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특집-미래세대 목회모델] 류영구 목사(보길중앙교회), "지친 목회자들의 친정이 되어주는 교회"
[가정의달 특집-미래세대 목회모델] 류영구 목사(보길중앙교회), "지친 목회자들의 친정이 되어주는 교회"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5.3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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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요~ 보길도로!"

 우리가 길을 가다 볼 수 있는 수많은 교회들, 두 교회 중 한 교회가 미자립교회다. 기독교대한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가 지난해 발간한 ‘미자립교회 성장을 위한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전국 교회 47%가 미자립교회(연간 예산 3500만원 이하)가 47%, 자립교회가 53%로 조사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이승희 총회장) 교회자립개발원도 지난해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미자립교회(연간예산 3500만원 이하)가 42.7%, 자립교회(연간 예산 3500만원~1억 원)는 28.5%, 타교회를 지원할 여력이 되는 지원교회는(연간 예산 1억 원 이상)은 28.8%로 집계됐다.

1990년대 낙도선교로 섬마다 교회 개척에 앞장섰던 서울의 한 중형교회에서는 올해 대다수 교회의 선교비 지원을 중단했다. 교인수와 예산의 감소, 그리고 목회자가 바뀌면서 목회방향의 변화로 알려진다.

지난 1월 보길도에서 진행된 목회자가족수련회 모습. 교회 제공

 

점점 사그라드는 관심으로

외로운 개척교회 목회자들

“아름다운 보길도에서

목회 여정의 쉼표 하나!”

류영구 목사(보길중앙교회)가 26년 전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 왔던 초기, 도서지역이라는 이유로 큰 교회에서 수련회나 봉사활동을 위해 자주 찾아왔다. 의료봉사, 미용봉사, 농번기봉사활동, 선교비 지원 등으로 교회는 시끌벅적했다. 류 목사는 솔직히 그렇게 섬김을 받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자 그런 섬김이 끊겼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섬겨야 겠다”고.

그렇다고 보길중앙교회가 위에서 제시한 자립교회냐, 아니다. 교인 수 30여명에 연간예산이 3000만원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 목사는 ‘섬김을 받는 교회’에서 ‘섬기는 교회’를 시작했다. 교회가 위치한 보길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관광지로 유명하다. 고산 윤선도가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던 중 심한 태풍을 피하기 위해 들렀다가 수려한 경관에 반해 10여 년을 머물면서 전원생활을 즐겼다. 그의 유명한 작품 ‘어부사시사’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 곳에는 은빛모래 혹은 자갈밭이 펼쳐진 해수욕장이 있어, 여름마다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또한 고산 윤선도 유적 외에도 조선 숙종 때 우암 송시열의 "글씐바위"도 유명하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류 목사는 목회자들에게 “보길도로 쉬러 오라”며 초청했다.

8회를 맞이한 목회자 가족 초청 수련회 참석자들과 함께. 교회 제공

올해 8회를 맞이한 ‘목회자 가족 초청 수련회’가 이렇게 시작됐다. “내가 섬김을 받아보니 좋아서 나도 남들을 섬겨야겠다고 생각 한 것”이 어느덧 8년이 되어 1년에 30여명의 목회자 가족을 섬기고 있다. 지난 1월 개최한 제8회 목회자 가족수련회에서는 목회자 7가족을 초청해 2박3일 동안 치유사역, 행복한 가정 세미나, 보길도 탐방, 드라마‧간증, 목회 나눔 등으로 섬겼다. 참석자들의 영적인 쉼뿐만 아니라 육체의 쉼을 위해 매 끼니마다 풍성한 해산물 요리를 대접한다.

목회자 가족 수련회에 참석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로 부부 이상의 꼭 가족이어야 한다. 보통 한번 수련회에 6~7가족이 참여하는데 성도의 집에 ‘홈스테이’를 한다. 섬마을 체험을 하게 한 것이다. 류 목사가 말하는 “도화지 같은 성도들”은 목회자들을 극진히 모셨다. 참석한 목회자들은 방문한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교제하며, 성도들은 ‘생명의 특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섬이라는 특성으로 교회나 혹은 섬을 방문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잦았다. 그래서 류 목사는 직접 15평의 황토집을 만들기도 했다. 하루는 성도들이 혼자 일하는 목회자를 돕는다고 찾아왔다. 여러 명이 황토를 신나게 바르고 돌아갔다. 그런데 그 다음날, 한꺼번에 바른 황토들이 무너져 류 목사가 다시 작업해야 했다. 열심히 완성한 황토집이 작다고 느낀 류 목사는 크리스천들이 쉬어가는 곳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2층짜리 목조주택도 완성했다. 혼자 3년을 짓다보니 이마도 깨지고, 기계톱에 손가락도 다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5살 때부터 교회 다니기 시작한 류 목사의 사연은 특별하다. 어린 시절 외갓집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간 류 목사의 가족은 이사 기념으로 제사를 지내기 위해 떡을 해야 되는데 방앗간이 고장 난 것이다. 그때 그의 외숙모가 “이사 온 집은 전도사님이 지냈던 곳이라 제사를 안지내도 된다. 떡하지 말고 같이 교회 가자”고 권유했다. 그렇게 온 집안이 같이 교회에 다니게 됐다.

그러다 9살 무렵, 교회에서 검정색 두루마기를 입은 전도사를 보고 반한 류 목사는 목회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중학생 당시 교사에서, 다시 선교사로, 그리고 목회자로 꿈을 꾸면서 야간신학대에 들어가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 어머니가 반대하셨지만 정작 합격증을 갖다 드렸을 때 입학금을 꾸러 다니셨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전도사를 거쳐 처음으로 담임사역지로 온 곳이 보길도다. 전도를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던 그는 “까막눈이라 교회 갈 수 없다”는 어르신들의 말에 한글학교를 시작했다. 30여명이 시작한 한글학교가 “교회에서 하니까 안 한다”는 어르신들이 빠져나가면서 10여명이 됐어도 꾸준히 이어갔다. 또 꼬예(꼬마예수님)지역아동센터를 시작해 지역의 아이들을 돌봤다.

지친 크리스천을 위해 류영구 목사가 3년 동안 건축한 안식관. 교회 제공 

현재 류 목사는 목회자가족수련회 뿐만 아니라 홀로 된 사모들도 돕고 있다. 명절이나 절기를 맞아 반찬이나 용돈을 챙겨드린다. 또 은퇴 목회자들을 초청해 3박4일 동안이지만 마음껏 목회 할 수 있는 기회도 드리고 있다.

류 목사는 “무엇보다 한 마음으로 함께 섬겨주는 성도들이 감사하다”고 했다. 아무리 목회자의 마음이 섬김에 대해 뜨겁더라도 함께 하는 성도들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목회자들을 초청해 2박3일 동안 가정에서 함께 지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초청 받아 온 목회자들의 “어? 이렇게 작은교회였어?”라는 반응과 “우리교회보다 작은교회”라고 하는 반응에 성도들이 “왜 우리보다 더 잘사는 사람을 모시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나름 열심히 모셨는데 “고맙다”라는 전화 한통 없어 서운해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 목사는 “우리가 섬기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진행 중이다.

류 목사는 많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재정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환경을 보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하다보면 하나님께서 일는 것을 보게 된다”고 했다. “주저하지 말고 믿음으로 시작하면 이미 앞서서 일하시고 계시는 주님을 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목회자들을 섬기기 위해 성도들이 나서서 헌금도 하고, 바자회도 하고, 후원도 받다보면 3000만원도 안 되는 교회 예산이지만 목회자들을 섬길 수 있는 재정은 마련된다”며 “주님이 하셨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흔히 친정에 가게 되면 육아와 가사로 피곤한 딸에게 “내가 할테니 너는 쉬어라”라고 말하는 친정엄마가 있다. 류 목사의 마음도 그렇다.

“목회의 길을 가다보면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보길도에 왔다 가면 된다. 우리가 많은 것, 큰 것은 해주지 못해도 고단한 목회 여정에 작은 쉼표 하나 드리고 싶다. 꼭 한번 보길도에 왔다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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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샘 2019-06-06 19:37:38
목사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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