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순동 명예교수(충북대학교 역사교육과), “역사를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
[인터뷰] 전순동 명예교수(충북대학교 역사교육과), “역사를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5.3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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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노회 105년사 집필

‘봄이 왔어요’라는 동요를 아는가? ‘산 높고 물 맑은 우리 마을에 움돋고 꽃피는 봄이 왔어요~’로 시작하는 이 노래가 60-70대에겐 익숙할 것이다. 이 동요를 작사한 근당 최창남 선생을 발견한 이가 전순동 명예교수(74, 충북대학교)다. 80년 동안 박청남, 혹은 남창남으로 표기된 것을 전 교수가 바로잡았다. 지난 해 4월에는 ‘한반도 중심에 심겨진 복음’이라는 예장통합 충북노회 105년사를 6년 만에 집필해 화제였다. 청주 지역의 민노아 선교사, 신대교회, 청남학교 등 굴지의 역사적인 사료들을 밝힌 이도 전 교수다. 전 교수는 현재 청주중앙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어느 때보다 역사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이 때, 기독교인으로, 역사학자로 평생을 살아온 전 교수를 만났다.

충북노회 105년사 ‘한반도 중심에 심겨진 복음’을 집필한 전순동 명예교수. 정성경 기자 

 

민노아 선교사와 신대교회,

청주지방의 민족교육 요새였던

청남학교와 최창남 선생 발굴

“소명 위해 사명 감당할 것”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게 됐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형제들과 다같이 교회를 다녔다. 여름성경학교 때 상도 주고, 동화나 노래 같은 것들이 있어 교회가면 다 재밌었다. 배구나 탁구도 치고, 시험도 보고, 그 당시에는 교회가 문화 중심이었다. 1969년에 공주사범대학(이하 공사대) 와서 CCC를 했다. 공주 CCC회장도 하고 신앙이 뜨거워졌다. 그때부터 교회를 섬겼다. 졸업 후 교사를 하면서도, 월남 가서도 교회에 갔다. 당시 월남전이 끝나는 상황이라 큰 위기는 없었다. 감사하다.

-역사학자, 교육자가 된 계기는?

전북 김제가 고향인데, 옛날에는 시골에서 취직할 곳이 없었다. 아버지가 첫째는 사범학교, 둘째는 육사, 셋째는 판사가 되라고 하셨다. 농사만 짓는 빈농이었는데 공부를 잘해서 사범학교에 가려고 했다. 중학생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 동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고, 문예반 활동도 했다.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3년 동안 장학금 주는 중학교를 마치고 전주고등학교 가서 공사대에 갔다. 역사교육과를 선택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족보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영웅전 이야기나 사자성어 등을 좋아한 것과 역사 담당이었던 고등학교 담임선생님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한때 외교관을 꿈꿔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미 해병대를 지원하려고도 했다. 결국 해병대로 월남까지 갔다 왔다.

-기독교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다면?

서양사로 대학 논문을 쓰고, 공주사대부고에 있을 당시 세계사에 배정이 됐다. 1979년 일본 문무성 장학생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일본에서 동양사, 중국사를 공부했다. 1984년에 충북대로 와서 2011년 2월말 정년으로 은퇴했다.

이곳 청주에 왔을 때, 청주YMCA가 1948년에 생겼는데 50년사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최동준 장로가 관심을 가지면서 그때부터 지역교회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에서 충북기독교가 이 지역의 사회 계몽과 근대 교육의 선구적 역할을 감당한 것 뿐 아니라 근대화와 민족의식 형성에 촉매작용을 했던 것을 알았다. 충북지역에는 합동, 통합, 감리교, 성공회, 성결교, 침례교, 구세군 등 다양한 개신교 교단이 있다. 진짜 기독교사다. 더욱이 2000년은 충북기독교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1999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충북기독교역사연구회’를 발족했다. 충북 지역의 기독교와 관련된 역사를 연구하고 성과를 보급하고 기독교와 지역사와의 관계를 밝히고자 했다. 자료조사, 수집정리, 연구발표회 및 세미나 개최, 연구 결과 및 자료집 출판 보급, 기독교 유적 답사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제기 청주지역 기독교와 교육활동’, ‘일제기 청주지방의 민족교육운동‧청남학교를 중심으로’ 등 다수 논문과 ‘청주YMCA 50년사’, ‘기독교와 충북 근대교육’, ‘충북기독교 100년사’ 등의 저서를 냈다.

전 교수는 역사를 공부하며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정성경 기자 

-최근 ‘근당 최창남의 아동문학 50선’을 엮으면서 세상에 알렸다.

1998년에 청남학교에 대해 글을 쓸 때, ‘봄이 왔어요’라는 동요가 ‘최창남 요, 박재훈 곡’이라고 지적했었다. 당시 청남학교 학생이었고 후에 청주제일교회 장로가 된 이창수 장로의 자서전의 기록과 최창남 선생으로부터 직접 배운 이혜숙이라는 제자의 증언에 따른 것이었다. 그전까지는 ‘박청남 요’ 혹은 ‘남창남 요’라고 했었다. 그런데 2018년 1월 ‘아이생활’ 14권 4호(1939년 4월호) 20-21쪽에 동요 ‘봄’ 작시자 ‘崔昶楠(최창남)’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시대의 애창동요인 ‘봄이 왔어요’가 청주의 토박이 문학인이자 민족운동가였던 ‘최창남’이 작사했다는 것에 전율이 오며 너무 기뻤다. 80년간 이름을 빼앗긴 채 잘못 전해내려 온 것에 지역민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했다.

그 당시 ‘아이생활’은 전국교회연합회에서 아이들을 위한 글을 싣는 잡지였다. 1921년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해 1923년 천도교에서 ‘어린이’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로교총회종교교육부에서 1926년 ‘아이생활’을 발간하기 시작했다. 지방에서 어린이에 관심을 가진 이는 최창남 선생이 처음이었다. 일찍이 아이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부모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강연하고, 동요, 동시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꿈과 민족의식을 심어주고자 했다. 아동문학 50선을 엮은 것은 최창남 선생의 업적을 알리는 시작이다. 앞으로 그분에 대해 책을 쓸 계획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교회에서 특별히 역사에 관심을 쏟고 있다. 신앙인이 가져야 되는 역사의식은?

역사를 후대 사람이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역사는 현재 속에서 보는 거라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함부로 해석하고, 어떻게 역사발전에 기여했느냐, 그것을 선악으로 나누는 것은 어렵다. 일제 강점기 같은 경우, 감옥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을 변절자라고 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느 과정 속에서든 하나님의 주권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섭리와 그 역사 속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시대마다 시대정신이 있는데 그것을 교회가 어떻게 선도해 가고, 부합해가고 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인물들이 사용되었는지 찾아보고, 역사를 공부하면서, 역사를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역사는 하나님이 만들어 가신다.

-앞으로 바람과 소망이 있다면?

소명, 사명, 생명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게 생명인데, 사명이 거기에 있다. 사명에 충실한 게 소명의식을 갖는 거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에 끝까지 충실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전공을 기본으로 역사들을 발굴해왔다. 충북 기독교역사가 더 진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집하고 정리한 자료들을 교회에 전하고 싶다. 한국교회들이 개교회의 역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역사라 생각하고 문을 열면 좋겠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주어진 시대의 과제들이 있는데, 한국교회가 그것을 리드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나도 힘닿는 데까지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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