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5.18의 아침은 밝았고, 기자는 망월동 하늘 아래 섰다. 바람은 스산하게 울어대고, 하늘은 누운 자들 위로 눈물을 뿌려댄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곡조는 늠름한 듯 구슬프다.
수없는 선량한 시민들이 잔인하게 학살을 당했지만 여전히 책임자는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국회차원의 5.18 진상조사위원회 활동도 제1야당의 방해에 막혀 번번이 무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급기야 제1 야당이 주관한 공청회에서 5.18에 대한 천인공노할 망언이 터져 나왔고, 망언 당사자들을 징계하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에 그들은 여느 때처럼 그렇게 뭉개고 있다. 감추려는 자, 거짓말 하는 자가 범인이다.
그럼에도 제1 야당의 대표라는 자는, 망언 당사자들에 대한 수긍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는 기념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광주시민들의 외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어이 5.18기념식장에 나타났다. 순간, 제1 야당의 대표의 출현에 기념식장은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죄 없이 죽어간 영령들을 기리는 엄숙한 자리가 아수라장이 되고 만 것이다. 그가 노리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현재 제1 야당의 대표는 사적으로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신학을 전공한 전도사 신분이다. 그는 얼마 전, 현재 우리나라를 지옥으로 표현했다. 다분히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표현이다. 그렇다면 그간 권력을 위해 남북분단을 이용한 끝없는 이념논쟁을 획책한 과거 비민주정권의 그 잔인하고 포악했던 시절은 천국이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의 이데올로기 놀음의 결과물이 바로 5.18이다. 80년 5월의 광주는 진정 지옥이었다.
과거 정권이 남북분단을 이용했다면 지금 제1 야당의 대표는 종교를 이용하여 권력을 잡고 싶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정말로 정말로 더 이상 이 나라가 이념과 사상, 종교 등으로 갈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제2의 5.18을 막는 길이다. 또한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리라. 갈라치기 하는 자, 그 자가 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