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기획] 존경하는 교사③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들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선생님
[스승의 날 기획] 존경하는 교사③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들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선생님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5.15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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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학생들의 행복을 바라는
청주 일신여고 권태봉 수석교사
'꽃인사' 학생들에게 풀과 꽃을 설명해주는 권태봉 교사. 정성경 기자 

청주 일신여고 권태봉 교사와 인터뷰 중 권 교사 반 학생 한 명이 찾아왔다. “이거 풀 맞아요?” 권 교사가 열심히 설명했지만 뭔가 탐탁치않아 함께 일어났다. 학교 본관과 선교기념관(강당)을 통과하는 난간 길에 꽃인사(꽃으로 인성을 키우는 사람들) 학생 7명이 빨간 장갑을 들고 권 교사를 반겼다. 이번 봄에 심은 국화와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의 새싹들이 자라나고 있는 난간 길, 한쪽에 뽑힌 풀 무더기 속에서 권 교사가 해바라기 새싹을 찾아냈다. “아, 이게 해바라기구나!”라며 학생들은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다음엔 잘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1989년 일신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교직을 시작해 현재까지 일신여자고등학교 2학년 담임이자 수석교사인 권태봉 교사의 프로필은 굉장하다. 1999년 대학교 때부터 야학 교사를 한 공로로 ‘제 15회 청주시민의 날 모범시민표창’을 시작으로 ‘스승과 제자의 사랑이야기 편지쓰기대회 교사 부문 최우수상’, ‘교단수범사례 수기 공모 장려상’, ‘제5회 전국인성교육 논술대회 최우수 지도교사상’, ‘행복교육 교원모니터단 직무수행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상’, ‘1인1책 펴내기 청주시장 상패’, 그리고 지난해 ‘제6회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 개인부문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EBS ‘선생님 우리 선생님’에 ‘카메라에 사랑을 싣다’라는 제목으로 출연했다. 그 중 ‘학생의 행복을 챙겨주는 교사’로 유일하게 2회에 걸쳐 소개됐다.

그가 살던 시골 고향 마을에 교회가 있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교회에 다닌 권 교사는 지금까지 신앙의 길을 이탈한 적이 없다. 고등학생 때부터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국어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섬마을 교사’ 같은 낭만을 꿈꿨던 그는 꿈을 이뤘고 “교사라서 행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 교사의 바람대로 그는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학급, 수업을 위해 남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1995년부터 학생들에게 꿈과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꿈을 이룬 청주 지역 출신의 인물들이나 학생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명사들께 편지를 써 학교로 초청하거나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학교로 초청한 명사로 이원종 전 충청북도 도지사, 김강자 여성 최초의 총경,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민국 대사, 장미란 선수,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등이 있다.

또한, 철거된 폐교실터에 학교 공원을 조성하고 472그루의 나무를 심고 오솔길도 만들었다. 7년간의 노력 끝에 정이품송 후계목을 충청북도 산림환경연구소로부터 기증받아 일신여고 개교 50주년 기념목으로 식수한 것도 유명하다. 2016년부터는 학생 및 동료교사와 ‘꽃인사’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 난간 길에 봄과 여름에는 사피니어와 해바라기, 가을에는 국화와 코스모스를 심어 1년 내내 꽃길을 조성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이 꽃길에 학생들의 인성 자작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스승이어서 행복합니다.

학생들도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권태봉 교사가 벌인 삼겹살 잔치로 하나되는 학생들. 권태봉 교사 제공

권 교사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른 인성’이다. 이를 위해 글쓰기와 1인1책 만들기, 고전 아카데미, 열린수행평가로 재능 발견은 물론 가족, 친구와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보기를 통해 공감능력도 키운다. 또한 삼겹살 잔치를 벌여 결속을 다진다.

무엇보다 행복한 학급을 만들기 위해 1997년부터 2015년까지 18년 동안 담임 반 학생들의 중요한 행사를 3월 첫 만남부터 2학기 종업식까지 촬영해 학년 말에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이런 활동을 할 수 있게 한 비디오카메라에 얽힌 사연도 특별하다. 1997년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비디오카메라에 담고 싶어하는 담임 선생님을 위해 1학년 9반 학생들이 삼성전자 회장님께 편지를 써서 선물로 받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 견학도 했다. 권 교사의 비디오의 추억을 싣고는 금년에 재개되어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있다.

2004년, SK에서 주관하는 팅스쿨 수능형 문제풀기 대회에서 비수도권 1등으로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한 학생과 권 교사. 권태봉 교사 제공

2004년에는 SK에서 주관하는 팅스쿨 수능형 문제풀기 대회에도 도전했다. 전국의 학교들과 경쟁하면서 순위가 점점 상승할 때, 권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무척 행복했었다”며 웃었다. 끝내 비수도권 1등을 차지해 2박 3일 동안 반 전체 학생이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일본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와 오사카성을 견학했다. 이 당시 반 실장은 SK와의 인연을 소중히 하여 SK 가족이 되었다.

이런 권 교사에게도 잊지 못할 아픈 기억이 있다. 20여 년 전 가을, 어느 토요일, 시골에서 유학을 와 자취하고 있던 학생이 오지 않아 청주에 사는 친척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친구 집에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알아보니 그 친구도 결석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생의 친구 집에 찾아간 그는 연탄가스로 사경을 헤매는 두 학생을 발견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119에 신고하고 두 학생은 구급차에 실려 갔지만, 그의 반 학생은 하늘나라로 떠났다. 힘들어하는 그에게 동료 교사들은 “그래도 권 선생 덕분에 한 명의 아이는 살지 않았냐”며 위로했다. 여전히 가을날이 되면 떠오르는 아픈 기억이다.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권 교사가 요즘에 하는 고민은 ‘괴리감’이다. “내 자녀들을 키우는 것처럼 아이들을 대하고 싶은데 시대가 변하면서 나의 요구가 학생들에게 피곤함이나 힘듦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대학 입학사정관에 의하면 대학은 물론이고 기업체에서도 성실성과 인성을 중요시 한다고 한다. 아파서 조퇴를 하고자 오는 학생들에게 약을 먹고 참는데까지 참아보라고 하면 서운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만약 네가 사장이라면 어떤 사람을 뽑겠니? 당연히 성실한 사람, 조금 힘들어도 출결이 좋은 사람을 뽑겠다고 대답한다. 그런데 요즘엔 학부모들도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좋겠다’고 말해서 한걸음 물러나 있다”고 했다. 학교생활을 통해 지식만이 아니라 인성과 성실함, 그리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으면 하고 고수했던 그의 교육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다.

청소년 자살률이 11년째 세계 1위다. 일신여고와는 전혀 상관없다. 권 교사는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수업을 재밌게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학생들에게 권리와 함께 책임과 의무도 함께 강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 경험으로 선생들이 공공의 적이 된 것 같다”며 “교사들이 학생들을 더 사랑하고, 학부모들도 교사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학생들도 교사들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선순환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사는 “기억에 남는 학생들이야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 목회자 자녀였던 두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수능을 앞두고도 주일을 철저하게 지키던 그들이 ‘과연 지원한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까?’ 했는데 합격하고, 한 명은 외교관으로, 또 한 명은 세종시 국어교사로 일하는 것을 보면서 신앙의 힘을 보았다”고 말했다.

권 교사는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학생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더 잘 해내갈 수 있도록 그래서 학교가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고 때로는 앞에서 끌어주는 그런 스승이 되고 싶다.”며 “먼 훗날 학생들이 학창 시절을 그리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자리에 함께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꽃인사 학생들과 꽃받침을 한 권태봉 교사. 정성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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