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시대, 목회자들의 워라밸은?
워라밸시대, 목회자들의 워라밸은?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5.0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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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건강한 생태계, 건강한 목회를 위해 협력 필요"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으로 열린

2019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은퇴를 3년여 앞둔 A목사는 22년 전 사례비를 150만원으로 시작해 10년째 200만원을 받고 있다. 그나마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 궁색하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50여명의 성도들은 목회자 사례비에 관심이 없다. 은퇴를 앞두고 가장 후회하는 것이 재정교육이다. 그는 “후임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재정교육을 했어야 했는데 나만 괜찮다는 생각으로 목회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65세가 넘으면서 노령연금이 나와 조금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중소도시에서 60평대 성전건축을 한 B목사(56)는 건축 빚을 갚느라 사례비를 못 받은 지 5년이 넘어간다. 그나마 사모가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생활을 감당하고 있다. 대학 다니는 자녀들은 오히려 부모에게 용돈을 주는 형국이다. 개척한지 5년 만에 성도들이 70여명이 넘으면서 부흥을 바라보며 건축을 시작했건만 현재는 절반의 성도들만 남았다. 교회 안팎으로 “왜 그렇게 무리해서 성전을 건축했느냐?”는 비판을 듣는다. 그는 가끔 지인의 기도원과 선교관을 돌보며 용돈을 벌고 있다.

이제 갓 목사 안수식을 받은 C목사(32)는 대형교회에서 파트타임으로 청소년부 사역 중이다. 주중에는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결혼한 지 1년 된 그의 사모도 피아노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다. 다만 전임사역을 위해 영어학원 강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월급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는 “부모님에게 드리는 효도금이나, 특히 아이들에게 월급 20%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전임사역자를 하게 되면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걱정”이라고 했다.

1일은 근로자의 날이었다.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각국의 근로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는 날이다. ‘법정 공휴일’이 아닌 ‘법정 휴일’로 사업에 따라 휴무가 달라진다. 종교인 과세로 인해 목사도 근로자인가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이 실시한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 중.

워라밸(work-life balance)시대에 현대인들은 직장을 구할 때 중요한 조건으로 여기는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본다. 22일 신한은행이 발간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19’에 따르면 워라밸를 즐기기 위해서는 직장인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워라밸이 가능한 사람들의 50%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즐기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국민들의 워라밸을 위해,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책을 강구중이다. 경기도 지난 29, 30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를 개최했다. 기본소득이란 재산,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으로, 핀란드가 전 세계 최초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2017년 1월부터 시행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국민들의 워라밸을 위한 기본소득에 대해 논의 중이다. 2019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에서 기조연설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성경 기자

29일 개막식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정치철학인 ‘억강부약’을 언급하며,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독점’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분배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기본소득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아주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한다”라며 “특정 소수의 독점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자원들을 순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자,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 애니밀러 영국 시민소득트러스트 의장은 “기본소득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좋을지 지역마다 다르지만 엄청난 변화가 수반되는 것인 만큼 천천히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인류는 기후변화, 세계화, 금융위기 그밖에 많은 전 지구적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것이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기본소득은 바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줌으로써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기조 발표자로 선 한신대학교 강남훈 교수는 ‘공동부(Common Wealth)’라는 개념을 들어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서의 기본소득을 소개했다. 강 교수는 “시장의 불평등이 확대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동부가 사유화되고 있는 것으로, 공동부가 사유화된 상황에서는 민주주의를 하면 할수록 불평등이 확대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라며 “공동부의 소유자에게 개별적으로 보편적으로 무조건적으로 균등하게 소득을 지급하는 공동부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워라밸을 위해 필요한 기본 요건으로 꼽히는

경제적 요건, 목회자는 일반 직장인 소득의 75%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발표한 ‘2017 목회자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중.

현재 기준 8,350원 최저시급으로 계산하면 월 1,745,150원이 나온다. 하지만 2018년 1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이성구 목사)가 발표한 ‘2017 목회자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사례비가 176만원으로 올해 최저시급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그 중 46.5%는 월 사례비가 150만 원 이하라고 답했다.

2018년 5월 장신논단에 투고된 백석대학교 황원선 교수의 ‘목회자의 적정 사례비에 관한 연구’에서 류재린 씨의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황 교수는 류 씨의 연구 ‘한국의 목회자 사례비 격차에 관한 연구’에서 2009년에서 2014년 사이에 목회자 가구의 평균 소득은 168만원이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일반 근로자 가구 전체의 평균 소득은 223만원으로 조사됐다. 목회자들의 평균 소득은 일반 직장인들이 소득의 대략 75% 정도 되는 것이다. 황 교수는 “한국 목회자들의 봉급은 비슷한 학력을 지닌 일반인들의 봉급에 비하여 약하다. 지나치게 많은 봉급을 받으며, 불신자들을 의아하게 만드는 고액의 봉급을 받는 담임 목회자들은 극소수”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목회자들의 사례비는 교회에 규모에 따라, 담임 목회자와 부교역자의 지위에 따라, 남성과 여성 목회자의 성별에 따라 격차가 존재한다고 했다.

황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목회자들의 워라밸, 경제적 조건을 위해 한국교회의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독자적으로 자신이 알아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상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작은 교회가 아무래도 자신들의 숫자에 비해 전도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런 분들이 대형이나 중형교회로 이동하기도 한다. 마치 생태계처럼 서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형교회에서 한국의 소형, 미자립교회를 소중하게 여기고 교단이나 노회별로 교회들에 대해 서로 돕는 기구를 만들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성경에서도 사도행전에 예루살렘교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할 때 이방교회인 마게도니아교회, 고린도교회가 연보를 모아 예루살렘교회에 보낸다. 영적으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우리가 돕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고, 사도바울도 그렇게 가르쳤다. 사실 교회들이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느끼겠지만, 한국교회가 필요하다고 작정하고 우선순위에 두어 미자립교회를 돕는 것이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예장합동 총회 총무 최우식 목사는 “총회 차원에서 논의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큰 교회들이 자율적으로 미자립교회들을 돕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교회자립개발원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했다. 목회자들의 워라밸에 대해서는 “교회와 목회자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교회가 앞으로 같이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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