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에 관한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 ③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주에 관한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 ③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 고기복 목사
  • 승인 2019.06.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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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 고기복 목사 제공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 고기복 목사 제공

“너는 어느 쪽이냐.”

“너는 누구냐.”

이주노동자나 이주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당신은 대체 어느 쪽이냐며 굳이 편 가르기를 하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뭔가를 물으려고 던지는 질문이 아니다. 괜히 트집 잡고 시빗거리를 찾기 위한 질문이다. ‘당신은 한국인인데, 왜 외국인 편을 드느냐’는 역정이다.

이처럼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물으며 달려드는 이들은 누군가에게 빨간 딱지를 붙이고 매도하며 진영을 따지는 이들과 다를 바 없다. 한국인은 반드시 한국인 편을 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이들은 요즘 말로 ‘답정너’다.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은 정해져 있으니, 당신은 내가 원하는 대답만 하라는 사람들과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할리 없다. 심지어 그들은 한국인에게만 아니라 ‘한국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까지 같은 대답을 요구하곤 한다. 국가 대항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중국교포나 외국인에게 당연히 한국을 응원해야 할 것을 전제로 ‘어느 쪽 응원하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묻는다. 그게 과연 온당한 질문인지는 물을 필요가 없다.

편 가르기 식의 질문이 가능한 사회는 이주민을 배제하고 구분 지어도 그것이 문제인 줄 모른다. 오늘날 다문화사회라는 말의 유행과 달리, 그 구성원인 이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고, ‘다문화’라는 단어가 차별적 용어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은 그 심각성을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 주도의 다문화정책은 한국어교육을 비롯한 이주민의 조기 적응, 국민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 함양 교육 등에 치우쳐 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단일민족 이데올로기 교육을 받아 왔던 우리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편견을 타파하기 위한 ‘다수자 대상의 이주민 이해 교육’이다.

주류 집단의 이주민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교육,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특성을 존중한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세계관의 변화까지 도모하고자 하는 ‘이주에 관한 리터러시’가 필요한 이유다. 그를 통해 우리 사회 이주민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해 나가야 한다.

늘 임금체불과 인권침해에 노출된 이주노동자, 한국어가 서툴러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다문화아동들, 인신매매와 다를 바 없는 국제결혼 이주여성 등은 우리 사회가 그리는 이주민의 전형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진취적이며 강한 도전정신으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이고, 다문화아동들은 이중 언어 환경에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으며, 이주여성들도 진솔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다. 부분적인 사실을 전체적인 사실로 호도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다문화는 허상에 불과하다.

이주민에 대한 문제는 제도상의 문제이기 전에,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식상의 문제이자, 순혈주의에 기초하여 배타적 편견을 교육 받아왔던 우리 국민의 의식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사회는 다문화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와 다양한 민족, 인종, 문화가 서로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논의의 장을 열어놔야 한다. ‘너는 어느 편이냐’는 식의 ‘답정너’는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오늘날 정부 지원을 받는 이주민 지원 단체들이 늘어나면서, 흔히 불법체류라라고 불리는 미등록 이주민들에 대한 지원은 민간단체에서마저 희미하져 가고 있다. 마지막 보루인 교회는 그들을 선교 대상으로 보지만, 그들의 절박한 생존권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면에서 다문화를 논함에 있어서 ‘인권’이 주요 이슈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문화라는 말은 이주민들에게 ‘문화’를 빙자한 주류집단의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이 땅에 들어온 이주민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선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낯선 이들과의 조우에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다.

다양한 문화적 접점들을 인정하되, 그 접점을 인정하는 시발점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한 인권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다문화를 주류 집단의 문화적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도 안 된다.

특별히 교회는 이웃으로 다가온 이주민을 위해 손해 볼 줄도 아는 헌신이 필요하다. 그것이 믿는 자의 책임이다. 나그네와 행인 같은 삶을 사는 이 땅에서 내·외국인을 편 가르는 유치함보다 사람에 대한 예의와 도리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주민을 대하는 태도야말로 하나님을 섬기는 태도와 연결된다.

 

▶이주에 관한 리터러시(Literacy on Migration) 강의 문의: E-mail: kovaceo@gmail.com

 

 

고기복(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고기복
(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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