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특집-미래세대 목회모델] 설수철 목사(창대교회), '가족의 상실을 경험한 이들, 쪽방촌에서 회복의 가족이 되다'
[가정의달 특집-미래세대 목회모델] 설수철 목사(창대교회), '가족의 상실을 경험한 이들, 쪽방촌에서 회복의 가족이 되다'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5.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쪽방촌에서 가정을 일군 설수철 목사
쪽방촌에서 사는 설수철 목사는 "상실의 가족에서 회복의 가족이 되었다"고 말한다. 정성경 기자  

 

받은 사랑 갚다보니 받게 된

뜻밖의 선물, ‘회복의 가정’

믿음의 삶으로 전한 복음,

어머니 사역인 ‘집퍼 사역’

지체장애로 걷기가 힘든 김성호 성도(38, 남)는 광림교회 유치부 사자반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아버지 직장이 그 근처라 교회를 놀이터 삼아 놀았다. 예수님이 양떼를 거느리는 그림이 인상 깊었다. 그때부터 마음에 예수님이 느껴졌다. 23살에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아버지에게 독립을 요구받았다. 어떤 도움도 없었다. 불편한 몸으로 상왕십리에서 신문배달을 하며 자취를 시작했다. 살기 힘들어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지만 김 씨는 한번도 '거지'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지금 좀 어려울 뿐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읽었던 위인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들이 받았던 고난을 생각했다. 나중에 다시 집을 찾아갔지만 재개발로 사라졌다. 경찰서에서 가족을 찾는 그에게 “당신의 행색으로는 가족들이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그가 늘 밥을 먹으러 간 곳은 교회였다. 한 번도 하나님을 원망하진 않았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죽지 않도록 주님께선 나를 계속 붙들어주셨다”고 고백했다. 교회를 떠나지 않았던 그는 교회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김진희 성도(31, 여)를 만났다. 그리고 설수철 목사를 만나 쪽방촌에 가정을 이뤘다.

김진희 성도는 아버지의 학대로 집을 나왔다. 그의 아버지는 “쟤는 어딜 가나 두 달도 못 버틴다”며 그를 무시했다. 가족들은 그를 찾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며 쓰레기통을 뒤져 굶주린 배를 채우기도 했다.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도 힘들었다. 그러다 나간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김성호 성도를 만나 가족이 됐다. 그리고 쪽방촌에서 설 목사와 가정을 이뤘다.

예배를 통해 하나되는 쪽방촌 주민들. 정성경 기자 

지난 4월 26일 창대교회에서 열린 쪽방촌 예배에 30여명이 모였다. 설 목사가 찬양을 인도하자 다같이 박수를 치며 뜨겁게 목소리를 높여 찬양했다. 김진희 성도는 율동으로 함께 했다. ‘부활의 증인’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마치고, 김성호, 김진희 부부가 특송을 했다. “똑바로 보고 싶어요 주님 온전한 눈짓으로… 똑바로 걷고 싶어요 주님 온전한 몸짓으로…” 남편이 부르는 찬양에 아내가 율동을 한다. 그런 이들을 흐뭇하게, 행복한 미소로 보는 이가 있다. 쪽방촌의 일원이자 창대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설수철 목사다.

설 목사가 다섯 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그는 어머니와, 형은 아버지와 살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형을 잃어버렸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의 상실이 자연스러웠다.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그는 대신 하나님의 사랑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노래를 잘하고 성격이 좋은 그를 보는 이들마다 사랑해줬다. 가정형편이 어렵다보니 교회는 그의 안식처가 되었다. 어렸을때부터 ‘목사’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자연스럽게 목회의 길을 가게 됐다. 군대에서도 교회를 개척하고 찬양단을 만들 정도였다. 순복음신학교를 거쳐 몇 년 전에는 장신대학원을 마쳤다.

그러나 가족을 상실하는 아픔은 어린 시절로 끝나지 않았다. 아내가 백혈병으로 위험해진 것이다. 기적같이 회복한 아내는 10년 후 또 다시 재발해 이식을 받아 현재는 상담공부를 하고 있다.

설 목사는 쪽방촌에 “흥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가족의 상실을 경험했던 그가 낮은 곳으로 흐르는 하나님의 사랑을 살기 위해 찾은 곳이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이었다. 그가 사는 집에 많게는 노숙인들 10여명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정신적인 문제나 지체장애로 노숙인이었던 그들을 품으며 살아온 지 2년이 넘었다. 현재는 6명의 노숙인, 쪽방민 출신들과 생활 중이다. 그 중 김성호, 김진희 성도도 포함된다. 갱년기 우울증 판정을 받은 그지만 “비참한 사람들을 살리려고 왔는데 오히려 내가 살아났다”고 고백했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던 한 여성은 칼을 들고 함께 사는 이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성호, 김진희 성도 부부는 대항하지 않았다. 답답했던 설 목사가 “왜 그랬냐?”고 묻자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라고 답했다.

설 목사는 이 사역을 ‘집퍼 사역’이라고 했다. 밥만 제공하는 사역이 아닌 어머니 마음으로 집을 제공하고 가정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밥퍼공동체 사역도 하고 있다. 가정집을 개조한 임시처소에서 쪽방민들과 예배를 드리면서 쌀, 물품, 식사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30개의 의자밖에 놓을 수 없지만 로 매주일 넘치게 모인다. 이들은 대부분 동자동 쪽방주민들로, 노숙인 출신, 독거노인, 장애인 등이다.

2년 동안 쪽방촌 사역을 하면서 설 목사는 선교후원에 의지하지 않고, 대리운전과 막노동을 하면서 이 사역을 독자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다 폭발적으로 예배인원이 늘어나서 지난 4월에 통합 측 서노회에 교회설립 및 교단 가입 청원을 한 바 있다.

남편 김성호 성도는 찬양으로, 아내 김진희 성도는 몸찬양으로 예배를 돕는다. 정성경 기자

설 목사는 "쪽방에서 열방으로!"란 주제로 노숙인 찬양선교단을 조직해 2년 여동안 총 30여 회에 걸쳐 전국으로 찬양부흥회를 인도해왔다. 김성호, 김진희 부부를 비롯해 함께 사는 쪽방촌 가족들로 구성된 드림찬양선교단은 어디를 가나 인기가 많다.

김진희 성도는 “설 목사님과 찬양집회를 가면 다들 은혜 받았다고 손잡아 주시고 칭찬을 해주신다. 그럴 때마다 눈물이 난다. 친아빠한테도 칭찬받은 적이 없는데 격려해주시고 예쁘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성호 성도도 “우리 같은 사람의 찬양을 듣고 감동받아주셔서 감사하다. 대인기피증으로 사람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는데 어느날 찬양을 하는데 눈을 들어보니 다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감사하다”고 했다.

기자와 만난 날에도 한 구국기도회 조찬 모임에서 특송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났다고 하면서도 밝은 얼굴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들의 눈빛에 ‘행복’이 보였다.

설수철 목사에게 “우리는 다 회복됐어요. 목사님만 회복되시면 돼요”라고 말하는 김성호, 김진희 성도 부부. 정성경 기자

김성호, 김진희 성도 부부는 설 목사를 “아버지 같은 분. 존경하는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겉옷을 벗어달라고 하면 속옷까지 벗어주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부는 설 목사에게 “우리는 다 회복됐다. 목사님도 회복되실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오히려 설 목사를 위로하는 가족이 된 것이다.

혼인신고는 먼저 했지만 미처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이들 부부는 설 목사를 통해 지난해 4월 결혼식을 올리면서 교계언론은 물론이고 일간지에서도 조명을 받았다.

설 목사가 가장 행복한 때는 쪽방촌 가족을 위해 선물을 살 때다. 자녀들은 그에게 “아빠같이 사랑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어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예쁜 것을 보면 지나칠 수가 없다.

설 목사는 “내 목회의 목표는 사람이다. 나의 빈 그물을 부활하신 예수님이 기우시고, 채우시고 거룩하고 깨끗한 하늘의 끈으로 새롭게 하셨다. ‘나처럼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 남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랑하게 하셨고, 사랑받게 하셨다”며 “내가 한 것은 없다. 그냥 사랑했을 뿐인데 예수님이 일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 부부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더욱 깨닫는다”고 고백했다.

김성호 성도가 “어렸을 때 따뜻했던 집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노숙을 하고 집이 없는 생활을 하다 보니 그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제는 나도 돌아갈 따뜻한 집이 있다. 설 목사님이 그런 가정을 만들어 주셨다”며 웃었다.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