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① 사진(寫眞), 과연 진실의 모사인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① 사진(寫眞), 과연 진실의 모사인가?
  • 박혁순 목사
  • 승인 2019.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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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오래간 친분을 맺어온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있다. 언젠가 내가 그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매우 흥미로운 비유를 들은 적이 있다. 노래방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전국민들이 가수가 되어가는 것처럼, 이제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전국민이 사진작가가 될 것이라고. 그의 말처럼 이제 우리는 유원지에서나 길거리에서나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무엇인가를 촬영하는 모습들을 흔하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진 사진들은 전업 사진작가들의 뺨을 칠 정도의 작품성을 갖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과연 우리는 그 어떤 시기보다 엄청난 양과 높은 질의 사진을 양산하는 ‘사진문명’의 시기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진(寫眞). 말 그대로 그것을 풀이하자면, ‘진짜를 베끼는 것’, 또는 ‘진실에 대한 모사(摹寫)’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새겨보니 매우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다! 진리를 듣고 진리를 전파한다는 그리스도인들 입장에서 주의를 요하는 정의다. 그런데 과연 사진이 진실한 실제를 모사할까? 우리는 이 지점에서 매일처럼 즐기는 사진에 대해 신앙적, 성경적, 신학적 반성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돌아보고 생각할수록 사진을 통해 각성되는 신앙의 유익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진은 인간 인식의 축소판이라는 점을 짚어본다. 근대 인식론을 세운 칸트에 따르면, 인간에게 주어지는 외부의 ‘잡다한 것들’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지닌 감각의 틀인 시공간의 형식과 ‘12가지의 지성의 범주’*에 담겨져야만 지식으로서 성립하게 된다. 그렇게 선천적으로 구비되어있는 조건만큼만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진 역시 필름과 렌즈 등의 구비된 조건 내에서만 세계의 이미지를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흑백필름은 결코 천연색을 담을 수 없다. 구비된 은화염의 조건 아래 모든 이미지를 흑백으로 처리한다. 컬러필름 역시 자외선, 적외선, 감마선, 엑스선 등을 담을 수 없다. 또 적외선 필름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유일하게 적외선만 담을 수 있다. 이것이 사진일진대 과연 우리가 사진이란 곧 진짜를 베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적외선 필름으로 촬영된 사진' 박혁순 목사
'적외선 필름으로 촬영된 사진'

더욱이 시공간 속에서 변화운동 가운데 있는 세계를 정지된 상태로 취하는 일은 양면적 모순을 지닌다. 분명히 존재했던 것을 담는 것이면서도 이제는 부재한 것을 담아 놓은 것이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생각하자면 사진에 맺힌 상은 이 세상에서 다시 찾아보려 해도 찾아지지 않는, 어떤 실재와 가공(架空) 사이의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가령 유치원을 다니던 딸아이의 사진은 약간의 시간만 지나버리면 실제 딸아이와 멀어져 버린다. 순간을 담는다는 일은 이토록 허망(?)한 작업일 수 있다.

나는 사진에 입문했을 때에 사진기를 둘러메고 거리를 나설 때마다 내 앞에 나타난 모든 사물들이 경이롭게 다가옴을 자주 느꼈다. 아름다운 명산대천뿐만 아니라 시끌벅적한 시장통,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도시의 뒷골목 등등이 피사체로서 새롭게 느껴지며 멋진 예술작품으로 저장될 수 있다는 사실에 늘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조금 더 세월이 흐른 후에는 너무도 인간을 닮아 있는 사진예술의 정체에 몸서리치기도 했고, 지금에 와서는 상당한 신학적 문제를 제기하는 매체라고 여기게 되었다. 앞으로 세 차례가량 사진과 기독교 신앙과의 관계를 나누어 보기로 하겠다. 인간과 사진이라는 제한적 틀에 비친 이 창조의 세계가 얼마나 흥미롭게 이지러지면서도 심중한 의미를 전하는지 생각해보고, 당장 우리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그 훌륭한(!) 사진기를 통해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묵상할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 칸트가 정리한 12가지 범주는 다음과 같다. 양(단일성 수다성 전체성), 성질(긍정성 부정성 제한성), 관계(실체-속성, 원인-결과, 상호적), 존재의 양상(가능성 현실성 필연성)

 

박혁순 목사 창신교회 담임 창신대 겸임교수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박혁순 (한일장신대 겸임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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