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주역은 남북한 당국이 아니라 남북한 민(民)
더디더라도 함께 가야 진정한 통일 가능
판문점 선언이 있은 지 꼭 1년이 되는 4월 27일 14시 27분. 중립수역 강화에서 DMZ 고성에 이르기까지 10개 시·군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손들이 마주잡았다.
지난 74년간 분단된 남과 북은 수천 년 이어온 동질성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같은 민족이어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고방식을 규정하는 정신적 바탕은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뉘어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워졌다. 이런 이질감과 이념적 배타성은 남북한 당국에 의해 조장돼 이제는 민(民) 사이에서도 깊은 골을 이루고 있다.
지난 4.27 판문점 선언이 분단과 냉전시대를 종식하고 평화와 통일의 전환점을 이루었다는 데에는 사회적으로나 교계에서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을 둘러싼 동북아정세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民)이 주체가 돼 4.27 판문점 선언을 기념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기획한 일은 경색된 남북미 관계를 돌파하자는 하나의 몸부림이다.
이날 행사는 경기도 파주 임진각, 경기도 연천, 강원도 철원, 강원도 화천 평화의 댐 등 곳곳에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평화통일 카운트다운에 맞춰 14시 27분에 손을 맞잡았다. 이어 평화통일 만세를 삼창한 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제창했다.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정부에선 기념행사를 열었지만 북측은 참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조선 당국은 자중 자숙하라”는 비난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보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행사가 열린 판문점에 참석하지 않고, 동영상으로 축전을 보냈을 뿐이다.
하지만 통일을 염원하는 민(民)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특히 △개신교는 철원 백마고지 △천주교는 철원 화살머리고지 △원불교는 파주 임진강변 전선 △불교는 양구 펀치볼고지에서 6.25 한국전쟁 희생자 추모행사를 가졌다. 이들 DMZ 접경 4개 지역은 6.25 한국전쟁 당시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전투고지들이다.
이날 발표된 ‘평화선언문’은 “종교, 이념, 성별, 신분 차를 넘어 함께 손잡는 4.27 인간띠잇기 행사가 사람을 편 가르는 일체 분단체제를 불사르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이 땅의 평화체제는 세계의 대세이며 하늘의 뜻이고 민족의 염원”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