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② 사진의 왜곡, 사진의 반영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② 사진의 왜곡, 사진의 반영
  • 박혁순 목사
  • 승인 2019.08.23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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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언제까지 취하여 있겠느냐? 포도주를 끊으라.”(삼상 1:14) ‘엘리’ 제사장이 술에 취한 채 성막에 들어와 횡설수설하는 여인에게 질책한 한 마디다. ‘한나’라고 이름하는 여인은 입술만 움직이고 음성이 없어 그 모양새가 꼭 취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사정은 어떠했던가? 한나가 대답했다. “나는 마음이 슬픈 여자라 포도주나 독주를 마신 것이 아니요, 여호와 앞에 내 심정을 통한 것뿐이오니, 당신의 여종을 악한 여자로 여기지 마옵소서.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은 나의 원통함과 격분됨이 많기 때문이니이다.”

이 일화는 보이는 것에 쉽게 속는 인간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내 눈에 보였는데, 정작 본 것이 사실이 아닌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이 점은 바로 사진에도 나타나는 근본적인 문제다. 지난 시간에 나는, ‘진실에 대한 모사(摹寫)’라는 의미를 지닌 ‘사진’(寫眞)이 정작 구비된 조건 아래 세계의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한계를 지닌다고 밝혔다. 그뿐만은 아니다. 사진 한 장을 두고 수용하는 자의 이해에 엄청난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음 사진을 보자.

‘사이공식 처형’ (The Saigon Execution)
‘사이공식 처형’ (The Saigon Execution)

베트남 전쟁에 관한 사진이라면 가장 유명한 컷이다. 독자들은 이 사진을 어떻게 보는가? 잔인하게 권총을 겨눈 군인, 그리고 죽음에 임박해서 절망의 표정을 짓는 사내. 너무도 처절하고 불안해 보인다. 대개 우리는 오른쪽 남자에게 감정을 투사하여 ‘너무나 불쌍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전쟁의 비참한 현실을 폭로한 세기적 작품이기 때문에 사진기자인 에디 애덤스(Eddie Adams)는 1969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미국 내에 엄청난 반전 여론을 일으켜 결국 이 작품이 미군철수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관계는 어떠했을까? 우측에 있던 사람이 북베트남측 암살부대장으로서 정작 살인마였다. 남베트남 경찰들의 부인, 자녀, 친척들을 살해해서 도랑에 버렸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미국의 우방인 남베트남측 응우옌응옥로안 장군이 체포 직후 즉결처형한 것이다. 그러나 사진을 본 미국인들은 그런 사실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남베트남 장군을 비난하고 이 사진을 통해 반전 여론을 일으켰다. 훗날 애덤스는 이렇게 회상했다. “두 사람이 저 사진에서 죽었다. 총탄을 맞은 사람과 응우옌응옥로안 장군이. 장군은 베트콩을 죽였고, 나는 카메라로 장군을 죽였다. 여전히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사람들은 사진을 믿지만, 사진은 조작이 없음에도 거짓말을 한다. 그것은 오직 절반의 진실만을 말한다.”

‘아름다운 우리 지구’
‘아름다운 우리 지구’ 박혁순 목사

또 다른 사진을 보자. 대기권 밖의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내려 보며 촬영한 사진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집 베란다에서 하늘을 올려 보며 찍은 컷이다. 초저녁의 하늘이지만 구도를 135도 회전시켰을 때 하늘은 지구가 되었고, 지구는 무한한 우주가 되었다. 나는 트릭을 썼지만 많은 감상자들은 나의 유머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대개 우주에서 내려다 본 지구의 모습으로 봤으며, 도대체 촬영자가 이것을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해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컷에서도 밝혀지는 사실은 우리의 눈은 속기 쉽고 또 경험과 선입견을 통해 제 나름대로 해석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진에 이러한 함정이 있다는 점을 염두하면서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사진 본연의 정의(定義)에 걸맞는, 곧 진실에 대한 반영이 그것이다. 아래 사진 역시 베트남전에서 촬영된 유명한 컷이다. 3,000℃의 고열을 내면서 반지름 30m 이내를 불바다로 만들고, 때로는 사람을 질식시켜 죽게 하므로 비인도적인 무기로 지목된 네이팜탄이 어떻게 아이들까지 희생시키는지 고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언급한 '사이공식 처형'이라는 왜곡된 작품과 더불어 이 작품도 베트남전을 끝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네이팜 소녀(Napalm Girl)
네이팜 소녀(Napalm Girl)

나는 사진을 촬영할 때마다, 바로 진실의 ‘왜곡’과 ‘반영’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왜곡을 통해 사진은 재미와 창조를 도모할 수 있고, 반영을 통해 사진은 포토저널리즘의 고발과 보도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것이 사진의 양면성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사진이 아니고서도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 이러한 이율배반적 접근을 하고 있다. 사진예술은 이러한 실상에 대해 반성하고 숙고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니 당신이 호주머니에 둔 그 뛰어난 도구를 가지고 ‘주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대해 보라.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신학자가 지은 한 질의 저서보다 세계를 변혁시키는 일에 있어서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박혁순 목사 창신교회 담임 창신대 겸임교수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박혁순 목사
창신교회 담임
한일장신대 겸임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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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 2019-08-26 10:58:03
멋진글입니다,,,,,
저도 글을 읽는 내내 행복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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