의 가족, 공동체 윤리의식은 우리와 다를 수밖에 없고 그들의 이러한 윤리관 차이가 남한에서 탈북여성들의 가족해체와 사회 부적응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종합토론에서 패널들은 사망한 모자가 긴급생계지원 등의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단순한 제도, 금전적 지원을 넘어서 우리사회가 문화, 윤리적으로 소외된 탈북민을 이해하고 그들이 사회적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탈북민 출신 연구자 현인애 교수(이화여대 북한학)는 “북한 사람들의 윤리관이 같은 것 같으면서도 차이가 있다”며 “탈북민들은 교육과 이데올로기가 너무도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경계이론으로 탈북자를 분석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북한에서의 윤리 도덕적 개념이 다르기에 탈북민 정착뿐만 아니라 남북한 통일을 위해 탈북자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 연구에 탈북민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