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순례] 우보천리 우보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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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재혁 기자
  • 승인 2019.06.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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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의 ‘김교신 일보’

학창시절에 선생님께서는 방학만 되면 학생들에게 일기쓰기를 숙제로 내주었다. 선생님은 일기 쓰기를 통해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기를 원했지만, 실상 학생들이 일기를 통해 향상된 것은 글쓰기 실력이 아니라 꾸미기 실력이었다. 그 시절에 필자는 방학이 끝나 개학 전날이 되어 여태껏 밀린 일기를 한 번에 다 쓰다 보면 기억나지 않는 평범한 날들을 마치 무엇인가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것처럼 꾸며서 쓰곤 했다. 그 시절이 지나고 보니 그렇게 꾸며서라도 일기를 쓰던 그 때가 일기를 거의 쓰지 않는 지금보다는 나아 보인다.

 

 

대다수의 어른들은 일기쓰기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서조선>의 발행인이었던 김교신(1901-1945) 선생에게는 일기쓰기가 그의 인생과 그의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2016년 홍성사에는 ‘김교신 일보-육필일기에 담긴 삶과 시대, 고뇌와 꿈’이란 제목으로 김교신 선생의 일기를 출간했다. 그런데 이 책에는 김교신 선생의 인생에서 극히 일부분인 1932년 1월부터 1934년 8월까지의 일기만 수록되었다. 그 이유는 일제시절 그가 쓴 일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어 그가 스스로 여태껏 쓴 모든 일기를 불태웠기 때문이다. 홍성사에서 출판한 ‘김교신 일보’는 그 당시 기적적으로 불타지 않은 일기를 입수해 오늘의 독자를 위해 최대한 쉽게 풀어쓴 책이다.

김교신은 자신의 일기에 일보(一步)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의 하루하루가 저 본향을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의 한 걸음이라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추정된다. 그가 쓴 일기는 대부분 매우 간결하다. 그의 일기에는 그날의 날씨와 그날 읽은 말씀 그리고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한 정리와 평가가 담겨있다. 1933년 3월 1일에 김교신 선생은 이러한 일기를 썼다.

“아 올해도 두 달이 벌써 갔다! 책한 권도 읽은 것 없이. 일과를 새로 정하다. 3월 1일부터 12월 말일까지 기본 공부 외에 50권을 읽어내는 일. 기본 공부는 성서와 어학. 9시 반 등교. 2시간 수업. 오후 6시까지 졸업증서. 상장 등 처리. <성서조선> 제 50호 나오다. 류석동 씨가 와서 도와주어 발송이 아주 쉬웠다.” (135쪽)

김교신 선생의 일기에는 그가 교사로서 학교에서의 수업을 하고 발행인으로서 <성서조선>의 글을 쓰고 그리고 여러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내용이 주로 나타난다. 아마도 김교신 선생의 본업은 학교 교사였지만, 실제로 그는 거의 돈벌이가 안 되는 <성서조선>의 발행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성서를 조선 위에, 조선을 성서위에’ 세우겠다는 당찬 포부로 시작한 <성서조선>의 발행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김교신 선생은 <성서조선>을 발행하기 위해 일제의 검열과 만성적인 재정적자 그리고 자신의 나태함과 매달 싸워야했다. 우직한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말처럼 일평생 김교신 선생은 우직한 소걸음으로 진리를 향해 걸었다. 김교신 선생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혹은 김교신 선생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처럼 매일 일기쓰기를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둘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예전처럼 작심삼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말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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