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냐, 배상이냐! 일본군 성노예제 해법을 보는 두 시각
사죄냐, 배상이냐! 일본군 성노예제 해법을 보는 두 시각
  • 고기복 기자
  • 승인 2018.03.09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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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되지 않은 정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가 7일(목)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렸다. 올해 15회째를 맞은 이번 회의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이 참석했고, 티모르 레스테와 일본 등에서도 관련 단체들이 함께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은 아시아 각국 점령지에서 여성들을 군 위안부로 동원했다. 한·중·일,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티모르 레스테, 파푸아뉴기니, 말레이시아, 괌, 미얀마, 베트남 등에서 일본군은 주둔 지역 여성들을 성 착취했다. 인도네시아 주둔 일본군은 인도네시아에 살던 네덜란드 여성들도 군 위안부로 동원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당시 피해 여성들의 증언과 위안소 설치에 대한 기록이 나라마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아직도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 각국은 연대를 통해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일본군 성노예제 해법을 위한 방법론에는 나라마다 온도 차이가 있다.

정의기억재단 원지우 총무팀장은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를 먼저 촉구하는 한국과 달리 외국 활동가들은 배상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연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이 꿋꿋하게 희생을 증언하고 일본의 사죄를 요구한다며 피해자 중심의 해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현되지 않은 정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하여’란 주제로 열린 회의를 주관한 정의기억재단은 이날 오후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서울나들이를 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에서 온 세 분 피해 할머니들을 모시고 서울나들이 하는 동안 모진 세월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에서 온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지원단체 활동가 라힘 씨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피해 증언들은 어떻게 수집하나

우리 단체는 자카르타에서 활동하던 대표가 2005년부터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피해자들이 술라웨시 주도인 마까사르에서 200킬로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 등에서 발생했다. 이번 한국에 온 두 할머니는 서로 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산다. 지역이 광범위하고 상당수 피해자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여전히 노출을 꺼린다. 우리가 판단하기에 술라웨시 전역에서 1500여명의 피해자가 있었다고 추정한다. 나이가 많아서 소통에 어려움이 많다. 갈수록 피해 증언들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피해자 보상과 일본의 사죄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에 한국에 온 할머니 소개

젊은이들도 겁먹는 63빌딩 투명유리 위에서 웃고 있는 누르아이니 할머니
젊은이들도 겁먹는 63빌딩 투명유리 위에서 웃고 있는 누르아이니 할머니

두 분은 모두 1930년생이다. 10대 중반에 일본군들에게 피해를 입었다. 일본군 위안소에서 네덜란드 군이 들어오기 전까지 붙잡혀 있었다고 들었다. 젊은 여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두 분 중 누르아이니(Nuraini, 89) 할머니는 독립유공자로 연금생활자다. 남 술라웨시는 인도네시아 독립운동 과정에서 끔찍한 학살이 벌어졌던 곳이다. 일본군이 점령했던 옛 식민지를 되찾은 네덜란드군은 독립운동 게릴라 지휘관들과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죽였다. 1946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남술라웨시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11차례나 한 마을을 포위한 뒤 성인 남성들을 모두 학살하는 방식으로 군사작전을 펼쳤다. 당시 희생자를 추모하는 희생자 기념관 이름이 ‘4만 희생자’다. 그때 할머니 아버지도 학살당했다. 인도네시아 공화국(당) 군인이었다고 들었다. 할머니는 15살부터 1년 반 동안 총을 들고 네덜란드군과 싸웠다. 다시 짓밟힐 수 없다는 신념 하나로 싸웠고, 살기 위해 싸웠다. 일본군에게 당했던 기억이 할머니로 하여금 무장하게 했다고 본다.

▶전쟁 범죄, 사죄 있었나

네덜란드 정부는 2011년 공식 사과와 배상을 했다. 금액 문제가 아니라 정의 실현의 문제였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민간인 학살 문제를 그렇게 오랫동안 방치해 왔던 인도네시아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네덜란드 친위 경찰과 민병대 등이 학살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들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인도네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피해자 보상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도 그런 현실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피해자 지원 활동 어려움

일본군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했을 때 독립운동을 하던 주요 인사들은 사실상 일본군에 부역했다고 할 수 있다. 무장 세력들은 일본군 힘을 빌려 독립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독립 후에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공론화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95년 이전까지 군부는 이런 문제를 들추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피해자들과 지원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끄러운 역사 정도로만 치부하는 인식이 없지 않고, 정부도 의지가 부족하다. 이번과 같은 아시아연대회의는 전쟁 범죄를 알리는 좋은 기회다. 많이 알려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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