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섬 교회와 여름사역
[에세이] 섬 교회와 여름사역
  • 정용문 목사
  • 승인 2019.08.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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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우리교회도 섬 교회에 직접 찾아가
하다못해 목회자들의 손이라도 꼭 잡아줬더라면,
그들에게 기쁨이 되어줬더라면..."

 

정용문 목사
생명의빛교회

1986년, 전라남도 완도군에 위치한 청산도 지리에서 처음 보내는 여름은 대단했다.

여러 번의 답사가 있었지만 지리라는 곳은 이미 여러 차례 교회를 거절한 곳이었다. 마을 한 가운데 자리 잡은 큰 바위가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어 정월대보름이면 한 집 당 한 상씩 차려놓고 잔치 겸 굿을 벌였다. 그런 곳에서 젊은 목회자를 환영하기란 쉽지 않은 게 당연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은혜로 동네 우물이 가까운 한 집에서 4살짜리 아들과 두 살배기 딸을 둔 우리 부부에게 방을 한 칸 내줬다. 부엌은 창고를 개조해 사용했다. 그게 1985년 9월의 일이다.

그리고 맞은 여름이 어떻게 지났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저 대단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마을회관을 빌려 예배를 드리며 여름성경학교도 했다. 당시 압해중앙교회 청년들이 사역을 섬겼다. 마을에서 진행된 첫 여름사역이었다. 마을에 있는 어린이들 80여명이 모였었다.

이후 우리를 파송한 교회는 물론, 육지에 있는 교회들에 사역 지원을 요청하고, 이에 응답한 교회들이 청년 혹은 장년들과 함께 지리교회를 찾아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교회는 마을에서 자리를 잡았다. 우리의 노력이 아닌 교회들의 도움 때문이었다. 오지 섬마을까지 찾아와 아이들에게 찬양과 율동을 가르쳐주고, 축구공을 선물해주고, 미용봉사나 의료봉사로 마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어느 교회에서는 맛있는 삼계탕을 대접해 마을 어르신들을 섬겼다. 그들의 봉사로 교회는 물론 우리 부부도 큰 위로와 격려를 얻었다.

겨울에도 많은 사역들이 이뤄졌지만 아무래도 여름사역이 많았다. 많게는 한 해 여름에 4팀이나 우리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것은 다만 숙소뿐이었지만 그래도 한 끼니라도 청산도의 해산물로 대접하고자 아내가 수고를 많이 했다. 여름이 끝나고 나면 가을철 수확기를 맞이해 마을은 바빠졌지만 우리는 그제서야 잠시 숨을 돌리곤 했다. 그렇다고 가을 내내 쉬는 것은 아니었다. 또 다시 계절 탁아소를 열어 미취학아동 20여명을 돌보곤 했다.

그런 섬 사역을 그만두고 목포에서 사역한지 22년이 되어간다. 청산도는 슬로시티로 유명해졌고, 그때 아이들은 장년이 되어 여러 지역에 흩어져있다. 당시 함께 섬기던 성도님들 중 한 분만이 교회를 지키고 있다고 들었다.

어느 계절보다 잔치 같고, 교회에 사람이 넘치고 왁자지껄했던 그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모든 사역이 하나님의 역사고 은혜였지만, 육지 교회들이 섬 교회를 섬기는 마음으로 그 먼 곳까지 달려와 마을 곳곳에 복음을 전하던 그 때가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비록 섬에 있었지만 한국교회가 우리와 함께 사역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섬 교회가 아니더라도 교회마다 여름 사역들이 진행된다. 우리교회도 지난 주에 여전도회와 수련회와 주일학교 캠프를 다녀왔다. 몇 교회에 꾸준히 선교비로 후원하고 있지만 작은 교회라는 핑계로 직접 교회를 찾아가 사역한 적은 없다. 은퇴가 가까워오는 지금에서야 후회가 된다. 나도, 우리교회도 섬 교회에 직접 찾아가 하다못해 목회자들의 손이라도 꼭 잡아줬더라면, 그들에게 기쁨이 되어줬더라면 하는 후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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