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규열 화가, “기도는 곧 작품이 되어…”
[인터뷰] 임규열 화가, “기도는 곧 작품이 되어…”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6.0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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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열 화가의 첫 전시회
가장 특별한 작품으로 꼽은 '동행' 앞에 선 임규열 화가. 김유수 기자

 

온 세상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5월, 종로구 인사동 조형 갤러리에 한 전시회가 열렸다. 1일부터 7일까지, 딱 7일 동안 열린 전시회의 주인공은 임규열 화가다.

임 화가는 2015년 그의 드로잉과 시를 엮어 낸 ‘선 없는 선’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첫 전시회, ‘임규열 작품전’을 개최한 그는 1982년 장신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남편인 정덕주 대표와 한들출판사를 함께 공동 창업했다. 칼 바르트의 ‘로마서 강해’, ‘銷金 유동식 전집’, ‘靑浦 박창환 전집’등 기독교 서적을 중심으로 한 출판사 경영과 함께 전시활동을 하고 있다.

전시회장에 울리는 은은한 찬송가와 곡선으로 채운 캔버스, 그림만큼이나 온화한 미소로 방문객을 반기는 임 작가를 만나 작품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담자 정성경 기자

기도 중 한순간에 떠오르는

사물과 하나 되는 이미지가 작품

‘항상 너와 함께 있다’는

주님의 음성을 ‘동행’으로 표현

“전시회는 껍질을 벗는 작업”

첫 전시회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림에서 깊이가 느껴진다. 첫 전시회를 연 소감이 어떤가?

그림을 시작한지는 오래됐다. 그룹전은 계속했지만 남들과 비슷한 그림을 전시하는 것이 나에겐 의미가 없었다. 내 독창성이 나오기 전에는 안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씩 나의 개성이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작업했던 작품들을 모았다. 그러자 ‘이제는 할 때가 됐다’하는 순간이 왔다.

전시회에 걸린 인물 작품들은 내가 유화를 배우기 전에 그렸던 거고, 그 외 작품들은 최근 2~3년 동안 작업한 거다. 이렇게 전시회를 열게되어 감사하다.

어떻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나?

결혼하기 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학대 나와서 결혼하고 ‘애들을 키우고 나서 그림을 그려야 겠다’ 생각했는데 1992년에 출판업을 시작한 것이다. 출판사에서 내가 디자인을 했는데, 초기에는 일이 많아서 일에 파묻혀서 살았다. 생계가 달린 문제라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애들 키워야지, 출판일 해야지, 살림해야지, 너무 많은 갈등이 마음에 쌓였었다. 그걸 이겨내기가 힘들어서 그림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그림을 무조건 배우러 다녔다. 그룹전을 하면서 같이 배우던 사람들은 전시회를 여러 번 했는데 나만 제일 늦었다. 비슷한 그림을 안 그리겠다는 것도 있었지만 일하느라 그런 것도 있다. 이제 겨우 한번 시작 한 거다.

그림으로는 ‘33살의 자화상’이 가장 오래됐다. 1999년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그룹에서 포토샵으로 한 건데 잘 나와서 반응이 좋았다. 인물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어 그리게 됐다.

가장 오랫동안 작업한 작품으로 꼽은 소금 유동식 선생의 인물전

가장 특별한 작품이나, 가장 오래 작업한 작품이 있다면?

가장 특별한 작품은 ‘동행’이다. 2017년도 작품인데, 그때 3개월 정도 이유를 모르고 몸 여기 저기가 많이 아팠다. 여름 한철 동안 아프면서 ‘나도 늙나보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때 늘 하던 대로 기도를 했다. 어느 순간에 그런 느낌이 왔다. ‘괜찮다. 네가 늙거나 젊거나 항상 나는 너와 같이 있다’는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위안을 많이 받았다. 아프고 나서 한참 있다가 저 작품이 나왔다. ‘아, 나는 동행하는 분이 함께 있기에 늙거나 젊거나 상관 없구나’ 라는 느낌을 표현 한 거다. 이 작품의 나무는 나이 들어서 잎도 열매도 떨어진 물리적인 내 나이의 표현이다. 찬바람에 휘날리는, 인간적이고 물리적인 내 마음, 내 상황을 표현 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함께 동행 하시는 그분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런데 사람들도 저 작품을 많이 좋아해줬다.

가장 오래한 작품은 ‘소금 유동식 교수’ 인물전이다,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였던 유 교수님과 같이 책을 출판하면서 알게 됐다. 나중에 전집 15권도 냈다. 유 교수님도 그림을 그리시고 예술신학을 내놓으실 정도로 조예가 깊으시다. 내 느낌에 그 분이 그림 모델로 다가왔다. 내가 저분을 그려야지 했는데, 저 그림 전에 여러 번 그렸었다. 그리고 유 교수님이 88세 되던 미수(米壽)때 연세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축하선물로 전시됐었다. 그때 마음에 안든 게 있어서 10년 후 다시 수정했는데도 마음먹은 만큼 안됐다.

기도를 통해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는 임규열 화가. 김유수 기자 

작품들이 곡선이다. 이유가 있나?

내 마음이 사물을 볼 때, 나무나 꽃을 볼 때, 계속 보면서 생각하고 묵상하다보면 사물과 내가 일치되는 순간이 있다. 저 나무와 내가 하나 되는 순간, 꽃과 내가 하나 되는 순간에 어떤 상이 떠오른다. 산책하면서 한 나무가 눈에 띄면 그때부터 나무를 계속 보면서 묵상을 한다. 한 순간, 상이 떠오르면 그때 그림을 그린다. 화병에 있는 꽃을 그냥 그리게 되면 평범하다. 그런데 꽃을 볼 때도, 신기하게 어느 순간 꽃의 이미지와 내가 하나가 되면, 꽃의 실제 형상과 상관없이 느낌을 그린다. 그리다보니 이런 작품들이 나오는 거다.

신앙과 예술이 어떤 영향을 끼치나?

나의 작품은 기도에서 나온다. 사물을 보면서 묵상하는 것, 그것이 기도다. 살아가면서 뭔가 작품을 남기는 것보다 기도하는 그 시간이 내게 더 중요하다. 작품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내 안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묵상하고 기도하게 되면, 당시 눈에 보이는 사물들이 작품의 주제가 된다. ‘동행’을 그리게 된 것처럼, 삶의 문제나 고민 속에서 항상 해오던 대로 기도를 하다보면 마음에 평안해지고, 어느 순간 작품 이미지가 떠오른다.

2015년에는 드로잉과 시를 엮어 내셨다. 혹시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소망이 있다면?

책을 내긴 했지만 시인으로 정식 데뷔한 것은 아니다. 나온 대로 쓴 거다. 출판초기에 그림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문화센터에서 다니면서 작업했던 것을 크로키만 모아서 시와 매칭시켜 내놓은 거다. 당시 교수님께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 자꾸 책을 내라고 하셔서 내게 된 거다.

전시회를 통해 나의 내면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전시자체가 나에게 뭔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업을 통해 나의 내면의 껍질을 벗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 번 더 껍질을 벗어야 다음에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속에서 새로운 영감들이 생성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회라기보다는 나 자신의 껍질을 벗는 작업이었고, 하나의 과정이다.

앞으로 소망이라면 그림 그리면서 출판 일을 하면서 사는 거다. 더 큰 욕망이나 욕심은 없다. 그림 그리면서 살고 싶다.

임규열 화가의 '봄꽃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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