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부패한 시대의 예술목회
상상력이 부패한 시대의 예술목회
  • 손원영 원장
  • 승인 2019.06.0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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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목회’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필자에게 예술목회의 안목을 열어준 책이 몇 권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신(1927-1981)의 『슐리어리즘과 영의 신학』이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 신학계에 널리 알려진 분은 아니지만, 한국 신학사에서 꼭 기억되어야 할 학자라고 생각된다. 왜냐면 그는 2000년대에 들어서 한국 신학계에서 겨우 관심을 끌게 된 ‘예술신학’을 무려 30년 전 1970년대에 외롭게 광야에서 외치며 예술신학의 지평을 독창적으로 개척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20세기 미술사조 중 하나인 초현실주의에 관심을 가진 화가로서 초현실주의와 신학을 창조적으로 연결시켜 소위 ‘슐리이리즘신학’을 제시한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신학자’였다.

요즈음 한국교회의 부끄러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적나라하게 폭로되는 시대에, 우리는 ‘죄’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도대체 죄란 무엇인가? 앞에서 소개한 이신의 책에 소개된 ‘죄’에 대한 예술신학적 해명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죄란 부르주아들의 ‘착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르주아의 착취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 구원의 일이다. 또 자본주의자들은 ‘가난’이 죄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자본주의 정신에 따라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였는가? 그러나 가난이 가장 심각한 죄일까? 그 말이 맞다면 자발적 가난을 실천한 성 프란시스 같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런 점에서 이신은 죄를 새롭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에 따르면 죄란 ‘상상력의 부패’로써, 그것이 근원적인 죄이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악이나 죄도 상상력의 산물이 아닌 것이 없고, 또 어떤 선한 일도 상상력이 없이는 가능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 만큼 상상력은 중요하다. 그래서 이신은 “만약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은 바 된 존재라면, 바로 상상력의 기능이야말로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말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바른 상상력’을 중심으로 복음과 종교의 역할을 새삼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부패한 상상력을 치료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 우리의 존재와 교회가 부패해 있다면 우리는 회개하면서 우리의 상상력을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태초에 천지를 아름답게 창조하셨던 그 하나님의 순수한 상상력을 회복해야 한다. 예수께서는 정말로 위대한 창조적인 상상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상상력을 토대로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는 창조적인 활동을 감행하셨다. 그러나 당시 유대의 많은 종교지도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마태복음 16장 5절 이하에 나와 있듯이, 당시 종교지도자인 사두개인들과 바리새인들은 그런 창조적인 상상력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창조적인 상상력 대신 ‘부패한 상상력’만이 충만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부패한 상상력으로 로마권력에 부역하였고, 또 성전종교에 중독되어 있었다. 바로 그때 예수께서는 그 부패한 상상력에 저항하면서 로마의 권력이나 성전의 종교에의 봉사가 아닌 십자가의 종교를 창조해 낸 것이다.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바리새파 사람들과 사두개파 사람들을 ‘누룩’이라고 지칭하며 그들을 경계하라고 교훈하셨다. 여기서 누룩이란 다름 아닌 잘못된 상상력을 말한다. 부패한 상상력으로 종교를 빙자해서 오직 부와 권력에만 관심을 가진 것이다.

지금 시대도 예수시대와 비슷한 것과 같다. 누룩과 같은 종교지도자들이 주위에 너무나 많다. 기독교를 말씀의 종교가 아닌 빵의 종교로 변질시키고, 사랑과 겸손의 종교를 권력의 종교로 변질시키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자들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예술목회란 단순히 예술의 여러 장르를 활용하여 교인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목회가 아니다. 오히려 예술목회는 하나님의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부패한 상상력에 저항하며, 이 세상에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구원하려는 하나님 나라에의 열정이요 헌신이다. 이런 예술목회로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나기를 빌어본다.

 

 

손원영 교수
손원영 (예술목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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