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공동식사에 생명을 불어넣는 목회
주일 공동식사에 생명을 불어넣는 목회
  • 박미경 박사
  • 승인 2019.05.2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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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문화에서 음식은 우정, 사랑, 연합의 가장 기본적이고 고전적인 상징이라고 합니다. 케냐의 성직자이자 인류학자인 무티소-음빈다(John Mutiso-Mbinda)에 따르면, 아프리카 문화에서 혼자 음식을 먹는 사람은 굉장히 보기 드문 일이며, 식사는 항상 사회적인 행사이며 음식을 먹을 때는 누가 와도, 심지어 추장이 와도 중단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식사하는 사람의 주인이 음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초대교회는 두 가지 형태의 만찬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리며 예배 전 함께 나누는 '사랑의 만찬'이요 다른 하나는 '예식으로서의 성찬'입니다. 그 당시 부자들은 여유롭게 음식을 장만해 와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지만, 가난한 자들은 일을 마치고 오기 때문에 늦게 도착하였고 좋은 음식을 풍족히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됨을 경험하는 자리가 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사랑의 만찬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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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만찬과 성찬을 거행했던 고린도교회에서 사랑의 만찬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재정이 넉넉지 못한 상태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온 음식을 함께 나누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랑의 공동식사의 의미가 변질되어, 있는 사람들끼리의 만찬이 되는 경우가 생겼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1장 33~34절에서 조언합니다. “그러므로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이 먹으려고 모일 때에는 서로 기다리십시오. 배가 고픈 사람은 집에서 먹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모이는 일로 심판받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한 지체를 무시하는 것은 그 연합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보고 책망하였습니다.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늦게 오는 이들을 배려함 없이 자신들의 배만 불리지 말고, 그렇게 할 것이면 차라리 미리 요기를 하여 함께함의 시간을 깨뜨리지 않기를 권면했습니다. 어떤 형편에 처해 있든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한 몸’이요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음식을 가지고 누군가를 배척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사도 바울은 명확히 밝혀 주었습니다.

스위스 출신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애찬과 성찬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알려줍니다. 그에 따르면, 성찬식의 시작은 원래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교인 각자의 일이나 가정에서의 의무를 잠시 중단하고 커다란 식탁(그 위에는 대개 포도주, 양고기, 그리고 이스트를 넣지 않는 빵이 놓여 있었다)에 모여 앉아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함께 이야기하고, 기도하고, 그리스도와 서로를 향한 각자의 헌신을 새롭게 다짐하는 시간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이후 아가페 잔치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으며, 예수의 죽음 이후부터 364년의 라오디게아 공의회 이전까지 정기적으로 열렸다고 합니다. 그러다 식사 일부가 도를 넘게 되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초기 교회에서는 급기야 아가페 잔치를 금지하는 한편,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반드시 각자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유감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합니다. 그때 이후로 사람들이 모일 때 벌어지는 잔치는 오늘날 우리가 성찬이라고 알고 있는 영적 연회로 한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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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멈추어진 시계를 다시 갈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그는 또한 미래에 나타날 이상적인 식당의 모습을 아가페 식당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공동체와 우정의 정신에 대한 저마다의 충성을 표현하는 사랑의 식사.”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식사자리가 되도록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랑과 배려가 넘치고 의미 있는 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식탁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박미경 박사현) 양광교회 교육목사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미국 Garrett 신학대학원(Ph.D.) 졸업
박미경 박사
양광교회 부목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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