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호 주필칼럼] 감당애(甘棠愛), 그리고 조율이시(棗栗梨枾)
[53호 주필칼럼] 감당애(甘棠愛), 그리고 조율이시(棗栗梨枾)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05.22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를 잘 하여 선정을 베푼 사람을
사모하고 칭송하는 마음'

감당애(甘棠愛)라는 말이 있다. 감당나무를 사랑한다는 뜻이지만, ‘정치를 잘 하여 선정을 베푼 사람을 사모하고 칭송하는 마음’을 일컫기도 한다. 춘추시대 주(周)나라 초기 소공석(召公奭)이 감당나무 아래서 송사와 정사를 처리한 데서 유래한 중국 고사이다. 소공은 연(燕)나라 시조로 선정을 베풀었다. 특히 순시하는 마을마다 감당나무를 심어 놓고 그 아래서 공정한 재판을 하고, 적절한 정책을 펼쳐 나라 안에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소공이 죽자 백성들은 전국에 감당나무를 심고 길렀으며, ‘감당’이라는 시를 지어 그의 공덕을 기렸다. ‘싱싱한 감당나무를 자르지도 베지도 마라/소백님이 일하신 곳이니/싱싱한 감당나무를 자르지도 꺾지도 마라/소백님이 쉬시던 곳이니/싱싱한 감당나무를 자르지도 휘지도 마라/ 소백님이 머무신 곳이니 (소백-召伯-은 연나라 왕 소공석을 일컫는다.)’

그 감당나무가 바로 팥배나무이다. 열매는 팥을 닮고 꽃은 배꽃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배나무와 연관이 있을 법하지만 실은 장미과이다. 키가 15~20미터나 크게 자란다. 4, 5월에 하얀 꽃이 피고, 9, 10월이면 지름 1센티미터 가량의 타원형 열매가 조랑조랑 주황색으로 익는다. 10여 년 전부터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산허리에 터를 잡아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 집에 몇 년째 봄갈이, 가을걷이를 거든다는 명목으로 일 년에 한두 번씩 들렀지만, 나무 이름을 건성으로 듣고 지나치다 올봄 고이 간직했던 팥배나무 효소음료 대접을 받고 눈이 활짝 띄었다. 사람은 이름을 남기지만 나무도 수천 수(壽)를 누리며 사람의 존경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무는 인간과 함께 땅에 뿌리를 내렸다. 창세기에도 40일 간의 홍수로 지구가 물에 잠겼을 때 방주에 타고 있던 노아가 날려 보낸 비둘기가 물고 온 나뭇가지를 보고 홍수가 끝난 사실을 알게 돼 비로소 사람이 땅에 정착했다고 한다. 성경에 나오는 감람(橄欖)나무가 올리브나무이다.

세조가 벼슬을 내렸다는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 세금 내는 소나무 경북 예천의 석송령(石松靈), 매년 봄 막걸리 몇 말씩 대접받는 경북 청도 운문사 경내의 휘어진 소나무 등이다. 그 품격과 오묘한 자태는 보는 이들을 숙연케 한다. 다음은 어린이 날 어버이날이 들어 있는 가정의 달에 유추해봐야 할 이야기다. 제사에 쓰는 과일 조율이시(棗栗梨枾)는 의미가 크다. 대추(棗)나무는 헛꽃이 없이 꽃이 핀대로 열매(많은 후손)를 맺는다. 대추는 왕의 용포와 같은 붉은색으로 왕이나 성현이 될 후손이 나오길 기대하는 의미다. 밤(栗)은 조상과 후손의 영원한 연결(효도)을 상징한다. 늙은 밤나무뿌리에는 처음 심었던 밤이 그대로 생밤처럼 살아있다 한다. 이런 이유로 밤나무로 된 위패를 모신다. 배(梨)는 씨가 6개로 육조(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판서를 뜻한다. 감(枾)씨를 심으면 고욤(똘감)나무가 나온다. 3~5년 후에 감나무 가지를 접붙여야 감이 열린다. 부부사랑을 의미한다. 강남의 귤나무를 강북으로 옮기면 탱자가 열린다[南橘北枳 남귤북지]는 말처럼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짐을 비유한 고사다. 저주와 재앙으로 시달렸던 나무도 적지 않다. 오얏나무(자두나무)가 대표적인 예이다. 신라 말 도선국사의 도선비기(道詵秘記)에는 한양에 오얏[李=木+子;이씨를 가리킴]나무를 모두 베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공민왕 때는 한양에 벌리사(伐李使;오얏나무 벌채 꾼)를 보내 오얏나무를 모두 잘라냈다. 이 씨가 왕이 된다는 도참(圖讖)인 목자득국설(木子得國說)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옛날 방학 때 먹음직스런 과일, 감, 밤 대추가 많던 넓은 외갓집에 가서 놀다가도 때가 되면 집에 가고 싶었다. 비록 우리 집이 외갓집보다 작았지만 집에 오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놓였다. 세상에 수많은 집이 있어도 날 반겨주고 밥 먹여 주고 따뜻하게 재워줄 곳이라곤 우리 집뿐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던 같다. 집이 좋은 이유는 피를 나눈 가족이 모여 살기 때문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가족만큼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나누는 집단도 없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또 있다. 어차피 우리는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저 천국의 하나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아귀다툼하면서 살 필요가 뭐 있나?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방송국 재단이사

전 NCCK감사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