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행의 이유' 현상
[사설] '여행의 이유' 현상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9.06.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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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 가 고공행진 중이다. 인터넷 서점들에서 판매율 종합1위를 차지한 이후 한 달 이상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두께에 비해 다소 비싸게 보이는 책값이지만 너도나도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여행에 관한 개인의 사견을 자신의 여행담과 함께 적당히 버무려 놓은 듯 보이는 이 책이 지금 한국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이라는 주제 자체가 워라벨이나 소확행 같은 최근의 유행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을 터.

작가의 인지도 또한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한다. 저자 김영하는 국내에 익히 알려진 소설가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비롯한 그의 소설들은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되어 해외에서도 호평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방영된 <알쓸신잡>이란 TV 프로그램은 그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방면에 풍부한 그의 지식과 인간적인 면모가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되었고, 이전에 그를 모르던 시청자들조차도 김.영.하. 라는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렇게 고급 브랜드가 된 저자의 이름 자체가 『여행의 이유』 를 하나의 현상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이다. 총 9개의 꼭지로 구성된 이 책은 기존의 여행서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보통 여행서 하면 여행지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소개를 하거나 예기치 않게 여행 중에 발생한 사건들에 초점을 맞춘다. 독자는 여행자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생소한 여행지를 함께 여행한다. 독자가 이미 가 보았던 여행지라면 이전의 여행 추억을 떠올리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일반적인 여행서는 여행지의 정보제공이나 여행자의 주관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여행의 이유』 는 특정 여행지 소개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여행이 무엇인가 그리고 왜 사람들은 여행을 목말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끈질기게 파고든다. 저자의 여행 경험도 각 꼭지의 주제에 도움이 되는 차원에서만 이야기할 따름이다. 즉 여행의 의미에 대한 묵상이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자신의 여행경험은 단지 이 뼈대를 돕는 보조수단에 불과하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유의 책들이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번역서들이거나 다소 읽기가 난해한 책들이었다. 그런데 『여행의 이유』 는 한국인의 정서와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서 술술 읽혀진다.

이 책을 대하면서 독자는 여행이 사고 지평을 확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왜 자신이 그렇게 여행을 원했는지에 대한 기존의 생각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재충전을 위해서 등과 같은) 을 새로운 관점에서 직면하게 해 준다. 여행은 이런 거야, 혹은 여행서는 이래야 돼, 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날 때 비로소 새로운 사유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음을 경험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답답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한다. 한때 가슴을 뛰게 했던 위대한 성경 이야기가 왜 이제는 구시대적 유물로 여겨지고 있을까? 이전에 신뢰의 상징으로 수용되던 목사 장로라는 직함이 왜 이제는 허위와 탐욕의 상징으로 추락했을까? 한때 거룩과 신비의 상징으로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 예배당 공간이 왜 이제는 냉소적 눈길의 대상으로 변해버린 것일까? 천만 성도를 자랑하지만, 웅장하고 화려한 예배당 건물이 가는 곳마다 즐비하지만, 정작 속은 점점 더 악취가 풍겨나는 한국교회에 교회의 존재 목적이 무엇인가, 라고 『여행의 이유』 는 진지하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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