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화사역 근간은 문학적 상상력
기독교 문화사역 근간은 문학적 상상력
  • 황교진 객원기자
  • 승인 2018.03.13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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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출판협회 최승진 사무국장
기독 도서와 출판인, 독자를 말하다
기독 콘텐츠로 복음 전하는 데 힘써야

책에 대한 철학과 기획의 독특한 정신과 상상력을 가진 기독 출판계를 탐문하면서 한국기독교출판협회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기독 출판사가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한국 교회를 위한 책을 펴내고 있는 한편, 그 연합기구가 존재한다. 책을 읽는 일, 책을 만드는 일의 가치를 협력하고 구심력을 형성할 수 있는 출판협회들 가운데 기독 출판계에 이러한 일을 도모하는 곳이 한국기독교출판협회이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매년 6월초에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시장의 다양한 출판사들 부스 사이에 기독교 출판사 연합 부스가 있다. 여러 기독 출판사가 참여하는 공동 부스인 이곳에 가면 도서전 참여를 독려하고 각 출판사들의 소중한 책을 알리는 최승진 사무국장을 만날 수 있다. 기자는 12년 전부터 기독 출판사들과의 협력을 이끌어내 책을 진열하고 열정적으로 알리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최 국장과 긴 시간 인연을 맺으면서 책에 대한 고민과 편집자의 삶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왔다. 출판협회의 사무국장 자리를 성실하게 지키고 있는 그에게 기독 도서와 출판인, 그리고 독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자.

 

한국기독교출판협회의 역할과 사명을 소개해 주세요.

 

한국기독교출판협회는 1975년에 창립되었어요. 사단법인이 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협회는 복음주의를 지향하는 기독교 출판사, 곧 회원사들의 자발적 참여기구에요. 즉, 회원사들이 협회의 비전과 방향과 사명을 정할 수 있습니다. 매해 서울국제도서전, 문서선교의날 기념세미나,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한국기독교저작권박람회, 해외출판인교류, 기독양서 기증사업, 경영자세미나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비정기적인 특별사업으로 기독 출판인들의 능력 제고, 출판 기회 확대, 한국 교회와 성도에 대한 양서 보급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을 추진합니다. 매월 발행하는 <기독교 출판소식>의 경우 국내 유일의 기독 도서 소개 전문 잡지로서 그 역사와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지요. 이러한 사업들이 처음부터 주어진 것은 아닙니다. 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사들이 함께 만들어 간 것입니다. 기독 출판사들이 복음이 담긴 문서를 만들어 전함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왕성하게 하는 것이 궁극의 소명이라고 말하 듯이 저희도 당연히 같은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여러 출판사를 만나고 도서 축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매해 저희가 서울국제도서전에 ‘기독교 출판마을’을 기획해서 참여해 왔어요. 그곳에서 기독 저자와 출판 관계자 그리고 독자들이 만나서 소통하게 하고, 독서 문화가 고양되기를 바랐거든요. 2011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 독자가 김성일 장로의 저자 사인회에 참석했어요. 그런데 다들 줄서는데 혼자 캐리어를 끌고 와서는 구석에 앉아 책을 읽으시더라고요. 50여 명의 독자들이 사인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는 내내 줄도 서지 않고 기다리다가 사인회가 다 끝나자 장로님 앞에 서더니 캐리어를 여는 거예요. 그러고는 장로님의 첫 작품부터 당일 행사한 《마르코스 요한네스》까지 수십 권을 쏟아놓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김성일 장로님 팬이어서 모은 책을 다 읽었다면서 사인을 부탁하는 거예요. 모두가 놀라고 감격했지요. 그날 장로님은 그 독자 분과 따로 식사하면서 대화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성일 장로님은 그 독자 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얻은 표정이셨어요. 진심으로 서로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저자와 독자의 모습은 큰 감동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참가할 때마다 기독 출판 코너에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해마다 아쉬움이 크지요. 재정이나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아쉬운 게 사실이에요. 굳이 변명하자면, 연합의 장을 마련해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많아요. 그럴 때면 참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기독 출판사들은 기독교 콘텐츠를 종교 영역에서만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기독 콘텐츠에 대한 홍보 전략도 일반 도서전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교회도 외부의 비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출석하는 교인들을 충성도 높은 교인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교회 내에서 기독 양서를 읽는 독서 문화를 고양시키는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어요.

서울국제도서전이 단순히 출판사들의 책을 싸게 판매하는 할인전이 되면 안 된다는 비판 또한 많았어요. 그런데 그 비판이 현실이 된 데는 당장의 매출에만 몰입하는 출판사와 폭넓은 독서에 관심이 적은 독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축인 저자도 자신의 사인회가 열리지 않더라도 자기 책을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의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자리에 기쁘게 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설사 그런 독자가 없다고 해도 다른 저자들과 출판사와 교류하는 책 축제의 장에 시간을 내는 것은 필수여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부 정책에서도 책을 읽는 일, 책을 만드는 일의 가치와 소중함이 더 자리 잡는 데 지원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난해 도서전에서는 이전의 정치 지도자들의 권위적인 방문과 다른 분위기가 있었지 않습니까. 책 읽기를 권하는 사회로의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그렇지만 출판 현실은 많이 위축돼 있습니다. 판매에 대한 확실한 기대감이 있는 스타 저자의 책이 아니면 좋은 글이 책으로 나오는 일이 어려워졌습니다. 출판협회에서 보는 생각은 어떤가요?

출판의 위축은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었지요. 아마도 한국의 일반 혹은 기독 출판이 호황을 누린 때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였을 겁니다. 1997년 이후 PC와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종이매체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현대인들의 생활환경이 스마트 모바일 환경으로 재편되었다고 해도 그건 하드웨어의 변화일 뿐입니다. 즉 그 스마트 모바일 환경의 내용을 채우는 콘텐츠인 책은 결코 설 자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통적으로 종이책이 제공하는 글 읽기의 방법, 수백 페이지의 글을 가만히 앉아서 읽는 방식이 오늘날 통용되지 않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할리우드의 콘텐츠를 보면 사실 100년 전에 나온 슈퍼맨이 아직도 영화, 연극, 만화 등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거든요. 따라서 당장 출판의 위축이 정부 정책이나 대학 입시 등으로 청소년들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환경 등 복합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사양 산업이기 때문에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형 교회 목사 혹은 스타 저자 위주의 출판은 (저는 이를 기획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개념의 출판, 곧 정보 제공이나 교훈적 모델 제시 같은 종이 매체 영역에서만 강세라고 생각해요. 출판인들의 상상력이 여기에서 그친다면, 좁은 의미에서 출판의 종언도 예상해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요즘 새롭고 다양한 기획 출판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마치 처음부터 모바일 콘텐츠를 염두에 둔 듯한, 재미와 소통에 방점을 둔 출판물들의 등장은 출판의 부활을 예고한다고 기대할 수 있죠.

 

 

출판 매출 감소로 경력이 많고 역량 있는 분들이 기존 회사를 나와 1인 출판 창업을 많이 하는 추세입니다. 출판 매출이 감소하고 전망은 어둡다는 분위기이지만, 정작 출판사의 수는 늘고, 이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분들의 1인 출판 창업 소식 또한 자주 접합니다. 최 국장님은 현재 창업하는 분들께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신가요?

분명한 건 그런 창업자 대부분이 현재의 출판계에 나름의 진단과 대안을 갖고 있으니 그 불황의 늪으로 뛰어든 것 아니겠어요? 저는 그분들이 처음 가진 열정과 생각들을 실천하면 좋겠어요. 감히 제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것은 아니고요. 출판계의 부족한 부분을 진단한 대로, 그 속에서 꼭 해보고 싶어 한 그 기획 출판을 역동적으로 진행해 가시면 좋겠어요. 그런 도전이 하나하나 모여 큰 물줄기를 이룰 때 비로소 우리에게 다시 출판의 르네상스가 올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종이책이 사라지거나 혹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감히 한쪽으로 진단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어느 쪽이든 장담할 근거도 없고요. 다만, 책을 많이 읽는 사회이든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회이든, 책과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매체가 반드시 존재하리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요. 결국, 출판사들의 기획이 ‘판매’를 위한 고민에서 좀 벗어나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필요에 좀 더 접근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좋은 내용에 대한 요청이 아니라 환경적으로 동시대의 여러 기기들에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로서 형식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동 분야에서 주목받았던 세이펜처럼 말이죠.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책을 읽어 본 사람은 굳이 제가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시기에 책을 사서 읽으실 겁니다. 책을 읽지 않는 분이라면 아무리 책을 읽자고 얘기해도 고개만 끄덕일 뿐 읽을 것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책을 사지 않지요. 재미있는 것은 제가 학부모이다 보니, 예외 없이 모든 부모들이 자녀에게 책을 읽으라고 당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지요. 살면서 자녀에게 권할 만한, 삶의 유익을 도모할 만한 것을 떠올리면 ‘독서’는 늘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갑니다. 아는 만큼 자녀들에게 권하는 만큼만 같이 책을 읽어 주시면 좋겠어요.

최승진 국장은 가스펠투데이처럼 교계 뉴스를 다루는 매체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기독교 문화 사역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산업이나 자본, 혹은 기술이 아니라 독자의 문학적 상상력이라는 점을 주목해 주기를 바란다고. 즉, 독자들의 문학적 상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지면에 양서와 저자를 소개함으로써 독서 문화를 확대 부흥시키는 데 이바지해 주기를 부탁했다.

좋은 기독 저자의 글을 발굴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소리를 모으는 출판사와 이를 네트워크하는 한국기독교출판협회의 동역으로 책의 소중함을 아는 시대가 존속되고, 한국 교회가 텍스트를 이해하고 시대 감수성이 깊어지는 믿음의 사람들로 세워지고 있다. 의미와 가치가 있는 자리를 묵묵하게 지키며 결핍을 감수하는 사람들을 통해 책과 만나는 문화 공간은 독자들에게 항상 열려 있다. 최승진 국장의 언급처럼 다양한 상상력이 가미된 새로운 형태의 책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끄는 책들이 여럿 소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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