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노래를 불러라
평화의 노래를 불러라
  • 장윤재 교수
  • 승인 2019.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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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머의 <오디세이>는 오디세우스라는 사람의 방랑과 모험을 그린 서사시이다.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을 향해 배를 띄우는 오디세우스에게 ‘사이렌’을 조심하라는 경고가 내린다. 사이렌은 아름다운 얼굴에 새의 몸을 하고 날아다니며 달콤한 노래로 선원들의 넋을 빼앗아가는 요괴들이다. 민방위 훈련 때 울리는 사이렌(Siren)도 이 이름에서 유래됐다. 세계 최대이고 국내 1위 커피 체인점인 유명 카페의 로고도 바로 이 사이렌의 얼굴이다. 하지만 이 배의 선원들은 사이렌의 노래에 빠져들어 하나씩 죽어갔다. 오디세우스마저 죽음에 다다랐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그런데 사이렌을 물리친 이가 있었다. 오르페우스다. 산천초목을 아름다운 노래로 매혹시켰다는 하프의 명인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사이렌을 이긴 방법이다. 오르페우스가 배를 타고 항해를 시작한다. 어디선가 달콤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사이렌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주의를 줬건만 선원들은 넋이 나가 차례로 바다에 빠졌다. 그 때 오르페우스는 자신의 하프를 들고 배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이렌의 노래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사이렌의 노래에 정신이 나가있던 선원들이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죽음으로 이끄는 달콤한 노래보다 더 아름다운 생명의 노래에 퍼뜩 정신을 차린 것이다. 결국 그 배는 사이렌이 지배하는 죽음의 바다를 무사히 통과했다. 처음으로 싸움에서 진 사이렌은 그 자리에서 돌덩이로 변하고 말았다.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우리의 노력도 바다의 항해에 비유할 수 있다. 이 바닷길에도 언제나 사이렌의 노래와 같은 달콤한 유혹이 존재한다. ‘살던 대로 살아라. 나라가 분단됐든, 무기 사는 데 혈세를 쏟아 붓든 네 알 바 아니다. 혼자 즐기며 살아라!’ 이런 유혹도 다가온다. ‘미움을 버리지 마라. 용서하면 지는 것이다. 적이 없으면 네 권세가 무너진다. 너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다. 그것들을 저주하고 정죄하면서 네 자리를 지켜라!’ 현대의 사이렌은 더 이상 반인반조(半人半鳥)의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익숙하고 편안한 관습으로 다가온다. 아직 오지 않은 새로운 평화의 세상보다는 낡고 안전한 편안함에 머물라고 유혹한다. 우리는 어떻게 이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희망의 등불을 계속 밝히고 있으면 암흑에서도 견딜 수 있다.” 절망과 싸우는 것보다 희망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질병과 싸울 때 중요한 것은 외부의 세균보다 내 안의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일이다. 사이렌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오르페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사이렌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야 한다. 생명과 평화의 노래를 부르면 된다. 한 찬송가의 가사처럼 ‘내 영혼의 그윽이 깊은 데서 맑은 가락이 흘러’나오게 하면 된다. 그 때 우리는 ‘하늘 위에서 내려오는 평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장윤재 교수

이화여대 교수·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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