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교회모델] 중앙보훈교회(김경수 목사), 병상에서 제2의 전쟁을 치르는 이들
[미래세대 교회모델] 중앙보훈교회(김경수 목사), 병상에서 제2의 전쟁을 치르는 이들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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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 싸운 유공자들
생의 또 다른 전쟁터인 병원
어버이주일을 맞아 가슴에 카네이션을 꽂은 성도들. 교회 제공

 

주일이면 교회 문밖까지

늘어선 병상 중 성도들

교회는 회복의 장소이자

복음의 전초기지 역할담당

점심시간이 막 끝날 무렵, 잔잔한 찬송가 연주가 흐르는 중앙보훈교회에 휠체어를 탄 2명의 환자와 간병인이 예배당을 찾았다. 교회 성도들이었다. 월남전에 참여했던 이들 중 한명은 낙하산 부대에서 활동하다 두 다리를 잃었다. 평소에 “하나님의 회복을 경험해야 한다”는 김경수 목사의 권면에 순종해 기도시간을 갖고 있었다.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중앙보훈병원 별관 2층에 중앙보훈교회가 있다. 1966년 9월 당시 전도사였던 이승훈 목사가 구로동에 있던 오류동병원 적십자실에서 37명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교회가 시작됐다. 이에 앞서 1962년 감리교 신학교에 재직 중이던 이 목사가 국립원호병원에 입원 중인 아버지 친구이던 독립투사 김학규(67년 별세)씨를 병문안하면서 환우들을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이 목사 또한 1960년에 일어난 4‧19혁명 때 총상으로 원호대상이었다.

1972년 12월 20일자 조선일보에는 ‘식당 한구석서 보던 예배 이젠 백10평 아담한 집서’라는 이 목사의 소식이 실렸다. 당시 원호병원 환우들의 상태를 ‘병상에는 실명, 척추절단, 하반신마비 환자들이 그들의 불구에 실망, 삶에서 한 가닥 희망도 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자포자기에 빠진 환자들은 매일 병원 유리창 50여 장씩을 부수는 등 난폭한 생활에 익숙해 있었다…’라고 적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목사는 매일 아침 일찍 병실을 찾아다니며 침대 머리맡에서 함께 기도하는 것을 시작으로 비웃는 환자들, 맥주병을 던지는 환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병원 뒤 언덕에 예배당을 건축하기에 이르렀다.

1983년 오류동에서 강동구 둔촌동으로 이전하면서 예배당도 함께 건축했다. 1985년 원호처가 보훈처로 바뀌면서 보훈병원이 되었다. 2016년 8대 김경수 목사가 취임하면서 교회 이름도 중앙보훈교회로 바꿨다. 그해 50주년 임직식을 갖고, 현재 5명의 장로와 33명의 권사가 교회를 섬기고 있다.

현재 중앙보훈병원은 1,400여 병상을 가진 우리나라의 다섯 번째로 큰 병원에 속한다. 환자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이다. 김경수 목사 또한 군 복무 중 공상으로 인한 국가유공자다. 이 교회는 유공자만 담임 사역을 할 수 있다. 김 목사는 보훈선교단과 관계를 갖고 1년에 한 번씩 전쟁기념관에서 진행하는 나라사랑기도회 총무와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중앙보훈교회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다 7대 목회자가 별세하면서 8대 목회자로 초빙되어 왔다.

중앙보훈교회는 타 병원교회와 다르게 등록교인들이 100여명에 병원 환자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사역 중이다. 교회가 병원 별관에 위치해있어 병원 환자들이 수시로 예배당을 찾는다.

유공자들의 제2의 전쟁터인 병원이지만 하나님과 회복되는 곳이 된다는 김경수 목사. 정성경 기자

김 목사는 “참전 용사하면 흔히 성격이 괴팍한 사람들을 떠올리는데,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나도 78년에 공상으로 제대했을 때 한 달에 2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6.25전쟁이나 월남전에 파병되었던 이들에 대한 처우 또한 좋지 않아 보훈처에 분풀이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또한 그때 병이 든 환자들은 벌써 50년이 넘게 병상 중에 있으면서 육체적인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깊은 상황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등급심사나 보상 문제로 정부와 싸우는 이들도 있다.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김 목사에게 “우리의 헌신으로 나라가 이렇게 발전됐는데 우리는 병원신세”라며 하소연을 한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예수 믿고 하나님께 기도했으니 우리를 낫게 해주실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김 목사가 중앙보훈교회에 부임하고 2016년 1월 3일 첫 주에, 교회 등록된 성도가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다. 육군상사로 제대한 그는 복무 중 다친 다리를 후유증으로 양쪽 다 절단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입원해 있는 동안 목사님이 처음으로 심방을 왔다”며 웃음을 띠고 환영하는 것이다. 김 목사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그 성도가 많이 좋아해줘 오히려 감사했다”며 잊지 못 할 순간으로 꼽았다. 지난 5월 30일에는 전교인이 야유회를 다녀왔다. 한 성도가 김 목사에게 “15년 만에 처음으로 아들을 두고 나와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김 목사가 주력하는 심방 중에 한 곳이 재활병동이다. 매주 토요일 빠지지 않고 그곳을 찾아 말씀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다. 김 목사가 이 곳에 부임한지 6개월 만에 예배당이 부족할 정도로 예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김 목사는 “이 곳에 있는 분들은 젊어서 나라를 위해 전쟁을 겪고, 이제는 병상에서 제 2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참전용사들이 대부분 임종을 앞둔 상황이다. 병원에서 교회와 성도들,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선교팀, 그리고 김 목사를 통해 복음을 듣고 천국을 소망하는 이들은 자녀들에게 “천국에 있을테니 너희도 꼭 오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병원의 방침에 따라 호전되지 않아도 퇴원을 하거나, 오래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젊은 자녀가 군복무 중 공상으로 입원했는데, 그를 간병하는 어머니마저 병이 생긴 것을 봤다”며 “사정이 어려워 가족들이 간병을 맡아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교회지만 국가기관에 거처를 둔 중앙보훈교회는 그 역할이 막중하다. 김 목사는 “이곳이 곧 세계 선교 현장이자 한국교회를 대상으로 한 교회”라고 했다. 특별히 간병인 중 90%가 중국인이면서 다양한 지역, 다양한 종교, 다양한 교단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에서 세계로, 지역으로 퍼져 나갈텐데 살아있는 복음과 건강한 신앙을 가진 이들로 훈련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런 김 목사의 열정으로 새벽예배에 40여 명이 참석한다.

환우생일을 맞이해 지난해 11월 은혜촌교회와 함께 드린 국가유공자 생일위문예배. 교회 제공

병원사역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여러 교회들이 있다. 특히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매주 여러 교회와 단체들이 방문하고 있다. 김 목사는 “많은 분들이 위문을 왔다가 은혜를 받고 간다고 말한다”며 “이들을 불쌍히 여기거나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들이 받은 은혜를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찾아왔으면 한다”고 했다.

병원에서 병상이 늘어나면서 한때 교회를 없애고 원목체제로 가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여전히 교회는 자리를 지켰다. 김 목사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랴, 사람을 기쁘게 하랴’라는 마음으로 목회를 하고 있다”며 “하나님이 가라고 하면 갈 것이고, 서라고 하면 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교회 성도들은 물론이고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꼭 말해주는 것이 있다.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면 한 사람의 능력은 무한대다. 엘리야가 국방을 담당했듯이, 하나의 삶일지라도 하나님께 붙들리면 가까운 이웃과 지역, 세계를 복음화 시킬 수 있다”고.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를 어느 장소에 두신 이유가 분명 있고, 그곳에서 하나님과 회복되고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목사는 한국교회에 “교회가 후손들에게 신앙교육을 잘 시켜서 애국심을 심어줬으면 좋겠다. 이곳에 한번 와보는 것도 크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아픔과 상처가 많은 이들이 여기에 있다. 나라를 위해 수고한 이들이 제2의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이들을 위해 기도해주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에서 특송하는 성도들. 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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