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 박여라 위원
  • 승인 2019.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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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에는 다양한 무늬들이 있다. 식물학에서는 잎차례(葉序, phyllotaxis)라고 부르는 무늬가 있다. 잎을 뜻하는 phyllon에 배열, 순서를 뜻하는 taxis를 붙여 가지에서 -또는 다육식물처럼 가지가 없는 경우라도- 잎이 순서대로 나오면서 만드는 무늬를 이르는 말이다. 플라타너스 은행 단풍 무궁화 수국 소나무 대나무 벚나무 등 사람들 얼굴만큼 다양한 잎 모양은 흔히 알아본다. 하지만 잎차례를 눈여겨보는 일은 별로 없어서 용어마저 낯설다.

최근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은 잎차례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잎차례는 수학 규칙으로 예측할 수 있을 만큼 꽤 정교하다고 한다. 식물학 연구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론 가운데 하나는 잎이 자기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정보를 다음 나오는 잎에 전한다고 한다. 마디마다 홑잎으로 나오든 두세 잎이 나오든, 한 방향으로 나오든 아니면 소용돌이 모양으로 돌든 대칭을 이룬다.

도쿄대 연구팀은 대칭을 이루지 않는 예외 경우가 어떻게 생기는지 살펴봤다. 우리나라에서 전라도 지방에도 서식하고 있다는 상산나무(orixa japonica)가 그들의 연구대상이다. 홑잎이 어긋나게 나오는데 한쪽에 잎이 2개씩, 그것도 잎의 방향과 각도 네 가지가 반복된다. 잎이 대칭을 이루지 않고 확보된 공간이 제각각인 것 같아 보이는 이유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변수를 넣어 계산해보았다고 한다.

결국 찾아낸 변수는 잎의 나이였다. 연구팀은 잎이 나온 지 얼마나 되었냐에 따라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정보를 그다음 잎에 전하는 시그널의 강도가 달라짐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해서 달라지는 것인지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지만, 이 변수로 보완했을 때 기존 이론보다 잎차례를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한다. 자연에 있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잎이 나오는 무늬에도 시간이 담겨있다니!

자연에 있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잎이 나오는 무늬에도 시간이 담겨있다. 박여라 제공
자연에 있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잎이 나오는 무늬에도 시간이 담겨있다. 박여라 제공

집에 있는 메를로 포도나무도 새삼 다시 보인다. 재작년 혹한에서 겨우 살아남은 포도나무는 지난해 포도를 겨우 한 송이, 게다 알도 여남은 개뿐이었다. 그래도 살아남은 것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지난 겨울이 비교적 온화했던 덕분에 기력을 되찾은 덕일까. 봄에 새순이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활기찼다.

가지가 쭉 뻗어 나가며 잎이 나오고, 세 번째 네 번째 마디에 잎 한 장과 ‘장차 포도송이가 될 그것’(花穗, cluster)이 양쪽으로 벌린 팔처럼 나온다. 그다음에는 잎과 넝쿨손이 팔을 벌린다. 잎만 나오기도 하고 넝쿨손만 나오기도 한다. 올해는 새로 나온 가지마다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렸다. 포도는 해거리를 하지 않는 과실나무인데도 마치 해거리를 하듯이 작년보다 올해는 아주 풍성한 가을을 기대하게 한다.

신기한 것은 포도송이가 정확히 새로 나온 가지의 세 번째 네 번째 마디에 달린다는 거다. 다섯 번째 마디에 작고 덜된 포도송이가 더러 달리기도 하나, 주인공은 가지마다 똑같은 순서에 달린 포도송이 두 개다. 이번이 잎이 나올 차례인지 포도송이 차례인지 나무는 어떻게 알까. 포도송이 두 개가 달린 다음에는 왜 그 가지에 포도송이가 더 생기지 않는 걸까. 포도나무에 담긴 시간 정보가 계산해주는 것인가.

이렇게 포도나무 하나에도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신비가 담겨있는데, 인간이 안다고 하는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얼마나 되는지.

 

박여라 위원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박여라 위원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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