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호] 지부상소(持斧上疏)
[57호] 지부상소(持斧上疏)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06.19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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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의 수준이 곧 교회의 수준이라는 점을 알고
팔로어십 리셋에 대해 고민해야
한국교회가 산다는 것을 지부상소(持斧上疏)한다."

고려시대학자 우탁은 “내말이 틀리면 도끼로 내 머리를 쳐 달라”는 지부상소(持斧上疏)를 몸소 실천했다. 조선시대 유림들도 광화문 앞에서 도끼를 올려놓고 상소를 올렸다. 상소는 올바르고 쓴 소리가 많아 임금의 심사를 건드려 보복당할 위험이 크기에 이를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표시로 도끼를 들고 상소를 한 것이다. 고대로부터 중세와 근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정치는 아무리 왕권제일주의라 해도 온전히 왕에 의한 일방통행은 아니었다. 임금과 수많은 신하들은 좋든 싫든 끊임없는 상호소통을 했다. 서슬 퍼런 조선시대 광해군 때 과거에 응시한 임숙영은 일종의 면접시험인 책문에서 “지금나라의 병은 바로 임금에게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광해군은 대로(大怒)했지만 직언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 신하들의 도움으로 그는 수개월 뒤 병과에 급제하였다. 중종 땐 이자건이 수해가 난 원인을 묻는 임금에게 “임금이 성심을 다해 정치를 하지 않아 하늘이 분노한 것”이라며 “왕은 군자와 소인을 구별할 줄 알아야한다”고 했다. 중국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치세로 평가받는 당태종 곁엔 직언을 서슴지 않는 충신 위징이 있었다. 위징은 나라가 태평성대일 때도 위기론을 내세우며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직언했다. 당태종은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는 위징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다가도 결국엔 그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강력한 왕권의 시대에도 직언이 많았는데 절대 권력의 시대가 아닌 지금은 오히려 쓴 소리가 없는 것 같다. 필자도 지부상소 하니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많이 늙어있다. 이 땅의 선교역사가 130년이 넘었으니 당연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한국교회는 젊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목사, 장로들이 젊어져야 한다. 그래서 목사, 장로 ‘임기제’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임기’는 10년 정도면 좋을 것 같다. 임기가 길면 자기주장이 강해지기 때문에 교회내의 갈등요인이 발생하면 해결이 쉽지 않다는 여론이다. 임기제도의 필요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건 다행이다.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대형화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교회의 대형화는 구성원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과 관리의 효율성 감소, 조직 관리의 비용증대, 줄 세우기 등 복잡성의 문제가 드러난다. 대형이라고 꼭 나쁠 것은 없지만 현실은 흩어지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이가 많다. 오늘날 교회의 조직과 직제의 개혁이 시급히 요청된다. 교회 내에서 목회자의 리더십 저하와 장로의 전횡을 막을 핵심개혁과제는 당회원의 임기문제다. 현재 당회장을 비롯한 당회원이 너무 긴 시간 그 직에 머물고 있다는 우려다.

당회원의 임기문제도 재고해야한다.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목회하면 성도들의 형편을 잘 알고 정서적인 교감에 의한 목회가 가능한 장점도 있지만 매너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형교회는 장로 되기가 힘들어서 시무20년을 넘긴 경우가 드물다. 어느 교회는 원로목사와 원로대우(?)월급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목회 중에 생긴 갈등이 인간관계의 ‘쓴 뿌리’로 나타날 수 있으며 장로역시 과도한 주인의식으로 전횡과 권위의식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교회 안에는 임기제를 비롯한 재신임제와 조기정년제 등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도 하지만 65세 조기정년제는 정년 후에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문제점이 있고, 재신임제는 소신 있는 목회가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목사 장로임기를 10~15년으로 제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선 목사청빙 때 50세 또는 50세 이상 나이제한을 두면 60세 전후에 부임한 목사는 10년 임기를 마치면 정년이 되며 50세 전후의 목사는 10년 임기 후 60세 전후에 새로운 목회의 길을 열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장로도 당회에서 정하여 10년 임기제를 시행할 수 있다. 목회자 한 사람의 변화보다 교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중요하다.

어느 목사는 “목사들이 바뀌어서 한국교회가 바뀔 것 같았으면 벌써 변했을 것”이라며 “공동체 구성원들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긍정적 방향으로 가기 위해 어떤 절차와 방법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마다 사정이 다르니 제언이 옳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도의 수준이 곧 교회의 수준이라는 점을 알고 팔로어십 리셋에 대해 고민해야 한국교회가 산다는 것을 지부상소(持斧上疏)한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방송국 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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