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신앙 in Drama] 등가교환의 법칙 in ‘눈이 부시게’
[삶과 신앙 in Drama] 등가교환의 법칙 in ‘눈이 부시게’
  • 박형철 교수
  • 승인 2019.05.10 0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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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이 매력적인 질문은 아담 이후 모든 인간들의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질문이다. 우리는 찬란했던 순간들 또는 후회와 아쉬움이 남기에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상황의 순간들을 되뇌며 불가능을 꿈꾼다. 시간여행(time slip)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들이 현시대의 대안 시공간으로까지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화면 속 주인공의 삶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처음에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지닌 <눈이 부시게>의 주인공 김혜자가 부러웠다. 그리고 나중에는 사랑하는 아빠의 죽음을 되돌리려 수없이 시계를 돌리는 그녀의 절박한 노력을 응원했다. 결국, 아빠를 살리려는 노력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 시간을 되돌리는 대가로 청춘을 희생한 딸은 노인이 되고, 살아난 아빠는 다리를 잃는다.

중요한건, 드라마 후반부 드러나는 엄청난 반전과 충격 그리고 이를 통해 깨닫게 되는 작품의 신선하고도 진지한 소재와 주제이다. 주인공은 시계 때문에 늙은 사람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이다. 그리고 그녀의 시계는 능력이 아니라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비극의 시대에 남편을 잃고 유품인 시계마저 원수에게 빼앗긴 그녀에게 시계는 남편의 죽음이라는 고통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인 것이다.

<눈이 부시게>는 시간여행 드라마가 아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 겪을 수 있는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고통의 실존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크고 작은 상처를 상징하는 시계를 통해 역설적이게도 시간의 소중함을 말하는 작품이다. 아니, 상처와 아픔의 시간들을 포함할지라도 생명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얼마나 눈부시게 소중한 지 말하려 노력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자신이 젊다고 착각하는 늙고 병든 주인공이 ‘등가교환의 법칙과 주어진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할 때 듣는 이들이 묵직한 울림을 느끼며 숙연해지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 돌아가. 우리가 무언가 가지고 싶다면 그 가치만큼의 무언가를 희생해야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의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다.” JTBC 홈페이지 갈무리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의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다.” JTBC 홈페이지 갈무리

아빠의 목숨과 자신의 젊음을 교환해 25세에서 70대로 훌쩍 뛰어넘은 그녀의 말은 잊고 있던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그리고 시간 뿐 아니라 삶과 신앙 속 거저 주어진 당연해 보이는 모든 것들, 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단한 가치를 지닌 것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혹시 소중한 것들에 대해 감사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주인공의 안타까움이 나를 향한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과 함께.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는 구원의 은혜다. 받을 자격 없는 자들에게 주어진 선물. 우리는 그 은혜가 거저 주어졌다고 감사하면서 그것이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간다. 신의 자리에서 내려와 불편한 인간의 몸을 입고 가난과 무시와 모함과 고통의 세월을 살다가 자신의 피조물에 의해 배신당하고 죽임당한 하나님의 아들, 그는 인류의 잘못된 시작을 바로잡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고 사랑하는 인간들의 구원과 맞바꾸었다. 그 정도 가치를 지닌 존재들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우리는 그 ‘은혜의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지해 살아가는 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갚을 수 없는 그 은혜는 자격 없는 자들을 자격 있는 자들로 만들었다. 그렇기에 존귀한 주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은 주어진 삶과 신앙의 모든 순간에 감사해야하는 것이다.

<눈이 부시게>가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런 은혜에 관한 것들이다. 우리 각자의 인생 속에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그 하루하루들이 지나가며 모여서 만들어지는 삶, 젊음, 중년, 노년, 그리고 가족... 때로 아프고 힘들어도, 점점 연약해지고 잊어버리고 잊혀져가는 두려움 속에 살아도, 황혼의 노을 속에서 삶을 되돌아보면 그 모든 희로애락의 순간들이 눈물 나게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런 찬란하고 눈부신 순간들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당연하지만 대단한 것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감사하며 살고 있나? 주어진 하루하루의 시간을 무엇과 교환하고 어떤 것으로 채우며 살고 있나? 시간, 인생, 가족 그리고 은혜의 신앙, 우리에게 주어진 보편적 은혜와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노년의 주인공은 우리가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극 중 자신의 마지막 대사로 수상소감을 마무리한다. 필자를 포함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그 대사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에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의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다.” JTBC 홈페이지 갈무리
'눈이 부시게'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김혜자 씨. JTBC 홈페이지 갈무리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콤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박형철서울여자대학교 특임교수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박형철
서울여자대학교  전담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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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 2019-05-10 15:30:36
이 드라마 마지막 나레이션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 예수님짜리로 감사하며 살 수 있게 되기를, 가치있게 삶으로 살 수 있기를...

이용성 2019-05-10 14:34:06
우리는 그 은혜가 거저 주어졌다고 감사하면서 그것이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간다 . 구원의 은혜는 그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 하심이라. 등가교환의 법칙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리온 2019-05-10 14:02:06
모든 하루가 당연한 듯 하지만 찬란히 아름다운, 값을 매길 수 없는 하루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하루 가운데 자유함과 기쁨을 온전히 누리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수상 소감으로 말했던 극 중 대사가 참 와닿네요!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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