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호] 내가 없다고 지구는 멈추지 않는다
[64호] 내가 없다고 지구는 멈추지 않는다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08.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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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 정해진 역할은 없다.
스스로에게 최고의 삶을 살고 있다고 격려해주자."

나른한 오후를 깨우기 위해 필자의 사무실 ‘가스펠투데이’ 주필실 8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대학로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쳐다보며 상념에 젖을 때가 많다. 사람들의 패션, 헤어스타일, 얼굴표정, 걸음걸이 등 볼거리도 많다. 넓은 도로위로는 차들이 즐비하고, 인도로는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오간다. 세상에는 정말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수십 분을 바라봐도 같은 사람을 한사람도 보지 못한 것 만 봐도 그렇다. 그러면서 문득 머릿속으로 몇 가지 질문들이 스쳐간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세상은 나를 꼭 필요로 하는 걸까. 나를 세상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고는 있을까. 과연 저 사람들 가운데 몇 사람이나 나를 알고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되물으니 갑자기 마음이 어두워진다. 내가 없다고 해서 지구가 멈추는 것도 아니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나는 소중한 존재이고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내세울 수도 없다.

미국을 여행하면서 버몬트의 단풍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의 내장산이라고 부르는 버몬트의 단풍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그런데 그 절경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숲 가까이 다가가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무 한그루 한 그루가 크고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나무 한그루만 볼 때에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때 깨달은 것이 나무하나는 볼품없어도 숲을 이루면 아름다운 풍경을 이뤄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인을 놓고 보면 특별하고 독특할 뿐만 아니라 유일한 존재다. 그러나 더불어 함께하지 않으면 개인의 특별함은 작은 돌멩이 하나에 불과하다. 세상이라는 숲은 한그루 소중한 나무가 서로 우거질 때 가능하다. 하지만 내 주변을 보면 나를 필요로 하는 일들이 많고 나를 통해 인생의 소망을 붙드는 사람들도 있다. 나와 함께 위로와 기쁨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가족들 또는 소중한 누군가와 특별한 삶의 흔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감이 생기는 이런 이유 외에도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더 없이 소중한 존재란 것을 안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의 역할은 축소된다. 그러다 맞이하는 것이 퇴직이다. 세상에서 나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찾아보자. 내 경우 긍정적이고 확신에 찬 성격, 따스함, 배려 등을 들 수 있다. 다른 사람도 잘 할 수 있지만 내 나름대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누구도 내 자신을 흉내 내거나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산다면 남자들은 열등감 때문에 행복하게 살기 힘들 것이다. 다른 사람과 경쟁해 승리한 후 행복을 얻으려 한다면 더 부질없는 선택을 하는 셈이다. 모두가 같은 캐릭터를 가진 게 아니므로 배려와 자상함의 범위도 각기 다를 것이다. 길눈이 어두운 사람은 대신 문학과 미술에 해박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바람에 미술작품을 보며 작가와 시대상에 대해 얘기하고 밤새워 카프카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감성으로 주변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경우도 많다.

인간관계에 정해진 역할은 없다. 스스로에게 최고의 삶을 살고 있다고 격려해주자. 오늘의 삶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바로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 라고 생각하라. 하나님은 나를 필요하니 만드셨을 것이다. ‘밀레’는 그림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로 가고 싶었지만, 워낙 가난하여 엄두를 못 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밀레의 그림 솜씨를 아끼는 친구가 가족은 자기가 돌봐줄 터이니 유학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파리로 나왔지만, 가난한 밀레는 돈벌이를 위해서 하는 수 없이 누드를 그려 생활을 꾸려 나갔다. 하지만 생활은 더 나아진 게 없고 추운 날에 땔감이나 식량조차 제대로 마련할 수 없는 형편에 놓여 궁핍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친구 장 자크 루소가 찾아왔다. "이봐 좋은 소식이 있어, 자네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네" 하며 3백 프랑이라는 큰돈을 내놓았다. “'나무 심는 농부'를 주게." 오래간만에 밀레의 가족은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몇 년 후 루소의 집을 방문한 밀레는 깜짝 놀랐다. 루소의 집에 그 '나무 심는 농부'가 걸려 있었던 것이다 . 밀레는 스스로 루소의 우정에 감탄하고 자기 자신이 소중한 사람임을 깨닫게 되었다. “협력하여 선을 이루라”는 주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날이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재단이사

전 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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