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호] 이 복더위에 한 주발 차에 얼음 띄워...
[63호] 이 복더위에 한 주발 차에 얼음 띄워...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08.07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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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산책이나 운동 등으로
더위 적응력을 조금씩 높여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국이 지글지글 끓고 있다. 작렬하는 태양이 어둠속으로 묻혀버린 밤일라고 예외는 아니다. 냉수를 마시고 에어컨을 틀어놓고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지 않는다. 이럴때 아깝게 요절한 친구 시인 박정만을 생각하며 그가 남긴 시를 묵상하며 더위를 식혀보려 한다.

‘나 이 세상에 있을 땐 한간 방 없어서 서러웠으나, 이제 저 세상의 구중궁궐 대청에 누워, 청 모시 적삼으로 한 낮잠을 뻐드러져서, 산 뻐꾸기 울음도 큰 댓자로 들을 참이네. 어차피 한참이면 오시는 세상. 그곳 대청마루 화문석도 찬물로 씻고, 언뜻언뜻 보이는 죽순도 따다놓을 터이니, 딸기 잎 사이로 빨간 노을이 질 때, 그냥 빈손으로 방문하시게, 우리들 생은 다 정답고 아름다웠지, 어깨동무 들판 길에 소나기오고, 꼴망태 지고 가던 저녁나절, 그리운 마음 어찌 이승의 무게로 다할 것인가’ (박정만 1946~ 1988) ‘대청에 누워’

대청마루 화문석도 찬물로 씻고 대청에 청 모시 적삼 입고 누워 한잠 뻐드러지게 잔다니 부럽다. 하늘나라에서 그러고 있으리라.

“한 주발 향그런 차 조그마한 얼음 띄워/ 마셔보니 참으로 무더위를 씻겠네/ 한가하게 죽침(竹枕) 베고 단잠에 막 드는 차에/ 손님 와 문 두드리니 백번인들 대답 않는다네.”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1420~1488)의 시 ‘삼복(三伏)’이다. 시원한 꽃차로 더위를 씻은 후 달콤한 낮잠에 빠진 학자의 모습이 정겹게 그려진다. 초복과 중복을 보낸 요즘 너무도 덥고 습해, 조상님의 말마따나 입술에 묻은 밥알마저 무겁다. 이 일 저 일 다 냅다 던져 버리고, 김수장(조선 영조 때의 가인:歌人)이 읊은 것 마냥 맑은 계곡을 찾아 옷 벗어 나무에 걸고 노래 부르며 옥같이 맑은 물에 세상의 먼지와 때를 씻고 싶다.

삼복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이다. “삼복더위에 쇠뿔도 꼬부라든다”는 속담이 있는 걸 보면 그 옛날에도 더위가 엄청났나 보다. 그런데 정말 쇠뿔이 꼬부라든다? 해학, 지혜와 더불어‘뻥’도 꽤나 센 조상님들 때문에 무릎치며 웃는다. 1970·80년대 한여름의 한낮, 식구들이 마당에 나비물만 뿌리면 시원했다. 세수를 하고 나서나 걸레를 빨고 나서 나비물을 뿌렸다. 이맘때 마당가에 흐드러지게 피던 달리아(dahlia)는 식구들이 차례로 끼얹어주는 나비물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나비물은 나비 날개 모양으로 옆으로 쫙 퍼지게 끼얹는 물이다. 먼지 폴폴 날리는 마당이나 대문 앞 골목길에 먼지를 재우기 위해 나비물을 뿌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국의 한 과학자가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더위를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온도를 섭씨 126도까지 올린 방에 생 쇠고기를 들려 보냈다. 한참 뒤 밖으로 나왔을 때 쇠고기는 푹 익어 있었지만 사람은 땀만 흠뻑 흘렸을 뿐 멀쩡했다. 비밀은 기온변화에 적응하는 사람의 뛰어난 능력과 습도에 있었다. 더운 곳에 있으면 사람은 땀을 흘린 다음 바로 증발시켜 체온을 낮춘다. 하지만 습도가 높을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증발속도가 뚝 떨어지는 탓에 화상을 입거나 더위를 느끼게 된다. 앞의 실험에서도 방 온도는 높았지만 습도는 아주 낮았다. 섭씨 100도가 넘는 건식사우나에서는 견딜 수 있는 반면 60도가 안 되는 물속에선 버티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우주비행사 훈련 때 204도의 건조한 실내에서도 알몸으로 견뎌냈고, 옷을 입은 상태에선 260도까지 참았던 사례도 있다. 보통 32도에 습도96% 정도면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흐르는데 비해 습도가 48%로 낮아지면 36도를 넘어야 땀이 난다.

그렇다면 생활하기에 가장 좋은 ‘쾌적 온도’는 얼마일까. 계절, 지역, 나이, 개인건강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선 성인기준으로 여름철 섭씨 24~26도, 겨울에는 20~22도 정도로 본다. 그 범위 내에 있으면 쾌적함을 느끼면서 두뇌활동도 활발해진다고 한다. ‘건강온도’라는 것도 있다. 통상 실내, 외 온도차 5도 이내를 의미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름철 24~28도, 겨울철 18~20도를 권하고 있다. 이보다 더 낮거나 높은 상태에서 장시간 노출되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피부질환과 비염, 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무더운 여름 실내가 너무 덥다고 느낀다면 에어컨, 선풍기 함께 틀기, 반소매셔츠 입기, 넥타이 안 매기 등을 해보자. 에너지 96.2%를 수입에 의존하는 터에 지나친 냉, 난방에 익숙해져 있는 습관을 고치고 땀 좀 흘릴 각오를 하고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 등으로 더위 적응력을 조금씩 높여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삼복더위에 개 혀?(보신탕 먹을 줄 알어?)하는 사람도 없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재단이사

전 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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