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책임
관리책임
  • 박노숙 관장
  • 승인 2019.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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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영적인 부분이 왜 세습될까."

사내 연락망 문건에는 내가 <관리책임>자로 되어 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직원은 안전관리, 통보연락, 피난유도, 초기소화 등 각자 책임이 다르다. 관리책임. 어제 아주 가까운 분의 병문안을 다녀오면서 <관리책임> 단어가 오늘 훅 들어왔다.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아 응급실로 실려 온 그 분은 고혈압, 당뇨, 초기치매까지 앓고 있다. 그 분이 새로이 받은 병명은 천식이다. 노년이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질병이라고 애써 위로를 했지만 정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질병일까, 그렇지 않다. 그분의 병은 예견되어 있었다. 그분은 젊은 시절부터 상대방, 너 때문에 내가 죽겠다는 푸념을 늘어놨었다. 그분의 주변에만 유독 자기중심적이고 맹총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 분의 주변에는 그냥 소시민으로 소소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주변사람들을 그분은 그들이 자기중심적이고 인정머리가 없어 자기를 괴롭혔다고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그분은 자기라는 토양에 상대방이라는 씨앗을 심고 물과 거름을 주고, 위의 햇빛과 옆의 바람까지 끌고 와서 튼튼하게 잘 키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고혈압, 당뇨, 초기치매, 천식까지 맺었다. 앞으로 또 어떤 변형된 열매를 맺을지 모른다.

사회복지에서 빈곤과 학대는 세습된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빈곤과 학대만 세습되는게 아니라, 정신과 영적인 부분도 세습된다.

그분은 자녀들에게 자기와 비슷한 질병에 걸릴 수 있도록 주변환경을 만들고 있었다.

정신과 영적인 부분이 왜 세습될까.

자기 만족감이다. 깊숙이 박혀 있는 내면의 자아가 꿈틀거리는데 경제, 사회환경, 혹은 문화와 관습에 의해 자기만족이 되지 않는 불만족인 삶의 결과이다. 어차피 본인 한계를 넘어설 만한 노력과 변화를 할 자신은 없으니 주어진 현실에 만족해야 하는데 내면에선 그걸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진짜 욕망을 무시하고 엉뚱한 곳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 상대방을 향한 비난이다. 그런다고 근본적 욕망이 채워지거나 해결하지 않는다. 인간의 탐욕은 노력으로 채울 수 없을 만큼 깊고 넓다. 마음가짐이나 기도로 채울 수 있는 속성이 아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면 평생 껍데기로 살아가기 쉽다. 질병의 씨앗은 거기서 자란다.

그분의 자녀는 입 안 가득 밥을 넣은 체, 숟가락을 놓으며 심각하게 말한다.

“주일에 교회는 열심히 나가죠. 2~3일은 반짝해요. 그 이후에는 똑 같아져요...”

관리책임, 평소대로 평생 스스로 해결해야 할 몫이다.

 

 

박노숙 관장

목동실버복지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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