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아내를 조선에 묻고 예수를 말하다
두 아들과 아내를 조선에 묻고 예수를 말하다
  • 김성수 지역기자
  • 승인 2018.03.12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롱하는 조선인들에게 찬송으로 답한 선교사
청주 일신여고, 민노아 선교사가 심은 씨앗 기독 명문사학으로 우뚝

부모를 여의면 땅에 묻고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결혼하고 6년 동안 애타게 원했던 아들을 8개월 만에 잃고, 어렵게 얻은 둘째 아들 역시 태어나자마자 떠나보내야 했던 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1892년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을 부여잡고 조선에 첫 발을 디뎠던 민노아(閔老雅, 밀러, 목사. Frederick Scheiblin Miller, 1866~1937) 선교사 이야기다. 두 아들을 잃은

청주 초기 선교사 기념비
청주 초기 선교사 기념비

 

지 1년 뒤엔 부인마저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낯설고 척박한 조선 땅에서 그나마 함께 의지하고 기도하던 아내의 죽음은 민노아 선교사를 절망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온 것도 아닌데, 자식과 아내까지 잃은 선교사를 두고 조선인들은 수군거렸다. “예수가 누구라고 조선까지 와서 그 고생인가? 차라리 미국으로 돌아가지.” 조선인들은 너나없이 당신이 믿는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묻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민노아 선교사는 찬양으로 답했다. 잘 알려진 찬송가 96장, ‘예수님은 누구신가’이다. 이 곡은 경쾌하고 힘 있는 행진곡 풍으로 두 아들을 가슴에 묻고 아내까지 먼저 보낸 사람이 썼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민노아 선교사는 ‘너의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조선인들에게 예수님의 속성을 스무 가지로 요약하여 복음을 전했다.

“예수님은 누구신가

우는 자의 위로와……

죽은 자의 부활되고

우리 생명 되시네

내 영혼에 빛이시며

우리 소망 되시네”

“예수님은 누구신가, 우는 자의 위로와”로 시작하는 이 곡은 민노아 선교사 신앙고백이라 할 수 있다. 슬픔 가운데서 복음서를 요약하며 자신이 누구로 인해 위로를 받고 있고, 슬픔 가운데도 왜 절망하지 않고 기뻐하며, 어떤 소망을 품고 있는지를 구절구절 읊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아 선교사는 초기 조선찬송가 편집위원으로 일했다. 많은 서구 찬송가를 번역했던 그의 손을 거쳐 번역과 창작 찬송가 25편이 《챤숑가, 1908》 실렸을 만큼 문학과 음악에 재능이 있었다. 그 중 지금까지 애창되고 있는 ‘예수님은 누구신가’(96장), ‘주의 말씀 듣고서’(204장), ‘맘 가난한 사람’(427장), ‘예수 영광 버리사’(451), ‘공중 나는 새를 보라’ (588장), 5편은 민노아 선교사가 직접 작사한 곡이다.

이렇듯 한국교회는 두 아들과 아내를 조선에 묻고 예수를 말했던 민노아 선교사에게 100년 넘게 빚지고 있다. “너의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라고 물었던 조선인들에게 찬송으로 답했던 민노아 선교사의 신앙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말한다. “예수님은 누구신가”라고 묻는 이들에게 담대하게 전하라고.

민노아 선교사가 시작한 충북 기독사학 정신은 예장통합 충북·충청노회가 설립한 학교법인 일신학원(이사장 정헌교 목사, 일신여고 교장 한관희)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일신여고가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하기까지 충북노회는 학원선교를 통한 지역복음화라는 사명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관희 교장의 말이다.

4호 양관 포사이드 기념관
4호 양관 포사이드 기념관

 

“산업화 시대에 일신여고는 지역사회 교육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79년부터 야간학급을 운영했다. 어려운 형편에 있으면서도 주경야독하는 학생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미래 희망학교였다. 산업체에서 경제 건설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던 학생들에게 긍지와 사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다가 교육과 산업 환경이 바뀌면서 시대적 소임을 다했다고 보고 2003년에 야간학급을 폐지했다. 4반세기를 이어온 야간학급은 지역사회에서 음으로 양으로 많은 일꾼들을 양성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신여고는 야간학급 폐지 이후 학습 여건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역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전국 명문고로 도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본다. 이미 여러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민노아 선교사가 전했던 정신을 이어받아 기독 명문사학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응원해 주길 바란다.”

민노아 선교사

초기 미국 북 장로회 청주선교부 선교사로, 충북 선교의 개척자이다. 18661210일 미국 펜실바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의사인 아버지(W. M. Miller)와 어머니 수산 워커(Susan Walker) 사이에서 태어났다. 1889년 피츠버그대학교 졸업에 이어 1892년 뉴욕 유니온신학교를 졸업한 후 목사가 되었다.

18921115일 부인 안나 라이네크(Anna Reinecke)와 함께 조선 땅을 밟았다. 18931월에 언더우드가 설립한 예수교학당(현 경신 중고등학교 전신)’ 3대 학당장으로 임명되어 교육 사업에 종사하였다. 1894년에는 서울 연동교회 창립에도 함께 했다.

1900년에 김흥경 조사와 함께 청주 시장에 들러 노방전도를 시작했다. 1904년에 선교부 승인을 얻은 후 1937년에 생을 마칠 때까지 충북 선교에 지대한 족적을 남겼다. 청주선교부를 개설 운영하고, 청주제일교회를 비롯하여 여러 교회를 개척하였다. 청남학교 등 근대학교를 세워 충북 근대교육의 선구적 역할을 하였다. 또한 많은 전도지와 소책자를 제작하여 배포하면서 문서선교와 문맹퇴치에도 힘썼다.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