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노숙인들의 오랜 벗, 한벗교회 희망의 쉼터 정충일 목사
수원역 노숙인들의 오랜 벗, 한벗교회 희망의 쉼터 정충일 목사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8.03.06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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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무료급식으로 20여 년간 쌓은 신뢰,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으로 이어지길

어둠이 자욱이 깔린 아침 6시, 출근으로 사람들이 붐비는 수원역 정(情)나눔터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서로 다른 모습과 서로 다른 사연으로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한 끼, 아침식사다.

아침 6시부터 수원역 앞 정 나눔터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침 6시부터 수원역 앞 정 나눔터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 시각, 한벗교회 희망의쉼터 정충일 목사와 봉사자들은 분주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밥과 김치, 그리고 컵라면을 챙겨 수원역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이지만 봉사자들의 얼굴은 환하다. 봉사자들 중 수원역 아침무료급식을 통해 희망의 쉼터에 발을 디딘 이들도 있다. 아침식사를 제공받던 이들이 나누는 손길이 되어 함께 섬기고 있다.

무료배식을 하는 봉사자들의 얼굴이 환하다.
무료배식을 하는 봉사자들의 얼굴이 환하다.

아침무료급식은 질서정연하게 진행된다. 7시 20분이 되면 60여명이 모여 앉은 정(情)나눔터에서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는 은혜로우신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 노래가 울려 퍼지고 곧 배식이 시작된다. 섬기는 이들도 받는 이들도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끊이질 않는다.

따뜻한 밥과 김치, 그리고 컵라면 한 개를 받아 든 사람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그 자리에서 뜨거운 컵라면에 밥과 김치를 먹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컵라면을 가져온 가방에 넣고 밥과 김치만을 먹고, 어떤 이는 밥과 김치도 준비해온 비닐봉지에 싸간다.

이렇게 매일 아침 수원역 정(情)나눔터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이 60명에서 80명 정도 된다.

1년 넘게 아침무료급식을 함께 하고 있는 김정복 집사는 출근하기 전 정(情)나눔터에서 봉사하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수원역 근처 롯데마트 경비팀장으로 근무하는 그는 한 달에 한 번 기부를 통해 섬기기도 한다.

“봉사하는 것이 그냥 좋아요.”

이유가 없다. 우연히 알게 된 아침무료급식 봉사가 그에게는 출근하는 것처럼 당연하다. 봉사를 끝내고 출근 시간에 맞춰 정(情)나눔터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배식을 하면서 얼굴이 환한 한 청년이 있었다. 31살의 송 모 청년은 지난 설에 수원역에서 무료급식 하는 것을 보고 희망의 쉼터에 발을 들였다. 주일에는 예배하고, 아침마다 함께 봉사하고, 낮에는 쇼핑몰 센터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고 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라는 이 청년은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누군가 이 봉사를 통해 꿈을 찾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승합차를 운전하며 봉사하고 있는 허 모씨(56)도 수원역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한 달 전 희망의 쉼터로 왔다. 모태신앙인이라고 밝힌 그는 취재가 있던 날 버스운전자격시험이 있어 떨린다며 웃었다.

“이 곳에 있으면서 가족들과는 떨어져 있지만 봉사도 하고 사람들에게 따끈한 라면 한 그릇 대접하면서 오히려 위로받고 있어요.”

수원역 정 나눔터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수원역 정 나눔터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아침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이들에게 정충일 목사가 한 명 한 명 안부와 인사를 전한다. 무료급식을 시작한지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리어카 위에서 시작한 나눔이 정(情)나눔터라는 건물이 되었고, 어느새 수원역 아침을 여는 오랜 벗이 되었다.

1999년 IMF 외환위기로 수원역에 실직 노숙인들이 증가했다. 이들을 위해 한 끼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일터에 갈 수 있도록 취지로 시작된 아침무료급식. 리어카에 왕뚜껑 사발면을 준비해 새벽 5시 20분에서 6시까지 60여명에게 나눴던 것이 시간만 변경되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처음에 시작 할 때 10년이면 노숙인들이 돌아갈 줄 알았어요. 하지만 노숙인복지법이 제정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여전히 거리에 사람들이 내몰리고 있죠. 이건 복합적인 문제라 다각적인 방면에서 접근해야 해요. 사람들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있거든요. 노숙인들이 게으르거나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매도하지 않았으면 해요.”

19명이 함께 생활하는 한벗교회 희망의 쉼터.
19명이 함께 생활하는 한벗교회 희망의 쉼터.

 

희망의 쉼터는 1998년 거리에 내몰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면서 1998년 5월부터 시작했다. 1998년 7월 15일부터 시청 사회복지과에서 정식으로 쉼터로 등록되어 23년째 정충일 목사가 운영하고 있다.

정충일 목사의 헌신으로 현재 희망의 쉼터에는 총 19명이 생활하며 자활사업에서 일을 하거나 막노동 내지 인문학을 수업을 들으며 독립을 꿈꾼다. 주일에는 대부분 함께 예배를 드리고, 수원역 노숙인들도 25~30명 정도 초청해 매번 특별한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지난 2월 어느 주일에는 제철음식인 방어회 등으로 잔치를 벌였다.

“매일 아침 무료급식에 들어가는 비용은 1일 10여만 원으로 월 평균 200만원에서 250만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자원봉사자는 5명 정도 필요한데, 평일 새벽에 진행하는 사업이라 자원봉사자도 부족한 실정이죠.”

정 목사는 노숙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주거와 적당한 일자리 그리고 신앙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벗교회는 신앙의 힘으로 노숙인들이 환경을 이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또한 노숙인들을 그 자리에 머물게 하는 가장 큰 사회적 요인으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꼽았다. 그는 노숙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는 것이 노숙인들이 재활 및 자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강조했다.

희망의쉼터가 자활의 통로로 쓰임 받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는 정충일 목사, 주일마다 초청되어 온 노숙인들이 예배에 참석하여 기뻐하며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보람이다. 하지만 정 목사는 “충분히 자활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중독으로 거리에서 돌아가시거나 그로인해 장례를 치르고 가족들을 만났을 때 참으로 안타깝다”는 마음도 전했다.

한벗교회 희망의 쉼터에서 설을 맞아 노숙인들을 초청 식사대접과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사진제공=한벗교회)
한벗교회 희망의 쉼터에서 설을 맞아 노숙인들을 초청 식사대접과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사진제공=한벗교회)

정 목사는 한벗교회의 사역이 희망의쉼터와 아침무료급식 사역이 전부가 아닌, 희망 찬양단과 임마누엘 찬양단을 만들어 복음을 전하며 은혜를 나누는 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고물상을 운영해 경제적인 혜택도 함께 나눌 수 있게 기도하고 있다.

“함께 봉사하는 분들과 한국교회 성도들이 초지일관의 자세로 노숙인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이들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변화 받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후원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20년 지기 친구면 무엇이 아까울까. 수원역 노숙인들의 오랜 벗이 된 한벗교회 정충일 목사가 희망의쉼터와 아침무료급식을 통해 만들 따뜻하고 밝은 세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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