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특집-미래세대 목회모델] 박인환 목사(안산 화정교회), “우는 자들의 가족이 되는 교회”
[가정의달 특집-미래세대 목회모델] 박인환 목사(안산 화정교회), “우는 자들의 가족이 되는 교회”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5.2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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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의 아픔을 교회의 아픔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곁에 서 있는 것뿐”
세월호 참사로 우는 이들 곁에 서있는 박인환 목사. 교호 제공
세월호 참사로 우는 이들 곁에 서있는 박인환 목사. 교회 제공

 

교회의 차가운 시선에 떠나는 유가족들,

자녀를 잃은 분노와 슬픔이 

비신앙적인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누군가에게는 뉴스에 등장했던 사고로 기억될 ‘4.16세월호 참사’가 유족들에게는 여전히 5년 전 그 시간에 멈춰 서있게 하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되었다.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는다’는 누명으로 사회에서도, 교회에서조차도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 유족들은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 그만하라”는 사람들의 외침 속에, “그 정도 보상이면 된 거 아니냐”는 이웃들의 거짓 위로 속에, “우리가 당신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정치인들의 이용 속에, “우리 교회 정치적 입장과 달라서…”라는 교회의 거절 속에, “천국 가서 잘 살텐데 그만 울라”는 교인들의 분위기 속에 그들이 있다.

그들에게 한결같이 가족이 되어주는 교회가 있다. 안산 단원구에 위치한 화정교회(박인환 목사)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250명의 단원고 학생들 중 고 유예은 양이 다녔던 교회다. 흔히 화정교회의 행보에 ‘안산에 있는 교회니까, 희생자가 있으니까 당연한 거 아냐?’라는 시선이 뒤따른다. 하지만 단원고 희생 학생들이 다니던 교회 37곳, 그중 5년째 이어져 오는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하는 예배'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교회는 4곳 정도다. 그중 한 교회의 목회자는 아이를 잃은 당사자이다.

박인환 목사의 지난 5년은 세월호와 함께였다. 매월 한 번씩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는 동안 1만 8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광화문 집회장도 가고 청운동에서 농성할 때 유족들에게 십자가를 깎아서 전달하고 세월호 배지도 보급했다. 유가족들을 교회로 초대해 식사도 대접하며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세월호 유가족으로 구성된 416합창단이 미국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힘썼다. 또 고구마를 심어 나누기도 하고 목공 바에서 같이 작품을 만들면서 곁에 있었다. 2017년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306개 기억 독서대’ 전시회도 열었다. 오는 25일에는 함께 목공일을 하며 자녀를 잃은 슬픔을 견뎌온 유족들과 4·16희망목공협동조합을 연다.

그렇다고 목회에 등한한 것은 아니다. 교회 앞에 포도나무가 넝쿨을 뻗어가듯, 교회 옆 임대밭에서 고구마가 자라듯 목회도 최선을 다했다. 10년 동안 농어촌 교회에 나무난로를 놔주고, 태양광 발전소도 만들었다. 올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문화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선정하는 녹색교회로도 꼽혔다.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하는 교회가 적다보니, 박 목사의 활동 소식을 듣고 ‘가나안 성도’였던 이들이 함께 예배드리러 오기도 한다. 화정교회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150여명의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박 목사에게도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휴일임에도 팽목항에 내려가지 못했다. ‘부목사도, 전도사도 없는데 예배를 누가 인도하지? 내려갔다가 장로들한테 한 소리 들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그 다음날 내려갔는데, 딸을 잃은 전도사 내외가 넋이 나가 있는 것을 보며 후회했다고 한다. 고 유예은 양의 부모인 유경근 전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박은희 전도사가 화정교회 성도다. 자녀를 잃은 아픔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박 목사가 물었다. “내가 무엇을 해주면 좋겠나?” “예배를 드려 주세요.” 그래서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내가 또 무엇을 해주면 좋겠나?” “진실 규명을 위해 서명운동에 함께 해주세요.” 그래서 서명운동에 열심히 동참했다.

성도의 바람대로 박인환 목사는 진실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열심히 동참했다. 교회 제공

그렇게 박 목사가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한 지 2년이 됐을 무렵, 3명의 장로가 박 목사를 찾아왔다. 장로들은 그에게 “60가정 중 세월호 참사를 겪은 가정은 한 가정일뿐인데 다른 가정들은 관계가 없지 않냐?”며 그만하라고 했다. 순간, 목사인 자신이 한심해졌다. 그래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설교했나?”라며 야단을 쳤다. 물론 박 목사의 마음도 편치않았다. 그리고 이틀 뒤, 2명의 장로가 박 목사에게 와서 말했다.

“목사님, 죄송합니다. 2시간 동안 같이 이야기를 해보니 목사님께서 걸어가시는 길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사님께서 하자는 대로 따라 걸어가겠습니다.”

박 목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한국교회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이 있는 교회 목사마저도 설교 시간에 "세월호는 교통사고일 뿐인데, 세월호 가족이 정치화됐으며 야당에 이용당하고 있다"며 유족에게 더 큰 아픔을 준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 중 기독교인 대다수가 다니던 교회를 떠났다. 성경책을 찢어 버리고 아주 교회 밖으로 나가 버린 이도 있다. 목사의 설교가 충격적이었고, "아이가 천국에 먼저 갔는데 왜 아직까지 울어?"라는 식으로 위로하는 교인들 말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박 목사는 “유족들이 분노하고 슬퍼하는 것을 교회가 용납하지 않고 분노와 슬픔을 비신앙적이라고 단죄했다”며 “세월호 유족 때문에 분위기가 침울해지고 부흥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교회에서는 유족을 쫓아내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그 중, 창현이 엄마 이야기를 들려줬다. 창현이 엄마는 아이를 잃고서도 13년 동안 해 오던 주일학교 교사를 계속할 정도로 열심 있는 집사였다. 광화문에서 삭발을 한 그 주 주일 아침에 주일학교 아동부 부장으로부터 "집사님, 주일학교 교사 그만하셔야겠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왜요?" "머리를 삭발한 채로 아이들에게 나타나면 아이들이 놀라잖아요?" "그래요? 목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대답이 없는 부장에게 창현이 엄마는 “알았어요. 목사님 뜻이 그렇다면 순종해야죠."

그날 창현이 엄마는 헌금위원이었다. 그래서 11시 예배를 위해 예배실로 올라갔는데, 놀랐다고 한다. 자기가 헌금 바구니를 돌려야 하는 줄에 성도들이 한 명도 앉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로 창현이 엄마와 아빠는 교회를 나왔다. 박 목사는 “창현이 엄마는 지난 4년 이상을 안산분향소 예배실에서 열린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에 빠지지 않았다. 그는 예수를 향한 믿음은 있지만 한국교회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평범한 목사'라고 소개하는 박인환 목사. 정성경 기자

 

예수님이 만약 누군가를 찾아간다면

어떤 사람들이겠나?

가난한 자, 병든 자, 아픈 자들이 아니겠나?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하는 교회를 보면 작은 교회들이 많다고 한다. 박 목사는 “예수님이 만약 누군가를 찾아간다면 어떤 사람들이겠나? 가난한 자, 병든 자, 아픈 자들이 아니겠나?”라며 “한국교회가 성장 신학에 갇혀 예수님께서 하신 사역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보고 중립을 지키라는데 그리스도인에게 성경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는 것만 있을 뿐이지 교회 안에서의 양비론은 무용하다. 우리는 예수 편에 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목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5년의 시간이 “두부로 자르듯 잘려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난 그냥 평범한 목사”라고 말하는 그는, 그의 아내가 자제를 시킬 정도로 열심히 동참하고, 아파하며 우는 그들과 함께 있고자 했다.

세월호 분향소가 있을 당시, 박 목사는 와보지도 않고 욕하는 이들도 손목을 잡아끌고 갔다. 분향소에 왔던 이들마다 깜짝 놀랐다고 한다. 끝없이 펼쳐진 분향소를 보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라며 마음을 바꿨다.

박 목사가 지금도 후회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 당시 TV를 보며 “구출해주겠지”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때 예은이에게 “지금 빨리 뛰어내리라”는 전화를 하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했다. 그래서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세월호로 아파하는 이들 곁에 서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1904년에 설립된 화정교회는 지역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낡은 화정교회 표지판(왼쪽)과 교회 마당에서 자라는 포도나무(오른쪽). 정성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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