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_재난현장에 필요한 건 라면만이 아니다
ⓛ현장르포_재난현장에 필요한 건 라면만이 아니다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8.03.13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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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그 후, 재난 현장이 삶의 자리인 사람들

#포항 흥안교회

반파되었던 교회 건물은 정리했지만 아직 교회 마당은 어수선하다.
반파되었던 교회 건물은 정리했지만 아직 교회 마당은 어수선하다.

4개월 만에 시작되는 재건축, 그 많던 관심은 어디로?

무너진 교회를 바라보는 주민들, "언제 복구되나요?"

지난 해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은 지역사회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그 중에는 교회들도 있었다. 당시 피해를 입었던 흥안교회(김두천 목사)는 교회가 반파되어 마을 주민의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고 숙식을 해결한다. 지진 발생 4개월이 지났지만 흥안교회는 여전히 예배 처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파된 건축 폐기물들은 정리됐지만 흐트러진 본당과 사택 문은 잠겨 있고, 교회 마당 한쪽엔 미처 정리되지 못한 폐기물과 건축 자재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포항지진으로 교회 완파 판정을 받은 흥해교회(김영달 목사)와 흥안교회는 아직 복구 중이었다. 김두천 목사는 처음 관심과 달리 재건축이 쉽지 않았음을 밝혔다. 

“참 많은 언론사들이 다녀갔습니다. 아마 마을 주민들도 처음 봤을 거예요. 좋은 차들이 교회 앞에 죽 늘어서고, 카메라 맨 사람들이 계속 왔다가고. 교회 지진피해 사례 모델로 쓰였어요. 많은 분들이 후원도 해주시고, 또 해주시겠다고 약속도 하시고. 한때 1억 지원을 받았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죠.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그만큼 처음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죠. 지금은…철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제야 재건축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김두천 목사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교회 아랫집에 산다는 주민이 지나가다 물었다.

“일 안 해요? 교회는 언제 복구되나요?”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김 목사는 웃었다.

예배할 수 없는 성전과 기울어진 사택 앞에서 김두천 목사
예배할 수 없는 성전과 기울어진 사택 앞에서 김두천 목사

지진으로 교회가 반파된 후 김 목사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무너진 교회와 정신없는 본당, 들어가지 못하는 사택, 여기저기 보이는 균열이 아니었다. 지역 주민들의 말이었다. “왜 교회가 무너졌나?”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직장 다니고 사업 하다 뒤늦게 농촌목회 길에 들어선 김 목사는 이런 날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오히려 성도님들이 위로해주세요.”

지난 해 11월 15일 지진 발생 당시 반파된 현장. (사진제공=흥안교회)
지난 해 11월 15일 지진 발생 당시 반파된 현장 (사진제공=흥안교회)

힘들고 지친 김 목사를 다독이는 성도들, 마을 주민의 집이지만 누구보다 뜨겁고 간절한 예배를 함께 드리고 있다.

“지진 피해는 큰 교회가 더 클 거예요. 당연히 건물이 크기 때문에 그렇겠죠. 하지만 문제는 목회자 사례비도 잘 받지 못하는 미자립교회 형편은 더 심각합니다. 우리교회 같은 경우도 처음엔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교회를 다시 지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지금 재건축이라도 해서 일단 예배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주위에서는 교회건축헌금을 위한 사업도 권했지만 김 목사는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교회와 성도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거절했다.

“하나님이 해주시겠죠. 후원을 약속하신 분들도 계시고, 끝까지 함께 기도해주시겠다는 분들도 계셔서 5월쯤에는 교회에서 예배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포항 곡강교회

양철지붕 뒤로 지진 후 완파 판정을 받은 곡강교회 사택(사진제공=곡강교회)
양철지붕 뒤로 지진 후 완파 판정을 받은 곡강교회 사택(사진제공=곡강교회)

새롭게 발견되는 건물 균열, 기술 지원 절실하게 필요

상처 입은 교회, 상처 입은 자를 치료하다

“현재 필요한 건 함께 벽돌을 쌓는 일입니다.”

재난현장에 필요한 건 라면만이 아니다.

사택 완파 판정을 받은 곡강교회(김종하 목사), 4개월이 지났지만 김 목사는 지진이 나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수요예배를 준비하고 있던 11월 15일, ‘쾅쾅쾅쾅’ 소리와 함께 건물이 상하좌우로 흔들렸다. 서재 책장들을 고정시켜놨기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책들이 쏟아지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컨테이너로 된 서재 1층에 있는 사택건물은 갈기갈기 찢긴 것처럼 균열이 나있었고, 그 옆 다목적 컨테이너 2층 건물도 기울어져 있었다. 둘러보니 여기저기 동네 담장들이 무너져 길이 막혀 있었다.

지진으로 곡강교회 사택을 완파 판정을 받았다
지진으로 곡강교회 사택은 완파 판정을 받았다

사택이 있던 자리는 현재 공터다. 평온해 보이는 곡강 마을이지만 자세히 보면 구석구석 갈라진 땅과 무너진 담장, 건물의 균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김 목사는 교회에서 불과 30미터 앞에 있던 사택이 완파되어 이재민 지원 대상자가 되어 포항시내에 있는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농촌 목회하면서 아파트 생활하기는 처음이라며 웃었다.

“사택 피해가 워낙 커서 교회를 미처 돌보지 못했는데 본당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균열이 있더라고요. 곡강에서 완파 판정을 받은 곳이 5채예요. 그런데 행정적인 문제로 복구가 더디죠. 계속되는 여진으로 얼마 전 흥해아파트가 기울면서 복구가 필요한 작은 마을들이 소외되고 있어요.”

‘상처 입은 자가 상처 난 자를 치료한다’ 사택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900만원 받은 김 목사는 그 중에서 500만원을 마을 주민들에게 나눴다. 그 어느 후원보다 마을 주민들은 감동했다.

“한 가지 잃으면 한 가지를 얻는다고 하잖아요. 성도님들은 교회를 더욱 사랑하게 됐고 교회는 지역사회를 돌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죠. 덕분에 주민들과 더 친해졌어요. 당장 인력지원이 필요할 때 교회 성도를 통해 해경 50여명이 와서 무너진 담장과 막힌 길을 복구해줬어요.”

지진으로 인해 성도들은 교회를 더 꼼꼼하게 돌보기 시작했고 교회는 마을 복구를 위해 봉사했다. 그 결과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는 더욱 좋아졌다.

“봉사에는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진 난 후 2주 안에 정말 많은 인력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2주 지나서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지진을 겪으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재난 현장에 필요한 것이 라면만은 아니라는 거죠. 보호소가 아닌 삶의 현장으로 찾아가는 구호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무너진 벽돌을 치워주는 작업을 했다면 이제는 함께 벽돌을 쌓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수시로 발견되는 건물 균열들을 보니 우리뿐만 아니라 지진이 발생한 모든 지역에서 기술적인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할 것입니다. 교회들이 끝까지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진으로 완파 판정을 받은 사택을 철거하는 모습(사진제공=곡강교회)
지진으로 완파 판정을 받은 사택을 철거하는 모습(사진제공=곡강교회)

무너진 교회와 도시를 세우는 이들은 누구인가?

끝까지 함께하는 관심과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 있어야...

포항은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의 강진으로 주택 등이 파손돼 672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지난 2월 11일 규모 4.6의 여진 이후 4만5000여 건의 각종 시설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경주지진(리히터 규모 5.8)에 이은 관측 이래 2번째 강진이었지만 피해 규모는 최대였다.

현재 포항시에는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 382명, 176세대가 흥해체육관에서 머물고 있다. 흥해체육관도 지진의 여파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이 제기되었지만 다른 곳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지진 후 포항 기쁨의교회(박진석 목사)에서 적극 이재민 수용 조치를 했고, 많은 교계 단체에서 자원봉사와 후원으로 관심을 보였다.

포항시 지진피해수습단장으로 바쁜 허성두 단장과 힘들게 연락이 닿았다. “이번 포항시 지진 피해 복구에 교회가 얼마나 기여했나?”라는 질문에 '미미한 수준'이라며 기대치에 못미쳤음을 밝혔다. 

아직 지진 여파는 끝나지 않았다. ‘자연재난구호 및 복구비용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주택이나 공공시설에 대해선 금전적 보상 지원을 하고 있지만 종교시설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다. 지진 피해를 입은 교회들은 노회나 연합단체, 성도들의 후원을 통해 스스로 복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작은 교회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문제는 교회뿐만이 아니다. 교회 밖에도 여전히 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끝까지 함께하는 관심’과 ‘현실적인 지원’이다.

무너진 교회와 도시를 누가 세울 것인가?

재난의 현장에서 무너진 교회와 도시를 세우는 이들은 같은 상처를 입은 자들이었다. 지진 피해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상처가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도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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