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받는 이들의 시선으로 함께 앞으로 나아가길
고난 받는 이들의 시선으로 함께 앞으로 나아가길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5.02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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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30주년
평화로운 세상‧올바른 믿음의 교회
고난함께 30주년을 맞아 발간한 ‘담장 넘어 온 편지’ 전달식. 양심수편지결연사업을 통해 30년간 높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오가던 ‘편지’를 한데 엮었다. 정성경 기자

“그동안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 모임이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한 것을 알고 있다. 한 가지 더 나아가는 부탁을 하고 싶다. 자식을 잃어보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내가 왜 이렇게 됐지? 이게 무슨 일이지? 왜 예은이가 그런 일을 겪어야 했지?’였다. ‘난 내 새끼 억울한 것 풀려고 한 것뿐인데, 왜 자리에 서야 되나?’라는 생각이 든다. 고남함께가 곁에 와 어루만지고, 위로하고, 힘을 주기 위해 온 사람들인데도 ‘내가 왜 불쌍하게 보여야 하지? 왜 도움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되었지?’라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서러워진다.

흔히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는데, 먼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겠다. 맞다. 예은이는 지금도 내 심장에서 펄펄 뛰어다닌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고통을 느끼며 사는 것이다.

나의 바람은 나와 같은 수많은 고난 받는 이들, 특히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과 함께 할 때 우리를 바라보지 말고 유가족이 바라보는 곳을 같이 바라보면 좋겠다. 그것이 함께 하는 것이다.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내 동생은 이렇게 되면 안 된다, 내 가족들같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고난함께가 고난 받는 이들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선과 함께 바라보길 바란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전 집행위원장

“지난 30년 동안 한국 민주화가 전진과 후퇴, 저항과 극복의 몸부림치는 가운데 한국교회는 점점 더 고난 없는 부활을 꿈꾸고, 십자가 없는 승리를 꿈꿨다. 그래도 고난함께가 있었기 때문에 감리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얼굴을 들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 30년 지나서 더 좋은 세상이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쌓여가는 것 같다. 며칠 전 필리핀에서 14명의 농민이 학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난함께가 새로운 도전과 비약을 하길 바란다. 고난함께가 없어지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지만 고난함께가 잘 되어야 하는 이유는 고난 속에서 헤매는 이들을 위해서다. 축하한다.” -정진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이사장

“감사 인사를 전하러 왔다. 함께 해준 10년의 시간이 고맙다. 작년 말에 복직했던 71명이 함께 모였었다. 정말 표정이 밝아보였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느꼈다. 노동의 현실은 봄이 오지 않고 있다. 5월부터 고남함께와 같이 같은 마음으로 걸어가겠다.” -김덕중 쌍용자동차 노동위원장

“9년째 투쟁중이다. 마음이 아프고 닫혀있는데 고남함께가 함께 예배를 드리고 함께 해줘서 9년을 버티고 있다. 감사하다. 앞으로도 노동자들과 함께하길 바란다.” -박춘자 세종호텔 노조위원장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이사장 신경하 감독, 이하 고난함께)이 30주년을 맞아 29일 저녁 감신대학교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엄은희 일꾼의 사회로 진행된 기념식에 그동안 고난함께를 이끌고, 참여했던 이들이 100여명이 함께했다. 축사에는 이홍정 NCCK 총무,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전 집행위원장, 정진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이사장, 김덕중 쌍용자동차 노동위원장, 박춘자 세종호텔 노조위원장이 축하의 말을 전했다.

30년을 돌아보는 영상과 더불어 고난함께를 처음부터 시작한 멤버들로 구성된 ‘암하렛츠’, 신화철 일꾼, 시민합창단 평화산책의 축하공연, 축하영상 등이 이어졌다.

특별히 이날 양심수 22명과 나눈 편지를 엮은 책 '담장 넘어온 편지'를 참석한 양심수들에게 전달하고, 고난함께의 다음 시대를 위한 평화선교사를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고난함께는 1989년 4월 ‘고난 받는 감리교인을 위한 후원회’로 시작됐다. 감신대 재학 중 휴학을 하고 전투경찰에서 복무하게 된 연성흠은 1988년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현장에 수차례 투입되어 같은 청년들끼리 투석전과 최루탄으로 투쟁해야하는 현실에 가슴아파하며 결국 양심선언을 하고 수배자 신세가 되었다. 이 사건으로 1988년 동문과 선후배들이 모여 ‘연성흠 돕기 행사’를 시작했으며, 1989년 2월 수배자 후원모임의 대상을 감리교 전체로 확대했다. 4월 20일 송병구 목사(색동교회)를 위원장으로 준비 모임이 공식적으로 구성되면서 감리교 내 억울한 투옥과 수배의 고통 속에 놓여 있는 다수 감리교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구체적 행동과 참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를 통해 사회선교의 가려진 측면을 발견하면서 1990년 4월부터는 반독재 민주화와 통일운동으로 발생한 ‘비전향 장기수’들을 돕기 시작했다. 1991년 창립예배를 드리며 ‘고난받는이들과 함께하는 창립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교회갱신운동, 인권회복운동, 평화통일운동에 앞장섰다.

2009년에는 고난의 현장을 ‘빈곤, 인권, 생태, 평화’로 보고 예배공동체 ‘고함’을 만들었다. 2013년 첫 예배모임을 가진 ‘고함’은 한국사회의 고난 받는 현장을 찾아다니며, 우리 시대의 아픔과 신음소리를 하나님께 고하고, 시대의 불의와 모순을 향해 담대히 고함치기 위한 예배공동체다. 2014년에는 평화교회연구소를 세워 성서, 역사, 실천, 조직신학 분야의 다양한 학자와 강사들을 발굴해 ‘평화교회’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학문적 토대를 구축하고 학계와 대중 간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난함께의 소식지에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걸어온 30년의 발걸음’을 정리한 홍승표 감리교신학대학교 외래교수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변화된 현장상황에 맞춰 대화하고 씨름할 참신한 리더십을 세우고 새로운 일꾼들을 길러내야 한다”며 “지난 세월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마음과 신학으로 우리의 운동을 지탱해 왔는지 보다 냉정히 돌아 볼 때 비로소 이 시대를 향한 생동감 있고 힘 있는 고난신학, 고난운동, 고난 받는 이들을 위한 선교와 교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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