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정란 박사, 공백의 한국 근현대 기독교사를 연구하는 역사인
[인터뷰] 윤정란 박사, 공백의 한국 근현대 기독교사를 연구하는 역사인
  • 김유수 기자
  • 승인 2019.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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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기독교’ 집필
“한국 기독교사 없이는 한국 현대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어”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빛났던 기독교의 역할이 특히나 주목받는 한 해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기독교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끊임없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이후의 한국기독교 역사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굉장히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윤정란 박사(서강대 종교연구소 연구원)는 ‘일제시대 한국기독교 여성운동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 근현대사에서의 여성, 항일운동, 한국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요소들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이북출신 기독교인들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남한에 자리 잡으면서 파생시킨 역사적 과정들을 연구한 저서 '한국전쟁과 기독교'를 펴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국전쟁에 대한 역사적 관심이 집중되는 이때, 한국 근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한국기독교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윤정란 박사를 만났다.

기독인문학원구원 특별강의 '한국 전쟁과 기독교'를 진행하는 윤정란 박사. 김유수 기자

한국 기독교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한국 근현대사를 결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어

 

기독교 한국사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학과에 진학하여 역사를 공부하다가 박사 과정 때부터 한국기독교가 한국 근현대사와 큰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에 국내에서 독립을 준비하는 한쪽 노선은 사회주의자들이 국제주의를 강조했고, 다른 노선에서는 민족주의자들이 민족을 강조했는데 민족의 독립을 위해 민족주의자 연대를 주도했던 사람들이 다름 아닌 기독교인이었다. 이처럼 한국기독교가 근현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 기독교사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내가 2015년에 쓴 ‘한국전쟁과 기독교’라는 책이 유명해졌다. 일제강점기에 기독교를 받아들였던 많은 지식인들은 근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민족주의 운동으로 연결됐는데 광복 이후에 민족주의 기독교인들이 갑자기 역사에서 사라졌다. 근현대사의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이 광복 후 어디로 갔는지, 오늘날의 태극기 부대까지 연결이 되는 기독교 반공주의가 어떻게 등장하게 됐는지가 궁금해서 광복 이후 기독교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전쟁과 기독교’라는 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됐다. 책을 쓰면서 특히나 그 시기 사회에서 자발적이고 역동적으로 일했던 사람들을 추적하는 데 집중했다.

사실 나도 처음엔 기독교 여성학과 기독교 사회주의를 연구하려다가 결국 기독교와 역사를 주로 연구하게 됐다. 한국 기독교가 한국 근현대사에서 큰 영향력을 끼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대로 된 학계의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 기독교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한국 근현대사를 결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근대화 시기 한국기독교의 양상은 어땠나?

일제강점기 당시 남쪽도 도시지역엔 기독교가 성장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농촌 지역에는 천도교와 불교가 강세였다. 농촌이 많았던 남쪽에서는 기존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지주들이 지역을 꽉 잡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종교가 자리 잡기 힘들었다. 또한 교회를 다녔던 소작인들도 교회에 헌금을 낼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없었기에 일제강점기 당시 남쪽의 교회 성장이 더뎠다.

반면 이북지역에는 일본이 공장과 철도를 들여놓아 상업과 무역이 활발해졌다. 근대 상업과 공업 인프라가 자리 잡은 이북지역에는 상업과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고 이들이 활발하게 기독교에 참여했다. 이북 주민들은 남쪽에 비해 자유롭게 교회에 출석했고, 상공업 노동을 통해 번 돈을 교회에 헌금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기독교는 북한에서 먼저 부흥하게 됐다.

윤정란 박사는 "현대 한국기독교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한국전쟁"이라고 말했다. 김유수 기자
윤정란 박사는 "현대 한국기독교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한국전쟁"이라고 말했다. 김유수 기자

 

한국전쟁사에서 기독교의 의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2018 종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는 기독교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전에 남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신도 수가 많았던 종교는 불교였다. 이렇게 한국기독교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나는 한국전쟁이라고 본다.

한국전쟁 이전에도 기독교가 한반도에서 확산하는 과정에는 항상 전쟁이 관련 있었다. 청일전쟁 때 평양에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사람들이 주변 지역으로 피난을 가면서 기독교가 부흥했고, 러일전쟁 때는 의주 쪽에서 같은 과정이 일어났다. 한국전쟁 때 종교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평안도 황해도 사람들이 남한으로 대거 내려오면서 한국기독교 발전을 이끌었다.

이북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남쪽에서 시장 활동에 참여했다. 이에 상설시장이 활성화됐고, 전쟁 이후는 월남한 사람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부산의 국제시장 같이 대구 및 경상도 지역에 시장이 활발하게 늘어났고 3일장, 5일장이 열리던 지역에도 피난민들에 의해 상설시장이 생성되게 된다. 이러한 이북출신 피난민들은 지역에 교회를 만들고 성장시켰다. 한국전쟁 이전에 부산에는 9개의 교회가 있었는데, 51년에 100개의 교회가 신축됐다. 이러한 교회는 지역에 예배당뿐만 아니라 복지원과 고아원, 학교를 지어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신앙인들에게 바라는 역사의식이 있다면?

내가 강조하고 싶은 자세는 모든 것을 본인이 직접 정확히 알아보고 찾아본 뒤에 판단하는 자세다. 이는 신앙인에게든 신앙인이 아니든 똑같다. 사실 기독교 역사에 관해 신앙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이야기들은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는 종교 지도자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기독교가 우리 사회에 중요한 가치인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물론 이는 모든 한국 기독교인들 문제는 아니다. 그러니 현대 시민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의 교인들이 평소에 명확한 기준과 의식으로 판단하며, 이를 통해 명확하게 말하고 행동한다면 앞에서 이끄는 종교 지도자들의 자세도 분명히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이제 한국전쟁 이후 60,70년대 근대화 과정과 한국기독교의 관계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한국전쟁 이후 근현대사에서도 기독교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 그런데 학계의 한국 근대화 연구에 있어서 ‘일본에서 경험한 노동운동과 근대화’, ‘한국의 근대화론이 자발적인가 식민지적인가’ 등의 일본과 관련된 논의는 많았으나 기독교와 관련된 논의를 연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60,70년대 경제 성장의 배경과 한국 기독교인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하려고 한다. 특히 그 시대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세계교회와 연대를 하면서 한국의 민족운동과 경제 성장에 영향을 줘왔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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