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프로테스탄트를 전망하며
포스트 프로테스탄트를 전망하며
  • 옥성삼 교수
  • 승인 2019.07.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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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라는 역사적 토대 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하나님나라 사역 그리고 십자가와 부활사건은 오순절 성령강림을 통해 급진적 종말을 대망하는 결사체로서 새로운(reformed) 신앙공동체(ecclesia)를 탄생시켰다. 혈육과 언약으로 주어진(given) 가나안의 선민(選民) 공동체가 아니라 메시아 사건과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시대문화를 돌파하는 미션공동체가 시작되었다. 로마 근교의 카타콤베나 터키 카파도키아의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초대교회의 정체성이 얼마나 종말론적이고 공동체적인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4C 로마제국의 종교가 된 기독교는 초대교회의 급진성과 역동성 대신 천국과 지상의 시공간을 연결하는 기독교문명(Christiandom)을 전망했다. 어거스틴으로 대표되는 교부신학은 기독교 세계관의 경이로운 뼈대를 만들었지만, 제도화로 인한 공(公, Catholic) 교회의 한계(교리와 전통의 경화)를 어찌 할 수는 없었다. 이것이 고대와 중세 교회에 대한 가치평가 문제는 아니지만, 당시 교회는 예수의 복음공동체는 물론 초대교회와도 질적인 차이가 있다. 사막 교부와 수도원운동 역시 구조상으론 중세 교회의 패러다임 안에서 각기 서 있을 뿐이다.

16C 종교개혁은 공교회의 심각한 부패를 원인으로 보지만, 넓게는 지동설과 신대륙의 발견, 르네상스와 문자 미디어 등 거시사회의 문명사적 변동과 낡고 병든 교회체제간의 충돌이었다. 후스, 루터, 칼뱅, 쯔빙글리 등의 추동이 아니라 해도 중세교회는 복음의 성육신적 역동성을 담을 수 없는 철 지난 옷이 되었다. 종교개혁의 이신칭의, 만인사제, 4가지 신앙기치(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성경, 오직 예수그리스도) 등은 시대변화에 소통하는 교회로서 프로테스탄트를 탄생시켰다. 수도원과 세상, 성직자와 평신도의 이분법적 구분과 위계는 해체되었고, 성직의 권세는 만인의 소명이라는 과제(task)로 전환되었다. 이후 500년 동안 프로테스탄트는 교파 교회(감독제, 대의제, 회중제)의 다변화와 재분열이 미션의 동력이자 피할 수 없는 그림자가 되었다. 근대시민사회와 영미자본주의의 발전이 프로테스탄트 확장의 토양이기도 했지만. 두 차례 세계대전이 남긴 깊은 상처는 고도근대사회의 일상화된 변화와 함께 ‘소속 없는 신앙인’(Believer without Belonging) 같은 탈 교파 교회체제의 도전에 직면하게 하였다.

근래 한국교회가 경험하는 부조리 현상 - 양극화, 목회자 일탈, 교회세습, 청소년 감소, 에큐메니칼 쇠퇴, 이단과 안티기독교 발흥, 가나안성도 - 도 이제는 윤리적 문제를 넘어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바라 볼 때이다. 시민사회가 합리성과 윤리 잣대로 교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것 그리고 교회 내 개혁그룹의 비판 - 맘몬이즘, 번영의 신학,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근본주의 신학 - 역시 신학적이고 종교사회학적인 진단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회 안팎의 분석과 진단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교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현상비판과 당위적 요청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것은 거시사회변동 속에서 진행된 16세기 종교개혁과의 유사성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 현실을 압축성장의 부작용이나 성장정체기의 위기만으로 볼 수 없는 것은 교파 교회체제의 자정능력과 시대문화와의 소통능력에 근거한다. 세계화 20여 년 동안 한국교회의 내적 자정과 외적 소통이 함께 작동하지 않는 것은 현상의 차원보다 구조적 불일치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서구교회(protestant)는 20C 후반 교회의 쇠퇴를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져온 탈중심성과 다원사회 그리고 정보통신사회의 고도화와 신자유자본주의 세계화 등의 거시사회변동에서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문명사적 변화에 대한 교회의 대응으로 1980년대를 전후하여 ‘공공신학’(Public Theology)과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가 본격적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서구사회의 이러한 실천을 오늘날 한국교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 역시 충분치 못하다. 세계화로 대표되는 거시사회구조변동의 공통분모와 함께 한국사회의 특수성에 대한 통합적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압축근대화 - 개화, 식민, 해방과 전쟁, 남북분단,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 경험은 세계화로 인한 한국교회의 문화지체와 함께 한국교회 정체성 위기의 밑바탕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서구교회의 전환기적 노력은 한국교회의 현 논의 수준과는 달리 종교개혁의 프로테스탄트 체제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칼바르트 신정통주의 신학과 라인홀드 니버의 변혁적문화관에 근거한 교회론의 한계는 폴 틸리히의 상호변혁적 문화관(복음의 정체성이 아닌 교회체제의 작동과 사회 관계성 측면에서 상호변혁)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교회상을 요청하고 있다. 21세기 세계화 환경은 더 이상 서구 프로테스탄트의 앞선 발걸음에 대한 한국교회의 학습(catch-up)을 무력화할 것이다. 문명사적 변동과 소통하는 창의적인(first move) 교회론의 모색은 동시대 세계교회 공통의 문제이면서 각자가 처한 특수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종교개혁이 프로테스탄트의 출현과 함께 공교회의 변화를 촉진한 것과 같이, 한국교회의 포스트 프로테스탄트 전망은 한편으로는 갈등적 양상의 개혁성(reforming)을 촉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거시사회 구조적 변동을 품는 새로운 교회체제를 현실화할 것이다. 상당 기간 이어질 낡은 체제와의 충돌과정에서 철 지난 옷을 세탁하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시대변화에 맞는 흰옷을 찾고 준비하는 수고와 안목이다. 이미 시작된 포스트 프로테스탄트에 대한 한국교회의 진지한 성찰이 절실하다.

옥성삼 교수연대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옥성삼 교수연대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
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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