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호 주필칼럼] 최고의 행복, 즐거운 나의 집
[50호 주필칼럼] 최고의 행복, 즐거운 나의 집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05.03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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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랑하는 내 가족들!’

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다. 1852년 4월 미국의 한 시민이 알제리에서 사망했다. 그가 죽은 지 31년이 지난 때 미국정부는 그의 유해를 본국으로 이송해 왔다. 유해를 실은 군함이 입항하는 순간 군악대의 연주와 예포소리가 울렸고, 대통령과 국무위원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환영 퍼레이드를 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것은 퍼레이드의 주인공이 평범한 소시민이었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그토록 전 미국인의 관심을 집중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그가 작사한 단 한곡의 노래 때문이었다. 그 노래 가사가 미국인들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와 깊은 감동 때문이다. 그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 곳은 내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을 작사한 존 하워드 페인이었다. 이 노래는 지금까지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삶의 근본이 되는 가정의 행복을 노래하고 있어서다.

우리 인간은 편안한 가정에서 쉬어야, 그 속에서 에너지를 받는다. 서로에게 쉼을 주는 가정을 만들다보면 평생 행복의 밭을 일구는 것이다. 가족의 빈자리 중 어머니의 빈자리는 너무나 외롭고 가슴 아픈 일이다. 아침에 출근하는 가족이 저녁에 못 돌아 올수도 있다고 생각해보라. 어찌 가족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정채봉의 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고 싶다’는 시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 아프다며 업어달라고 보채던 아이는 청년이 되어 버렸고, 전쟁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아이의 장난감은 창고에 버려져 먼지가 뽀얗게 쌓였다. 언제였을까? 내가 마지막으로 업어준 날은, 마지막으로 전쟁놀이를 해준 날은, 그 날이 마지막인줄 그때 알았더라면 귀찮게 생각 안하고 즐겁게 업어주고 놀아주었을 텐데, 마지막 순간의 소중함을 몰랐다. 첫 사랑, 첫걸음마, 첫입학식 등 처음으로 일어난 날은 기억하는데 마지막 순간은 기억에 없다.

몇 해 전 어느 날 아침 프랑스 시골 보농이라는 마을에서 83세의 앙드레 고르와 82세의 아내 도린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숨을 거두었다. 두 사람이 택한 죽음의 방식은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자신들을 화장시켜 20여 년 동안 두 사람이 함께 가꾸며 살았던 마당에 묻어달라는 유서가 머리맡에 놓여있었다. 샤르트르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인”이라는 평을 들은 앙드레 고르는 일생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생태주의를 심층 분석해온 철학자이며 언론인이었다. 지적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던 때 인생의 동지 아내 도린이 척추 수술로 깊은 병에 걸리자 그는 모든 사회활동을 접고 파리교외로 나가 아내와 투병생활을 함께했다. 동반자살 일 년 전 고르는 도린을 향한 ‘어느 사랑의 역사’라는 부제를 붙여 ‘사랑하는 D에게’를 썼다. 편지 속 한 구절 “당신은 여든 두 살, 키는 예전보다 6cm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kg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편지 속 두 사람의 인생을 읽는 동안 평생사랑과 신뢰와 감사 그리고 서로를 위한 헌신을 다했던 그들로 인해 ‘인간’이라는 사실에 깊은 위로를 받았던 경험이 생생하다.

2013년 초 마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므르’라는 영화를 봤다. 시작 부분의 우아함과 품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노부부의 일상이 슬며시 미소 짓게 했다. 음악회를 다녀온 나이든 남편이 늙은 아내에게 “오늘밤 당신 참 예쁘다”라고 할 때는 뒤에 휘몰아쳐 올 거대한 고통을 짐작하면서도 따뜻했다. 자존심 강한 늙은 아내가 병마에 휘둘리며 서서히 망가져 가는 것을 늙은 남편은 혼자 감당했다. 안타까우면서도 아내의 마지막을 지키며 함께 무너져가는 그를 바라보는 슬픔은 묘한 안도감을 동반했다. 그래서 늙은 남편이 병마로 인해 이제는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태로 내몰린 늙은 아내의 숨을 베개로 눌러 막을 때는 내가 그 늙은 남편인 것처럼 외롭고 고통스러워 흐릿해진 눈으로 극장의 불이 켜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아! 사랑하는 내 가족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방송국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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