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에 관한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 ④ 달라진 환경, 속사람까지 변해야
이주에 관한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 ④ 달라진 환경, 속사람까지 변해야
  • 고기복 목사
  • 승인 2019.06.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민을 타자가 아닌 이웃으로, 우리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때에 따라 적절해야 한다. 이주민을 또 다른 문화적 존재로 살피자는 차이와 분별에 대한 성찰이 다문화 열풍을 불러왔듯이, 선주민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라는 보편성을 찾아내는 일 또한 이 시대가 해야 할 일이다. 존중하자는 다문화가 의도치 않게 차별을 잉태하고 있다면 재고하는 게 당연하다. 차이와 차별에 대한 성찰이 다방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글자를 깨우치는 문맹 퇴치처럼 이주에 관해서도 문맹 퇴치,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이 글을 쓴다. - 편집자주 -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도시는 사람이 모이고 변화가 무쌍했다. 그에 비해 시골은 찾아오는 사람도 적고 변화 역시 드물어서 도시보다 훨씬 보수적이며 닫힌 사회였다. 그런 시골에서 외국인을 보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그랬다. 지금은 인구 구성으로만 놓고 보면 시골이야말로 가장 진보적이며, 열려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국제화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 주민이 1만 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시군구가 전국 70여 지역에 이르는데, 비수도권 지역에서 충북 음성과 진천, 전남 영암군 등은 인구 대비 10% 이상이 외국인인 자치단체다. 울주, 고령, 함안, 진도, 성주, 창녕, 고성군 등은 주민 대비 5%가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2019년 현재, 부모 중 한 명이 외국계인 학생들은 전체 학생의 2%가 넘는데, 수도권을 벗어나면 그 비율은 평균 4%를 넘는다. 그중에 초등학교만 놓고 보면, 시골은 전체 아동의 20~40%가 엄마 아빠 중 한 명이 외국 출신이다.

학생만 그런 게 아니다. 노동자들을 놓고 보면 그 비율은 더 높다. 통계청에 의하면 현재 농어촌에서 일하는 10명 중 6명은 60세 이상인 노령층이다. 제주도의 경우 선원 노동자로 일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없다 보니까, 인도네시아와 중국 노동자들이 아니면 선상 작업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선장과 기관장, 갑판장을 빼면 선원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농어촌이 인적 구성에서 국제화되며 변화하고 있지만, 그 속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농어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 현실을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고, 오히려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 특별히 이주노동자들의 급여와 숙소를 비롯한 권리에 대해서 그렇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신비엔(40)은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매일 평균 11시간씩 일하는 조건으로 월 150만 원을 받기로 하고 모 농업인과 계약했다. 하지만 허리 통증으로 보름 만에 그만둬야 했는데, 겨우 48만 원을 받았다. 어업 분야 노동자들도 현실은 비슷하다.

이처럼 농어업 분야 이주노동자들은 실제 근무한 시간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으로 300만 원 이상 받아야 정상이지만, 농어촌은 근로기준법이 통하지 않는다. 주 6일에 하루 8시간을 근무해도 최저 187만 원을 받아야 하지만, 농어업 분야 이주노동자들은 숙소 제공 등을 이유로 한 공제액 때문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게 계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는 대부분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된 컨테이너인데, 고용주들은 급여에서 숙소 비용을 공제한다. 이런 식의 급여와 숙소 제공은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일 때에 비하면 더 나빠졌다. 산업 연수생들을 고용하려는 업체는 최저임금을 지키며 숙식을 무료로 제공해야 했다. 물론 당시는 제조업체에서만 산업 연수생을 쓸 수 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정부가 나서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지는 않았다. 이익집단에 의한 인권침해였고,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이익집단의 불법행위를 근절하려고 산업 연수제 폐지를 주장했고, 관철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외국인 고용허가제지만, 농어업 분야에서 산업연수제보다 못한 노동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도 그만한 역설이 없다.

이처럼 환경은 변했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날 농어촌 현실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성경은 “그 품삯을 당일에 주고 해 진 후까지 미루지 말라. 이는 그가 가난하므로 그 품삯을 간절히 바람이라.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지 않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네게 죄가 될 것임이라”(신명기24:15)고 했다. 품삯을 미루지 말라는 말씀 속에는 노동자의 품삯을 후려치거나 갈취하지 말라는 경고 또한 담겨 있다. 신명기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죄 없다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말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고, 그분의 가르침에 순종한다는 뜻이다. 하나님 말씀은 배워서 지식을 더하기 위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종하라고 주어지는 것이다. 말씀에 순종함으로 말씀을 제대로 배웠다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나라에서 정하지만, 믿음의 자녀들은 사업할 때 노동자를 정당하게 대우하는 최저 인식을 믿음으로 정해야 한다. 믿음을 가진 고용주라면, 국가는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더라도 고용주는 최대로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차별과 편견, 착취가 일상인 이 땅은 의에 주리고 목마르다.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사람들은 의에 주리고 목마른 세상을 사는 모든 피조물들과 공존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시대가 변했다. 왜 변화를 거부하려는가? 장애물을 걷어내고 속사람까지 변화한 삶을 살 수 없는가?

이어집니다. 이주에 관한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언어감수성

▶이주에 관한 리터러시(Literacy on Migration) 강의 문의: E-mail: kovaceo@gmail.com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