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신앙 in Drama] 누군가를 위한 분노 in '열혈사제'
[삶과 신앙 in Drama] 누군가를 위한 분노 in '열혈사제'
  • 박형철 교수
  • 승인 2019.05.16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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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역을 하면서 ‘창의적’, ‘열정적’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친한 청년들은 두 단어를 이렇게 표현했다: ‘독특하다’고, ‘성질 좀 죽여요’라고. 색다른 과거이력과 견디기 힘들었던 큰 상처, 이를 계기로 접어들었던 사역자의 길, 그리고 상식과 본질을 벗어난 것에 대해서 쉽게 욱하는 다혈질 목사였던 필자의 눈에 비쳤던 김해일 신부의 모습은 너무나 친근했다, 공감이 됐다, 그리고 때로 욕과 주먹으로 악을 응징하는 드라마 속 그의 활약이 눈부시고 시원했다!

최근 매주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열혈사제>는 장르가 불분명한 작품이다. DC코믹스의 히어로 <배트맨>의 고담시에서 따온 구담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김신부의 이야기는 액션, 스릴러, 컬트, 서부극, 수사극, 그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패러디 코미디라 할 수 있다. 분명한 선악구도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코미디물에 왜 사람들은 열광했을까? 답답한 일상에 매주 청량감 가득한 사이다 같은 재미있고 시원한 맛을 선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유명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가요, 광고, 패션, 유행어 등 고금을 막론하는 문화적 재료들을 패러디해 뜬금없이 삽입한 유치한 유머들은 7080세대부터 2019년 중고딩에 이르기까지 삶에 지친 이들이 실소를 터뜨리게 만들었다. 악행을 일삼는 무리들(국회의원, 경찰서장, 구청장, 검사, 조폭과 이단/사이비)에 맞서 싸우는, 무언가 어설퍼 보이는 어벤져스(한신부와 김수녀, 쏭삭과 요한, 구/서형사와 박검사 그리고 김신부: 모두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녔다)를 통해 현시대 정치와 사회의 이슈들을 꼬집은 적나라함에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통쾌해했다.

SBS 열혈사제 홈페이지 갈무리
SBS 열혈사제 홈페이지 갈무리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인 필자에게 <열혈사제>는 많은 질문을 던진 작품이었다: ‘세상과 교회에 필요한 진정한 리더의 상(像)은 무엇일까?’, ‘진짜 사역자가 할 일은 무엇인가?’, ‘나는 누군가를 위해 또는 무엇을 위해 정당하게 분노하고 용기 있게 행동하는가, 아니면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고 있는가?’ 중요한 건, 주인공 김신부의 삶 속 말과 행동이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신앙과 신학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분노는 ‘누군가’를 위한, ‘중요한 무언가’를 위한 의로움의 분출이자 강력하고 시원한 은사였다는 것이다!

성경 속에도 본질 때문에 분노하는 위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제사장 아론의 손자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는 간음의 현장에서 창으로 두 남녀의 배를 뚫어 죽인다(민수기 25장). 굉장히 폭력적으로 보이지만 하나님의 질투를 알고 용기 있게 행동했던 리더의 기지는 우상숭배와 음행으로 인해 진멸의 위기에 처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한다.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자 친구인 예수님은 바리새인을 비롯한 가식적인 종교지도자들에게 ‘독사의 새끼들’이라고 심한 욕설을 선사한다. 그리고 공생애 마지막 성전청결사건에서 장사치들을 내어 쫓으며 좌판을 뒤엎는 장면은 압도적인 동시에 충격적이다.

여기서 잠깐, 신앙의 선배들은 무엇 때문에 분노했을까? 하나님, 성전, 예배, 신앙에 대한 순수함과 진정성에 어긋나는 것들에 대한 의로운 분노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현재 삶과 신앙 속 어긋나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열혈사제>를 보며 ‘최소한의 정의’, 아니 ‘상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분노와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것도 아니고, 거창하게 정당한 폭력(ex. 정당전쟁(just war))과 평화주의에 대해 논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누구나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상식적인 삶과 신앙 가운데, 과연 우리는 소중한 것을 위해 용기와 의로움으로 분노하고 있는지 자문해보자는 것이다.

연약한 이들을 사랑하고 지키며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동시에 넉넉한 위로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힘들어도 가치 있는 것들을 붙잡을 때 하나님의 나라를 조금씩이나마 이루어갈 수 있지 않을까,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교회와 백성들을 위해 분노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용기와 희생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나는 진리와 본질을 위해 그리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최소한의 상식과 정의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사람인지, 김신부처럼 지속적으로 ‘누군가’를 위해 용기 있고 따뜻하게 분노할 수 있는 사람인지 되돌아본다!

열혈사제 김신부의 스승이자 멘토였던 이영준신부의 말과 행동 속에서 ‘진짜 그리스도인’의 면모를 돌아보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꼬맹이가 잃어버린 작은 토끼인형을 찾으며 이신부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게 진짜 사제가 할 일이지 뭐”라고, “사람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걸 찾아주는 거, 그 찾은 것이 영혼의 안식을 주게 만드는 거”라고... 상실과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이신부의 대사는 잔잔한 영혼의 울림을 준다.

SBS 열혈사제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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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스런 2019-05-17 13:30:49
오 제가 열심히 보던 드라마가 기사로 나오니 참 반갑네요!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그 분노의 방향이 어떠했나를 돌아보게 되네요. 앞으로의 방향이 나를 위한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주님을 위한 방향으로 시작하는 분노이기를.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하지않고 말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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