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언론은 무엇으로 사는가?
기독언론은 무엇으로 사는가?
  • 옥성삼 본지 기획편집위원
  • 승인 2018.03.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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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하나님은 악을 행하지 아니하시며 전능자는 공의를 굽히지 아니하시느니라." 욥기 34장 12절

갑신정변 실패로 10여 년간 망명생활을 하던 서재필은 1895년 사면소식과 함께 정권을 잡은 개화파의 요청으로 그 해 12월 26일 귀국한다. 그가 고국 땅을 밟은 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은 1896년 2월 11일 고종의 아관파천이 있었고, 4월 7일 당시 정치 외교 1번지이자 개화와 한국선교의 요람인 정동에서 독립신문이 창간되었다.

첫 민영신문을 주도한 서재필은 기독교인이었고, 독립신문의 인쇄 역시 배재학당의 삼문출판사에서 이루어졌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서재필이 정부요직을 사양하고 귀국 100여일 만에 독립신문을 창간한 것은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 때문이었다. 여론, 즉 국민적 공감대와 인식의 변화가 정부정책 보다 시대적 변화를 주도 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1897년 2월 2일 미국 북감리회 선교사 아펜젤러는 순 한글 주간신문이 ‘죠션그리스도인회보’를, 4월 1일에는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 언더우드가 ‘그리스도신문’을 발간했다. 언더우드는 창간 취지에서 “조선 백성을 위하여 지식을 널리 펼치려고 하는 것이니”라 했고, 회보도 창간호에서 교회소식과 국내외의 실용적이고 유익한 정보를 알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두 신문의 독자층은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비기독교인을 포함했고, 지면 구성에 기독교 신앙뿐만 아니라 국내외 뉴스, 과학기술과 문화소식 등 당시 사회전반의 다양한 내용을 담았으며, 여러 상품 광고까지 실었다.

 

조선그리스도인회보 1897년 (출처: 네이버)        그리스도신문 1987년 (출처: 국민일보)
조선그리스도인회보 1897년 (출처: 네이버) 그리스도신문 1987년 (출처: 국민일보)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기독언론의 시작은 복음전파와 함께 통전적 선교로써 민족의식 고취와 근대화를 불러오는 통로이기도 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소위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여러 신문이 창간될 때 두 기독신문에서 경력을 쌓은 언론인들이 한국 근대언론 발전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국내 최초의 민영방송인 CBS 라디오가 1954년 12월 15일 현 종로 2가 기독교서회 자리에 연주소와 사무실을, 현 서교동 홍대거리에 송신소를 두고 개국했다. 미군정시기인 1946년 미국 국제선교협의회(IMC)로부터 시작된 방송국 준비가 6.25 전쟁 후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후원 하에 선교사 감의도(Decamp, O. E.)의 주도로 기독교적 교양 육성, 복음 선교, 도의심의 향상을 목적으로 개국했다. CBS는 초기부터 선교뿐만 아니라 방송의 기능에 시민의 사회적 영향력 증대도 중시했다. 이는 설립 당시 방송 편성 방침에 - 1)그리스도의 복음을 널리 선교, 2)도의심 향상과 기독교적 교양 육성, 3)국민의 정서 함양, 4)생활정보 제공과 민주시민 의식 계발, 5)민족문화의 전승 및 발전, 6)건전하고 명랑한 사회 기풍 조성 - 잘 나타나 있다. 4.19 혁명과 70 ~ 80년대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에 CBS 역할은 타방송사와 비교 할 수 없는 역사를 가졌다. 그 외에도 기독교잡지 ‘활천’(1922년)과 ‘기독교사상’(1957년), 한국기독공보(1946년)를 비롯한 교계신문, 북방선교와 지역복음화를 위한 극동방송(1956년), 종합일간지인 국민일보(1988년), 뉴미디어 TV채널(CTS, CBSTV, CGNTV, GOODTV, C채널), 인터넷방송과 포털(C3TV, GODPEOPLE 외 다수)도 일정부분 기독교 언론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기독언론의 시작은 복음전파와 함께 통전적 선교로써 민족의식 고취와 근대화 통로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가 상호보완적으로 혼재하는 오늘, 기독언론을 다시 돌아보는 것은 정체성과 사명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JTBC를 중심으로 한 신생 언론이 촛불과 개혁정국의 촉매제가 되었는데,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지난해 한국교회가 세습 문제와 연합기관의 분열, 종교인 과세, 가나안성도 200만 명, 신천지 이단문제 등으로 세상의 문제꺼리로 지탄 받을 때 기독언론이 어떤 목소리를 내놓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지난주 개봉한 영화 ‘The Post'는 한국사회의 기독언론과 크리스천 리포터에게 우리의 정체성과 사명이 무엇인지를 상기시켜준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꽃을 피운 미국사회에서도 언론자유와 언론경영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닌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경쟁 속에 살아남기이며 부당한 압력과 두려움 앞에 자신을 던져 저항(protestant)하는 헌신을 토대로 이루어짐을 말하고 있다.

성경은 기독언론을 시대의 공의와 정의의 목소리로 불렀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시대를 분별하는 역량의 겸비’ ‘모든 것을 참고 견디고 바라는 사랑’, 이것은 교회와 크리스천의 정체성이자 기독언론의 사명이기도 하다. 한국선교의 초석을 놓은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121년 전 회보와 신문을 통해 추구했던 사회의 공기로서 통전적 기독언론의 사명을 기억하고 성찰할 때이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언론홍보 책임교수Cross Media Lab 원장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및 생활여가연구소 소장

옥성삼 박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언론홍보 책임교수
Cross Media Lab 원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및 생활여가연구소 소장
가스펠 투데이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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