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함께하는 묵상] ④ 두 배신자
[명화와 함께하는 묵상] ④ 두 배신자
  • 오동섭 목사
  • 승인 2019.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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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에게 있어 ‘입맞춤(Kiss)’은 뜨거운 주제이다. 사랑의 가장 극적인 모습인 남녀 간의 입맞춤을 화폭에 담고 싶은 것이 작가들의 예술적 열정이다. 우리가 가장 쉽게 볼 수 있고, 잘 알려진 ‘입맞춤’의 작품은 아마 구스타프 크림트의 ‘키스’일 것이다. 벼랑 끝에 두 사람이 황금빛 망토 안에서 아름다운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크림트 외에도 수많은 작가들이 입맞춤의 장면을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예술적 표현으로 그려냈다. 그 중에서 성경적으로 매우 인상 깊은 입맞춤의 장면은 지오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의 ‘유다의 입맞춤’(Kiss of Judas (1304–06), fresco, Scrovegni Chapel)이다. 이 작품은 다른 것과 달리 사랑의 절정이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 아닌 가롯 유다의 배신의 입맞춤이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북부도시 파두아(Padua), 스코로베니 예배당(Cappella Scrovegni)의 남쪽 벽 하단에 있다. 작가 지오토 디 본도네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후에 서양 미술의 흐름을 비잔틴 양식에서 르네상스 양식으로 새롭게 바꾼 위대한 화가로 알려져 있다.

Giotto di Bondone, ‘유다의 입맞춤’(Kiss of Judas  출처 : wikimedia
Giotto di Bondone, ‘유다의 입맞춤’(Kiss of Judas 출처 : wikimedia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를 가장 절박한 대비로 연출한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께서 체포당하시기 직전에 가롯 유다는 온 몸을 다해 예수를 안고 입을 맞추려 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을 보면 마치 원숭이와 같은 형태로 탐욕스럽고, 추악해 보이며 배반의 의미인 노란 망토를 걸치고 있다. 그의 겉모습은 가장 화려하지만, 가장 비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욕심과 두려움, 불안이 찡그린 유다의 모습 앞에 평온하고 담담하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예수의 표정에서 흔들림 없는 당당함이 느껴진다. 오히려 슬픔으로 유다를 향한 연민과 사랑이 느껴지는 예수의 표정에서 요한복음 13장 1절에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의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수의 표정에서 유다에게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유다야 아직 늦지 않았다. 회개하고 나에게 돌아오라,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이 작품과 함께 감상하면 좋을 작품으로 영국의 포드 매독스 브라운(Ford Madox Brown)의 ‘베드로의 발을 씻기시는 그리스도’(Jesus Washing of Peter’s feet 1852-6, oil on canvas,116.8 × 133.3 cm,Tate Britain)이다. 가롯 유다가 예수를 배신하기 전 유월절 마지막 만찬의 자리에서 예수께서 그의 배신을 제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예고하셨다. 예수께서 유월절 식사를 하시다가 갑자가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고는 제자들을 발을 씻기시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따르던 선생님의 행동에 놀란 제자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고, 베드로는 예수께서 자신의 발을 씻기시는 것을 처음에는 거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예수께서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요13:8)라고 말씀하시자 베드로는 기꺼이 발을 씻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Ford Madox Brown Jesus Washing Peter’s Feet  출처 : tate
Ford Madox Brown Jesus Washing Peter’s Feet 출처 : tate

이 때 예수는 제자들을 향해 ‘다는 아니니라’고 말씀하면서 제자들 중에 배신자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셨다. 요한복음 13장에서 가롯 유다는 “네가 하는 일을 속히 하라”(요13:27)는 예수의 말씀에 그가 따르던 선생님과 3여 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을 뒤로한 채 어두운 밤 속으로 사라진다. 그 후 겟세마네 동산에서 가롯 유다는 배반의 입맞춤으로 예수를 은 삼십에 대제사장에게 팔아넘기게 된다. 반면, 다혈질이었지만 충성스러운 제자 베드로는 자신은 결코 예수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지만 예수께서 잡히시던 날 밤 세 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며 배반하게 된다.

두 배신자, 가롯 유다와 베드로는 자신들이 한 일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는지 깨닫고 뉘우쳤지만 서로의 결말은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였다. 한 사람은 진실로 자신을 끝까지 사랑하신 예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살았던 사람이었고, 한 사람은 예수의 말씀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욕심과 야망에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았던 사람이었다. 가롯 유다는 자살이라는 선택으로 자신의 생을 마쳤지만 베드로는 죽기까지 예수를 증거하는 증인으로 삶을 마쳤다.

우리는 삶의 자리에서 누구나 또 다른 배신자가 될 수 있다. 하나님을 온전히 따르겠다고 결단하고 또 결단하지만 어느 순간 베드로와 같이 주를 부인하고 자신에게 깊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여전히 우리를 향하여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주의 음성에 우리 자신을 맡겨야 한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우리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주님이 주시는 사랑의 음성에 자신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가 또 다른 배신자가 되어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은 나를 사랑하신다는 하나님의 살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적인 연약함에 주를 부인하고 자신에게 실망하고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주의 사랑을 기억하고 돌이켜 주께로 돌아가는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과 용서를 배운다. 그 반복된 과정 속에서 주의 포용과 배려를 배우며, 인내를 배우게 된다. 믿음의 긴 여정에서 우리는 흔들리는 존재이지만 우리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사랑 줄을 굳게 잡고 현재를 사는 것이 진실한 믿음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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