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호] 꽃잎처럼 사라져 간 전우여 잘 자라
[55호] 꽃잎처럼 사라져 간 전우여 잘 자라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06.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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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든 나라,
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생생한 역사를 기록해둬야 한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흐르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사라져 간 전우여 잘 자라” 이 노래는 초등학교 다닐 때 합창으로 많이 불렀던 추억의 노래다. 필자는 주말이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산책로를 즐겨 찾는다. 현충원의 산책로를 자주 찾는 것은 산책길을 걸으면서 자연스레 전직 대통령이나 군 장성, 무명용사와 경찰 등 국가유공자들의 묘역을 들를 수가 있어서다. 이들의 묘소를 참배하며 묘비에 새겨진 추도문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찡해지고 애틋함이 치밀어 오른다. 조국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비문가운데 모윤숙시인이 쓴 고 육영수 여사의 묘비 글은 수려하면서도 장엄하게 느껴진다. ‘당신의 장미는 아직 시들지 않았고 뽕을 따서 담으시던 광주리는 거기 있는데-- 홀연 8월의 태양과 함께 먹구름에 숨어버리신 날 우린 한 목소리 되어 당신을 불렀습니다. 비옵니다. 꽃보라도 날리신 영이시여 저 먼, 신의 강가에서 흰 새로 날으시어 수호하소서. 이 조국 이 겨레를.’ 비문을 읽으면서 마치 고인의 살아생전의 체취가 되살아나는 듯 느껴지고 온 몸에 소름이 돋듯 슬픔이 밀려온다.

바쁜 일상에 치이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때로는 힘들고 가슴이 답답한 날, 산책로를 걸으며 찬찬히 비문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막혔던 가슴이 뚫리고 삶에 대한 숭고함과 나라에 대한 나름의 사명감이 살아난다. 한솔 이효상 씨가 쓴 이인호 해병소령의 추모 글은 쉽게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얼마나 조국을 사랑했기에 청춘도 정든 임도 모두 버리고 그대 몸은 부셔져 가루가 되고 피는 흘러 이슬이 되었거니 그대 흘린 피! 이 땅 적시어 생명 되어 흐르리.’ 남편이나 자식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아내와 어머니들이 쓴 무명용사들의 비문에도 절절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묻어나온다. ‘잘 다녀 올 테니 아이들 잘 보살피고 몸조심하라시며 우리 세 식구 남겨둔 채 입대하시던 당신모습, 조국을 위해 청춘을 불사른 장하신 당신 명복을 빕니다.’ ‘너의 착하던 그 모습이 한줌의 재로 돌아오다니.’ 저절로 눈물이 난다.

6.25전쟁은 북한이 6월 25일 암호명 ’폭풍‘이란 이름으로 남침한 사건이다. 우리국군은 사흘 만에 서울을 빼앗겼고 1953년 7월27일까지 3년 1개월 동안 전쟁은 이어졌다. 민간인 사망자, 학살자, 부상자, 납치, 행방불명이 수백만이었고, 국군, 경찰관이 수백만이 다치거나 전사했다. 북한 인민과 중국군과 유엔군을 합치면 사상자가 600만 명이 넘는다니 천문학적인 숫자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한다. 1983년 10월 북한의 미얀마 양곤테러로 희생된 서석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김재익 경제 수석, 이범석 외무부장관등 순국외교사절의 묘역에 들어서면 이역만리 먼 곳에서 국가 동량재를 잃은 안타까움과 분노가 솟구친다. ’살아서는 향기를 멀리멀리 풍기고 맑음을 날 로 날 로 더해가던 그대 --그대는 총명했기에 그대가 아쉽고--라며,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김재익 경제수석 묘비 글은 가슴을 치게 한다. 김동길 교수가 고향선배인 이범석 장관에게 바친 묘비 글에선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 어느 날 통일의 큰 꿈 이뤄져 평양 가는 첫 기차 서울 떠나는 기적소리 울릴 때 임 이여! 무덤 헤치고 일어나소서.’ 굳이 누가 일깨워 주지 않아도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말없이 산화해간 수많은 호국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묘비를 읽어내려 가면서 문득 천안 함 장병들의 죽음이 떠올라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들도 누구보다 소중한 부모의 자식이었고 사랑스러운 아내의 남편이었으며 귀여운 자식들의 아버지였다. 그러기에 이 땅에 살아남은 우리들은 그들의 죽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일어난 지 69년 되는 해이다. 지금 우리국민들의 70%이상은 6,25를 겪지 않은 세대로 전쟁의 참상을 모른다. 안보라는 것이 공기속의 산소처럼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든 나라, 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생생한 역사를 기록해둬야 한다. 그들이 왜, 어떻게, 무엇을 위해 죽었는지를 후세에 널리 기억하도록. 그 어떤 것보다 현충원의 순국선열 묘비를 차근차근 읽어보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것이다. 아카시아 향기가 가슴을 아리게 하는 이번 6월에는 자녀들을 데리고 현충원 산책로를 걸어보시기를!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방송국 재단이사

전 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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