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 오동섭 목사
  • 승인 2019.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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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알레그리의 곡 <미제제레>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성금요일에 성당에서 행하는 저녁 미사에 불리는 곡이었다. 미제레레는 원래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의 줄인 말로 ‘하나님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자비를 페푸소서’라는 뜻이다. 이 곡의 가사는 시편 51편으로 곡 자체가 너무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그런데 이 곡이 유명해진 이유가 있는데 당시 교황청이 이 음악의 악보를 봉인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 당시 폐쇄적이었던 교황청은 이 음악의 악보가 외부에 공개되거나 시스티나 성당 바깥에서 연주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시켜서 1770년까지 교황의 명으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만 불렸다고 한다. 이로 인해 악보가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인 1770년까지 이 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은 바티칸까지 일부러 찾아가야만 했다. 작곡자 알레그리는 이 작품으로 고전 음악사에 한 획을 그으며 죽을 때까지 시스티나 성당의 작곡가로 명성을 얻으며 살았다고 한다. 조용히 곡을 듣고 있으면 말 그대로 마음과 생각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알레그리의 곡 <미제레레>처럼 미술사에 있어서 특별히 종교화에 있어서 이 <미제레레>는 또 다른 한 획을 그었다. 파리 외곽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당대 종교화가로서 인정을 받은 조르주 루오. 그는 1918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을 주제로 종교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루오는 자신의 죄악으로 인해 하나님 앞에서 간절히 죄를 용서받고,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다윗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제레레>작품을 구상했다. 특별히 1914년에 있었던 1차 세계대전의 참혹상을 목격하면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잔인하고, 추한 존재인가를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루오는 폭탄이 투하되고 지옥 같은 전장에서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간절히 구하며 판화집 <미제레레>를 작업했다. 인간이 그토록 찬양했던 과학과 물질문명은 오히려 인간을 처참하게 파괴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며 그 한계를 드러냈다. 그토록 찬양했던 과학 발전의 한계를 자각하고 하나님의 영적세계를 더 갈구하게 되었다. 루오는 이러한 전쟁과 사회부조리가 가져온 혐오와 연민을 예수 그리스도 사랑 안에서 새로운 영적인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루오는 깊은 성찰과 함께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루오는 오랜 고뇌와 작품에 대한 집념으로 그의 삶의 역작인 58개 판화 작품으로 구성된 <미제레레>를 완성하게 되었다.

조르주 루오 ‘미제레레’ 출처 mutualart.com
조르주 루오 ‘미제레레’ 출처 mutualart.com

이 작품의 주제는 인간의 참혹한 현실과 하나님의 자비이다. 루오는 먼저 미제레레의 작품을 수채화로 그렸다. 어느 날 루오의 작품을 본 그의 후원자 앙브루아주 볼라르는 이것을 동판으로 만들 것을 요구했고 루오는 1914년부터 동판제작 기법을 익히며 자신의 작품을 하나씩 동판으로 새롭게 제작했다. 자신이 그린 작품이 그대로 동판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작품은 열두 번에서 열다섯 번씩이나 같은 작업을 한 것도 있다.

1927년 드디어 동판 인쇄가 끝나고 난 뒤에 앙부르아즈 볼라르는 원판을 모두 없애버렸다. 그 후에 기대했던 루오의 전시와 출판이 지연되었고, 불행하게도 1939년 후원자 앙브루아즈 볼라르가 사고로 죽게 된다. 그러자 루오의 작품은 후원자의 자녀들 간에 소유권을 두고 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사이에게 세계 제 2차 대전이 발발하게 되었다. 결국 루오의 전시회와 출판은 루오가 세상을 떠나기 10년전 인 1948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이런 오랜 기다림 속에 출간된 판화집 <미제레레>는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은 유럽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위로를 주었다.

이 판화집에서 루오는 지난날 파리 교외 빈민가에서 태어나 살아오면서 보았던 가난한 사람과 노숙자, 외톨이, 노동자, 매춘부와 뚜쟁이, 사형수, 농부, 슬픈 사람, 공포, 맹인 등 이 사회에서 부당하게 대우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그렸다. 또한 그는 이들과 대비되는 귀부인과 자유부인, 법조인과 장교, 정치인, 의사를 그렸다. 이러한 사람들 사이에 그는 고난과 멸시 당하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표현했다. 램브란트 이후에 가장 뛰어난 화가 조르주 루오는 죄인 되어 고통 받는 인간과 함께하시고 구원과 소망을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판화집 <미제레레>에서 표현했다.

이 판화집에서 루오의 58점의 작품은 그림 1- 33까지 전반부는 ‘미제레레’ 부분이고 그림34-58은 ‘전쟁’이라는 주제의 그림이다. 루오의 미제레레 연작 중에 그림 27 <모든 사물에 눈물이 있다...>의 그림을 보면 한 남자가 악기를 메고 옷은 다 벗겨져 등에 걸쳐져 있다. 그의 얼굴은 큰 슬픔과 절망이 가득한 채 곧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표정이다. 그는 너무나 힘겨운 나머지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어 한 쪽 무릎을 땅에 꿇고 있다. 하늘을 쳐다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가고자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든 사물에 눈물이 있다. Sunt lacrimae Rerum - from "Miserere" by G. Rouault - 1926
모든 사물에 눈물이 있다. Sunt lacrimae Rerum - from "Miserere" by G. Rouault - 1926

사실, 이 세상은 어떻게 보면 온통 눈물의 골짜기로 뒤덮여 있지 않은가. 한 골짜기를 빠져 나와 숨을 쉴만하면 또 다른 골짜기가 나오고, 그 골짜기를 빠져나와 좀 쉬고자 하면 이내 다른 골짜기가 나타난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구하는 그 때가 오히려 우리에게 복이요 평안이며 감사의 순간이다. 하나님의 자비하심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그때가 인생의 위기요, 가장 위험한 때일 수 있다. 우리를 향해 항상 용서하시고, 우리의 고통을 품어주시고, 우리를 향해 도우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우리가 누구인가?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끊을 수 없고 흔들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이다. 이제 확신을 가지고 날마다 새롭게 믿음의 결단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든지, 내가 어떤 모습이든지 하나님 앞에서 ‘주님, 나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주의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주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진심으로 고백하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를 들으며 루오의 <미제레레>를 감상하면서 우리를 사랑하시되 끝까지 용서하시고 사랑하시는 주님을 묵상해 본다.

 

 

오동섭 목사미와십자가교회 위임목사스페이스 아이 대표극단 미목 공동대표
오동섭 목사 (미와십자가교회,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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