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순례] 폴 틸리히, 경계선 위에 살아간 신학자
[독서순례] 폴 틸리히, 경계선 위에 살아간 신학자
  • 황재혁 기자
  • 승인 2019.06.10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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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틸리히의 ‘경계선 위에서’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일컬어지는 칼 바르트(Karal Barth)와 폴 틸리히(Paul Tillich)는 사실 동갑내기다. 칼 바르트는 1886년 5월 10일에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났고, 폴 틸리히는 1886년 8월 20일에 독일 브란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동갑내기인 칼 바르트와 폴 틸리히는 신학자로서 여러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아버지는 모두 목사였고 또한 그들은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이후 둘은 모두 대학교수가 되었지만 나치에 저항하며 대학 교수직에서 강제로 해임되었다. 그러나 바르트와 틸리히의 다른 점이 있다면 바르트는 대학 교수직에서 해임된 이후 원래 고향인 스위스로 돌아갔지만, 폴 틸리히는 미지의 땅인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폴 틸리히가 독일에서 미국으로 간 것은 단순히 틸리히 개인만의 사건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폴 틸리히가 미국에서 교수직을 시작하면서 미국 지성사에 큰 전환점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유대인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이 유럽에서 미국 프린스턴으로 건너 온 것과 비견된다.

 

 

 

폴 틸리히가 쓴 ‘경계선 위에서’(On the boundary)는 어느 한 쪽에 속하지 못하고 일평생 경계선 위에서 학문의 길을 걸었던 틸리히의 삶이 잘 담겨 있는 자서전이다. 이 책은 100쪽 남짓의 얇은 책이지만, 그 내용의 깊이는 상당하다. 왜냐하면 이 얇은 책에 틸리히 신학의 알짬이 오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경계선 위에서’에는 목차에서부터 폴 틸리히가 일생 동안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두 기질 사이에서’, ‘도시와 시골 사이에서’, ‘현실과 상상 사이에서’, ‘이론과 실제 사이에서’, ‘신학과 철학 사이에서’, ‘교회와 사회 사이에서’, ‘종교와 문화 사이에서’, ‘본국과 타국 사이에서’와 같은 소제목을 보면 그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양쪽의 장점을 흡수하는 중도를 지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머리글에서 자신의 신학적 성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경계선이야말로 지식을 습득하기에 최적지라고 주장했습니다. 제 인생의 거의 모든 지점마다 두 가지 가능성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두 가지 모두에 완전히 만족할 수도 없었고, 한쪽을 위해서 다른 한쪽을 강경하게 반대하지도 못했습니다. 사유를 하려면 새로운 가능성을 기꺼이 수용해야만 하기에, 경계선 위에 설 때 사고하기에 유리합니다. 제 운명과 제 일은 경계선 위에 서려는 성향과 이 성향의 긴장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33쪽)

이 책에서 틸리히는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신학자란 사실에 상당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실제로 틸리히는 대학교에서 어떤 때는 철학과 교수로서 또 다른 때는 신학과 교수로서 그리고 마지막에는 종교학과 교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했다. 미국과 독일 사이에서, 철학과 신학 사이에서, 교회와 사회 사이에서 때로는 흔들리며 틸리히는 자신만의 신학을 형성했다. 폴 틸리히의 신학과 생애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그의 생애를 통해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의 경계와 한계가 어딘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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