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호와께서는 당신 성전에서 하늘높이 보좌에 앉으시여 세상을 두루 살피시고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계신다. 죄있는 사람, 죄없는 사람을 가려내시며 폭력쓰는자를 몹시 미워하신다. (시편 11편 4-5절, 조선어 성경)
지난 10일 오후 11시 37분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내였던 이희호 여사가 9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922년에 서울에서 태어난 이 여사의 삶은 그 자체가 한국의 근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여사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지만 의사 아버지를 둔 덕분에, 이화여고,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미국유학을 다녀올 수 있었다. 이 여사는 미국유학을 다녀온 후 YWCA 총무를 하고 김 전 대통령을 만나 1962년에 결혼에 이른다.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 이 여사는 언제나 함께 했으며 그로 인해 모진 고난을 받았고 이 여사는 그때마다 신앙의 힘으로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다. 이 여사와 김 전 대통령은 서로 종교가 달랐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대통령이 살아있을 당시에 주일이 되면 이 여사는 창천교회로 가고, 김 전 대통령은 서교교회에 가서 각각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시편 11편은 사무엘상 18장과 19장을 배경으로 하는 다윗의 시다. 이 시에서 다윗은 사울 왕에게 쫓겨 새처럼 산으로 도망하는 신세가 된다. 다윗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울 왕에게 미움을 받고 도망하는 것이 억울하지만 시편 11편에서 하나님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인다. 조선어 성경 시편 11편 4절과 5절에 따르면 하나님은 “하늘높이 보좌에 앉으시여 사람들을 눈여겨 보고 죄있는 사람, 죄없는 사람을 가려내시며” 하나님의 정의로 세상을 다스리신다. 세상의 악은 영원한 듯 보이지만 일시적이고 오직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만이 영원하다. ‘한 권으로 꿰뚫는 시편’의 저자인 김창대 박사는 시편 11편의 장르는 신뢰시로서 탄식시인 10편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을 들려준다고 분석했다.
생전에 이 여사는 ‘내일을 위한 기도’라는 책을 1998년에 출판한바 있다. ‘내일을 위한 기도’는 김 전 대통령이 1980년에 내란음모혐의로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이 여사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김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이다. 이 여사는 한 편지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한다. “사망의 권세를 이겨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도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이 넘쳐흐릅니다. 이 같은 희망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누구도 빼앗길 수 없는 것과 같이 불멸의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그 당시 이 여사는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희망을 발견했고 이 여사의 간절한 기도와 희망대로 김 전 대통령은 감옥에서 살아서 나올 수 있었다. 인생의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이 여사가 주님 안에서 영원한 쉼을 얻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