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생각한다
3.1절에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생각한다
  • 정종훈 교수
  • 승인 2019.02.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치스런 과거는 은폐하거나
잊으려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고,
과거의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해야만 해결된다."

얼마 전에 문희상 국회의장이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왕은 전쟁주범의 아들이며, 위안부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이 보도되면서 일본 열도를 달구고 있다. 아베 일본총리는 “너무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고, 고노다로 일본 외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무례하다”고 말했다. 외교 경로를 통해서 엄중 항의하는 일본에 대해서 한국여론은 “사죄해야 할 쪽이 사죄를 요구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 존엄 및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일본 측이 피해자 중심으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일본 제국주의 36년의 지배는 우리 국토를 피폐화시켰고, 우리 민족의 살 권리를 억압했으며, 우리 국민이 누려야 할 생필품과 천연자원, 산업생산물을 착취하는 조건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 제국주의는 우리의 젊은 남성들을 군대에 강제로 징용했고, 우리의 꽃다운 여성들을 성노예로 만들었으며, 일한만한 건장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군수물자 생산노동자로 끌어갔다. 일본 제국주의는 강제로 징용했던 군인과 위안부, 노동자들에 대해서 사람다운 대접을 하기는커녕 금수처럼 취급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 일본은 징용을 당했던 피해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도, 제대로 된 보상도 하지 않은 채, 5.16 군사쿠데타로 등장한 박정희 독재정권과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맺음으로 국교를 수립했다.

당시 일본은 그 대가로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상업차관 3억 달러를 10년에 걸쳐 제공했고, 그것으로 제국주의 시절의 모든 잘못을 보상했다고 착각하고 있다. 사실 8억 달러는 일본이 전범국가로서 피해국가 한국에 대해 보상하는 기금의 출발이었어야지 전부일 수는 결코 없었다. 더욱이 징용을 당했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는 전혀 무관했다. 일본은 정치비자금을 필요로 했던 정당성이 없었던 박정희 군사정권과 야합한 결과로 겨우 3억 달러를 무상으로 원조했던 것이고, 나머지 5억 달러조차 한국의 산업구조를 일본에 종속시키는 기금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피해자들에 대해서 관심도 배려도 보여준 적이 없다.

지금 세계의 경제상황은 녹록치 않고, 동북아의 군사 정치적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때에 우리나라와 이웃국가 일본이 신뢰성 있게 협력하면서 밝은 미래의 전망 아래 상호번영을 도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용서함으로써 서로 화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용서는 가해자의 악을 침묵하거나 눈감아주고 참아내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가해자가 두려워서 보복하는 것을 비굴하게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용서는 가해자의 악에 대해서 분노하지만,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더 높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가해자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도 않고, 용서를 구하지도 않고, 피해자에게 가한 과오를 보상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용서할 수는 없다.

나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과거에 붙잡혀서 미래를 향해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제대로 된 미래를 위해서 수치스런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복원해야 한다. 수치스런 과거는 은폐하거나 잊으려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고, 과거의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해야만 해결된다. 지금이라도 일본은 제국주의 시절 자신들이 범한 과오를 철저히 인정하고, 이제는 피해자들 개인에 대해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며,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보상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양국가의 밝은 미래를 위해 이보다 빠른 길은 없다.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3.1 독립선언서에서 일본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동양평화와 세계평화를 이루고 인류복지를 도모하자 했는데, 이는 지금도 유효한 제안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정 종 훈 교수

연세대학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