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회는 진정한 피난처인가?
[사설] 교회는 진정한 피난처인가?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9.08.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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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열기에 모두들 맥을 못 추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 및 미국과의 복잡한 외교적 문제에다 이제는 일본의 시비까지 합세해서 얽히고설킨 실타래 풀기에 모두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곤 했던 유명한 정치평론가 정두언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여러 가지 추측이 무성했지만, 공식적인 사인은 평소 앓고 있던 우울증으로 판명되었다.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요 3선국회의원에다 다재다능하고 파란만장했던 그의 이력은 극단적 선택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는 또한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다.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에 속하는 자살자들 가운데 유독 그리스도인이 많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자살예방을 위한 기관과 단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의 자살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자살이라는 행위 자체를 교리적으로 정죄하는 데 열정을 쏟았지만, 자살의 원인을 밝혀내고 자살예방을 위한 노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기독교를 일컬어 생명의 종교라 일컫는다. 예수님은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인간은 스스로 삶과 죽음의 결정주체가 될 수 없다. 자신의 생명은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늘날 환자에 대한 첨단 의료기술의 개입으로 인해, 과거에는 ‘자연스런 죽음의 과정’이었던 경우가 이제는 상당히 모호한 경우들이 늘고 있다. 현재 생명윤리 영역에서는 개인 자율성이 존중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한편으로 유의미란 변화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는 결국 공동체의 피해를 초래한다. 생명의 종결 여부에 스스로의 의지가 개입된다면, 생명은 더 이상 하나님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빠른 근대화 시대를 지나 탈근대와 지구화 및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불안정한 직장생활, 증가하는 청년 실업률, 커져가는 빈부격차, 부동산의 강남불패 신화, 서울공화국으로 대표되는 수도권과 지방권의 격차 확대, 노인인구의 급증현상 등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은퇴 이후를 준비하지 못한 채 노년층에 진입한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오병이어 사건은 사람들의 영적 양식 뿐 아니라 일용할 양식 또한 공급해 준 총체적 돌봄이었다. 반면, 그동안 한국교회는 ‘영적 필요’를 소리 높여 외쳤던 반면, ‘삶의 실제적 필요’에는 침묵으로 일관해 온 측면이 있다. 빵이 필요한 이에게는 복음과 함께 빵도 주어야 한다. 교회는 빵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영적 필요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말로는 오병이어 사건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준비되지 않은 채 인생의 다음 단계에 접어든 이들은 심각한 아노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실패는 곧 사회적 낙오’라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의 압박은 사회적 약자를 더 큰 불안이라는 감옥으로 몰아넣는다.

자칫 교회의 영적 양식에 대한 강조가 삶의 현실적 필요를 외면하거나 방기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그런 복음은 내일을 위한 양식이 될 수는 있어도 오늘을 위한 양식은 될 수 없다. 만성적인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살다 보면 누구든지 우울한 시기를 지날 때가 있다. 생의 의미를 상실하거나, 극도의 불안과 좌절에 직면한 개인에게는 기댈 언덕이 필요하다. 진정한 공동체가 붕괴된 세상에서 자살률의 증가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살은 한국교회가 ‘진정한 공동체’인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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