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함께하는 묵상] ② 교만의 벽돌을 버리고
[명화와 함께하는 묵상] ② 교만의 벽돌을 버리고
  • 오동섭 목사
  • 승인 2019.06.1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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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미래탐구학회인 케노스서클(Kenos Circle)의 공동설립자인 존 캐스티가 그의 책 『대중의 직관』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어느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겠다며 첫 삽을 뜨면 최대한 빨리 그 나라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와라.” 이 말은 흔히 ‘마천루의 저주’라고 하는 이론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데 그 의미는 말 그대로 어떤 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는다면 그 건물이 완성될 때 그 나라의 경제는 파탄이 이르기 때문에 그전에 빨리 투자한 돈을 거두라는 것이다. 과거 역사를 볼 때 초고층 빌딩은 곧 경제 위기를 예고하는 신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왜 이렇게 고층의 빌딩을 지으려고 할까? 단순히 초호와 초고층으로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상징으로 건축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더 근원적인 원인이 있을까?

창세기 11장에 보면 ‘초고층 빌딩 건축 중단 사건’이 있다. ‘바벨탑 사건’이다.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사건은 타락한 인간의 교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이름만을 드러내려는 교만이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영광만을 추구하려는 교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Pieter Bruegel the Elder - The Tower of Babel (Vienna) - Google Art Project.jpg
Pieter Bruegel the Elder - The Tower of Babel (Vienna) - Google Art Project.jpg

바벨탑을 주제로 한 그림 중에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네덜란드 대표적인 농민 화가 피터르 브뤼겔(Pieter Brueghel)의 <바벨탑>이다. 이 작품은 그가 말년에 16세기 벨기에의 안트웨르펜(Antwerpen)의 현실로 바꾸어서 묘사한 것이다. 안트웨르펜은 벨기에 북부에 있는 주로서 네덜란드와 인접한 지역이다. 당시 교역의 중심지로 떠오르며 서구 세계의 금융 및 경제의 중심지였던 안트웨르펜에 중동의 비단과 향신료, 발트해 연안 국가의 곡물, 영국의 양모 등을 교역하기 위해 각국의 상인들이 몰려들면서 주민들은 혼란을 겪게 된다. 이전만 해도 지역의 규모가 작고 통제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급격히 몰려드는 외국인들로 인해 새로운 언어와 관습이 밀려들어와 마치 바벨탑 사건 때처럼 혼돈을 겪게 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의 문제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종교개혁으로 인한 신, 구교의 갈등과 외부적으로 세금 문제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의 이야기를 빌려와 표현했다.

이 작품에 보면 도시 한가운데 거대한 건물이 높이 솟아나 있고 건물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구름이 걸쳐져 있는 꼭대기는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다. 탑 꼭대기까지 오르는 계단 곳곳에 인부들이 쉴 수 있도록 붉은색 막사가 설치되어 있고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인부들은 기중기를 이용해 건축자재를 쌓아 올리기도 하고 수례를 이용해 돌을 나르고 있다. 이 탑의 외형은 작가 브뤼겔이 로마 여행 시 큰 영감을 받은 원형극장인 콜로세움에서 가져왔다. 오른쪽 하단에는 성경에 바벨탑의 건축한 자(창10:8-12)로 알려진 니므롯 왕처럼 보이는 자가 무사와 사냥꾼들을 이끌고 건설 현장을 방문하자 석공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대한 탑을 보면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계속적으로 탑을 쌓아나간다면 결국 한쪽으로 쏠려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을 주고 있다. 여기에 브뤼겔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탑의 기초를 튼튼히 쌓기보다 높이 쌓는 데만 급급해 결국 탑이 무너져 내릴 것이 분명해 보이는 것이 마치 영원할 것 같이 기세등등했던 로마가 마침내 멸망해 버린 것을 작품 속에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보이는 표면적인 분위기는 어두움보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수평선 위로 푸른 하늘이 있고, 부두에는 범선들이 건축에 필요한 자재들을 선박들이 계속적으로 실어 오고 있어서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다.

피터르 브뤼겔, 바벨탑 '1563, 목판에 유채, 155*114 cm,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
피터르 브뤼겔, 바벨탑 '1563, 목판에 유채, 155*114 cm,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

이와 달리 브뤼겔은 당시 가톨릭교회를 비판하기 위해 바벨탑을 주제로 이전 작품보다 작은 크기로 다시 한 번 제작한다. 그의 작품 <작은 바벨탑>에서 전체적으로 붉은 색채와 검은 구름 위로 솟아가고 있는 탑의 모습이 이전의 바벨탑 작품과 암울한 분위기로 비극적 재앙을 암시하고 있다. 지평선과 같은 높이에 나선형 길을 따라 오르는 행렬을 표현했는데 이것은 당시 오만불손한 가톨릭 성직자를 암시하고 있다.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사건은 타락한 인간의 교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바벨탑은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인 흔적인 ‘지구라트’라는 바벨로니아의 신전으로 현재 남아 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의하면 그 중에 가장 높은 것은 대략 70층 정도였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어마한 건축물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창 11:5-8) 오히려 그 건축을 중단시키시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을 온 지면에 흩어버리셨다. 왜냐하면,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하나님과 같이 되고자 끊임없이 그 욕망에 사로잡혀 하늘에 닿고자 하고,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자 하고, 모든 사람을 모아 그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간은 하나님이 주신 재능으로 진흙 대신에 벽돌을 만들어 내는 대단한 진보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인류가 발견한 놀라운 재료인 벽돌은 곧 하나님과 같이 되고자 했던 인간은 근원적인 죄의 욕망, 교만의 도구가 되었다.

하나님이 인간을 지으신 목적이 인간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그 지으신 목적을 망각할 때 하나님과 소통은 단절되어 세상 속 ‘혼돈’에 빠지게 된다. 사랑은 미움으로, 기쁨은 슬픔으로, 평화는 전쟁으로, 인내는 조급함으로, 자비는 무자비로, 선은 악으로, 충성과 온유와 절제 모두 변질되어 서로 물고 뜯고 멸망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지금 자신의 탑을 쌓기 위해 움켜쥔 자신만의 벽돌은 무엇인가? 자신의 벽돌로 하나님 사이에 벽을 쌓고 고립되어 있지 않는지? 자신만의 성을 쌓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보다 세상의 소리, 욕심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있지 않는지?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교만의 벽돌을 버리고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벽돌인 ‘말씀’을 굳게 잡아야 한다. 그 생명의 말씀, 하늘의 언어가 삶 속에 혼돈의 언어를 제거하며 사랑과 기쁨과 평화와 자비와 온유와 절제의 울림으로 새롭게 세상과 소통하는 삶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오동섭 목사미와십자가교회 위임목사스페이스 아이 대표극단 미목 공동대표
오동섭 목사
미와십자가교회 위임목사
스페이스 아이 대표
극단 미목 공동대표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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