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패스터의 등장
폴리패스터의 등장
  • 박봉수 목사
  • 승인 2019.07.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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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의 ‘대통령하야촉구 시국선언문’ 발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 전 목사의 공개적인 정치발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가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 “이 나라를 이슬람 할랄 앞에 팔아먹었기 때문에 하나님이 박 대통령을 탄핵한 것이다”라고 주장하여 빈축을 산 바도 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와서는 노골적인 막말을 쏟아내면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교계에서 전 목사는 보통 목사와는 다른 이미지의 인물로 각인되어왔다. 그는 교계에서 존경을 받는 인물도 아니고, 주류교단의 대표성을 가진 목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회를 크게 부흥시켜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목사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교계정치판에 꾸준히 참여하여 지분을 넓혀오다가 한기총 대표회장까지 올랐다. 그래서 정치목사의 이미지를 굳혀왔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전 목사는 일반적인 목사와는 다른 모습으로 비쳐져왔다. 계속되는 정치발언과 막말로 언론에 부각되었고, 2008년부터 소위 ‘기독당 운동’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전 목사와 같은 이런 목사를 ‘폴리패스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폴리패스터란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목사를 뜻하는 ‘패스터’(Paster)의 합성어이다. 물론 이런 류의 목사들이 극소수이고 아직 나름대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말은 일반화된 용어는 아니다. 다만 근자에 일반화된 ‘폴리페서’(polifessor)란 말을 원용하여 일각에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폴리페서라는 말이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교수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 폴리패스터 역시 목사직을 유지한 채 현실정치를 기웃거리며 정치권력을 넘보는 목사라는 좋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라는 점이다.

사실 전 목사 이전에도 현실정치에 참여하려했던 목사들이 있었다. 1945년 9월초 신의주제일교회 윤하영목사와 신의주 제 2교회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평안북도 기독교인들을 주축으로 ‘기독교사회민주당’이 결성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공산당정권의 박해에 대한 자구책으로 기독교인들의 정치적 저항형식으로 일어났었다. 그리고 1948년 8월 대한민국정부가 시작될 때 정부나 국회에 참여한 목사들이 있었고, 당시 국회부의장이었던 이윤영목사가 기도하며 국회가 개원된 일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가 친기독교적 정권하였고, 미국에 유학하거나 지도자적 소양을 갖춘 목사들이 해방직후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2004년 3월 한국사회에서 처음으로 기독교 정당인 ‘한국기독당’이 창당됐었는데, 이때 조용기 목사와 김준곤 목사를 비롯한 교계 여러 목사들이 발기인으로 나선 바가 있었다. 그러나 여건이 성숙되지 않자 모두 발을 뺐다.

전 목사는 이런 흐름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2008년 18대 국회의원선거 때부터 기독당 운동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후보자 외에 정당투표를 하고, 전국득표율 3%면 비례대표 1석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을 노린 것이다. 그는 자신이 비례대표로 국회의 진출할 길이 열렸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19대와 20대에도 이런 운동을 지속해왔다. 또한 지난 5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한기총을 방문한 뒤 황 대표가 자신에게 장관자리를 제안했다고 언론에 흘리기까지 했다.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격이 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전 목사는 목사로서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폴리패스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 이런 폴리패스터들이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목사직을 내려놓고 프로정치인으로 정치에 참여한다면 무슨 문제가 될 것인가? 우려되는 것은 목사직을 유지한 채 개교회를 목회하면서 그리고 교계 기관장직을 수행하면서 정치활동을 한다는 점이다. 우선 강단의 메시지가 정치로 오염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강단이 하나님의 말씀 전파의 장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꿈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기독교의 하나 됨이 치명적인 손상을 받게 될 것이다. 정치이슈마다 교계 내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여 대립하면서 교계가 정치이념에 따라 분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기독교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넘쳐날 것이다. 2004년 기독교정당의 등장시점과 개독교라는 비아냥이 노골화된 시점이 같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러나저러나 한국 기독교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 때문에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염려가 된다.

박봉수 목사상도중앙교회
 박봉수 목사 (상도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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