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를 맡은 이는, 포도주로 변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으나, 물을 떠온 일꾼들은 알았다. 그래서 잔치를 맡은 이는 신랑을 불러서 그에게 말하기를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뒤에 덜 좋은 것을 내놓는데, 그대는 이렇게 좋은 포도주를 지금까지 남겨 두었구려!" 하였다. (새번역, 요한복음 2장 9~10절)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을 즐길 때 맛있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맛있다라는 표현은 음식을 씹어서 삼킬 때 만족감이 있다는 표현으로, 음식을 먹기 전에 느끼는 향이 좋고 먹음직하다라는 말과는 조금 구분되는 말입니다. 요즘은 음식과 맛을 더 복합적으로 즐기는 추세라서 음식이 그릇에 담기고 놓인 모습, 후각을 자극하는 향과 맛의 조화, 더 나아가 서비스의 충실도 등 미식을 즐길 때 느끼는 중요한 요소로 여러 가지를 꼽기도 합니다.
와인에 있어서 맛있다라는 표현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표현으로 좋은 와인, 좋은 포도주라는 말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와인을 즐긴다는 것은 음식처럼 미각적인 측면에서 만족감을 준다는 표현에 더해, 후각적인 향에서 느낄 수 있는 좋은 풍미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맛있다’라는 표현만으로는 와인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표현하기에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또한 와인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은 와인의 색에서도 만족감을 느낍니다. 잘 만들어진 와인은 색에서 느껴지는 조화도 매우 커서, 시각적인 부분에서 만족감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와인을 즐긴다는 것은 단순히 음료나 술을 즐긴다는 것에서 나아가, 색과 향과 맛의 조화를 공감각적으로 즐긴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어떤 와인은 마트나 슈퍼에서 저렴하게 판매되기도 하는 반면, 어떤 와인은 매우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하는데, 비싼 와인이 저렴한 와인보다 가격비대로 몇 십 배, 몇 백배 더 맛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 아주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맛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비싼 와인을 구매한다는 것은 와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어떤 이유가 되었든 와인을 구매하는 이에게는 그만큼의 만족을 주고 있어서입니다. 오랜 시간 숙성된 와인은 복합적인 맛, 숙성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게 되는데 그 차이를 느끼고 크게 느끼는 사람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만족감을 즐기게 됩니다.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거나 차이를 인지하지 않으면 굳이 비용을 더 지불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 이구요. 이런 좋은 와인은 음식과 함께 즐길 때 음식의 맛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주거나 더 풍미를 좋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서 서양의 식사에서는 항상 와인을 식사와 곁들이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은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물이 부족해 식수의 역할을 대신했던 성서시대의 와인은 좀 더 일상적으로 마시는 와인과 잔치나 행사에서 쓰이는 좀 더 좋은 와인으로 구분되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음료가 많지 않던 당시 좋은 와인을 구해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 잔치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 할 수 있습니다.
잔치 중 준비했던 와인(포도주)이 소진되어 떨어져버리는 사건은 혼주에게 매우 난처하고 어려운 순간이었을 것입니다만 우리가 잘 알다시피 잔치에 초대받은 예수께서 그 어려움을 해결해주어 잔치는 계속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좋은 포도주’를 내 주어 감사인사를 듣기도 했습니다. ‘좋은 포도주’는 잔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행복한 잔치가 되도록 도왔습니다. 햇빛을 잘 받고 잘 자란 포도는 또 한 번의 시간이 새겨져 좋은 와인이 됩니다. 삶에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이라는 음료로 ‘좋은 와인’을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